성심 82호
전민규 편집장 1973년, 성심여자대학교에서 첫발을 뗐던 이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학생 자치라는 이름 아래, 처음으로 잉크를 담았던 선배들의 꿈이 지금은 이루어졌을까요? 어쩌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 동안 시대는 흘렀고 학교의 이름까지 바뀌었지만, 이라는 간판과 그 역할은 변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여전합니다. 오래전 선배들이 품었던 꿈들을 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지배하는 부당한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고, 학생들을 위한 진보적 담론의 토론장을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은 오늘도 학생들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는 별개로 이 바라보는 세상과 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예전 같지만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간을 논의하던 에게 50주년은 감사한..
82호 가대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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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가파른 학교
고경빈 수습위원 들어가며 지난 성심교지 78호에는 가톨릭대학교 내 이동권을 중심으로 직접 휠체어를 타고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취재기가 실렸다. 당시 78호 ‘가톨릭대 내길’ 기사에서는 우리 학교는 신체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다니기에는 매우 어려운 곳이 많았다. 약 2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학교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올해 상반기, 마리아관과 니콜스관을 연결하는 이층 다리가 철거됨에 따라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목발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니콜스관 2층을 혼자의 힘으로 편하게 이동하기 어려워졌다. 자유롭게 학교 안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된 것이다. 특히 니콜스관 2층은 많은 강의실이 있고, 성심교지편집위원회 교지 실을 비롯하여 영자신문사, 교육방송국의 동아리방이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어문 계열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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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스관 118호와 마음의 거리 줄이기_인권센터(성폭력상담소) 알아보기
박지윤 수습위원 대학 내 성범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나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한 새로운 성범죄들도 생겨났다. 비대면으로 손쉽게 전송되는 텍스트들은 성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교내에서 이러한 성범죄를 겪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성심은 그 해답을 가톨릭대학교 인권센터(성폭력상담소)에서 찾아보았다. 다음은 윤정민 고충 상담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인권센터(성폭력상담소)가 어떤 곳인데? 인권센터(성폭력상담소)는 가톨릭대학교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권 침해 및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기관이다. 그에 따른 교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예방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성, 인..
82호 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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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어린아이였고, 머지않아 노인이 될 당신에게
이승연 편집위원 “어른들이 조용히 있고 싶고, 아이들이 없어야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난 생각한다. 어른들이 편히 있고 싶어 하는 그 권리보다 아이들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는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는 거니까.” 2018년 11월 동화 작가 전이수 씨는 동생의 생일에 가족과 함께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출입을 거부당해 슬펐던 경험을 일기로 써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단지 어린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식사하지 못했다. 수많은 것이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많은 사람은 ‘내 일이 아니니깐 별 상관없어.’, ‘일단 나부터 편하고 봐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따라서 타인,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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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드라마, 정말 재미있기만 했나요?
박지윤 수습위원 문화를 자국민끼리만 소비하던 시대는 끝났다. OTT의 발전으로 국가 간의 문화 장벽이 허물어졌고,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너무나도 쉬워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는 막대한 무역 흑자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이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낮은 인종차별 감수성이 제대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종차별, 어떤데? 2019년에 발표된 설문조사를 함께 살펴보자.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주민이 68.4%를 차지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을까.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9월 내놓은 《체류 외국인의 한국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5명 중 1명이 최근 1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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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불편함 사이
이승연 편집위원 반팔 티, 결정장애, 암 유발자, 00녀, 여기자, 짱깨, 애완동물, 주린이, 헬린이, 동반 자살, 지방 방송 꺼라, 촌스럽다, 유모차, 학부모, 몰카··· 위의 단어들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지만, 결코 익숙해서 안 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닌 요소는 ‘혐오와 차별’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수많은 단어 중 일부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이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그 배제는 곧 혐오의 감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주어진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혐오와 차별을 허용하는 단어들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필요한 표현이 불필요한 차별을 낳는다.” - 본문 138p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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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기초연구 생태계, 개혁이라는 이름의 독약
전민규 편집장 지난 8월 말, 과학계에는 거대한 폭탄이 떨어졌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가 연구개발(이하 R&D) 예산이 올해 대비 16% 감축된 것이다. R&D 예산은 당장 결과를 내기 힘든 연구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으로, IMF 때도 삭감된 적 없는 분야였다. R&D 예산이 전년도보다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내년도 전체 정부예산이 올해 대비 2.8%나 증가한 상황이었기에 16%에 달하는 R&D 예산 감축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번 예산 삭감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답게 매우 갑작스럽고 급격한 변화였다. 대상에 따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70%까지 삭감되었음에도 과학계와의 협의 없이 통보 식으로 전달되었다. 말끝마다 과학을 외치던 윤석열 정부였기 때문에, ..
82호 특집 '동화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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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고경빈 수습위원 라푼젤 신데렐라 성냥을 팔던 소녀 모두 다 왜 구해주기만을 기다렸나 처음부터 그렇게 쓰여졌으니까 어쩔 수 없는 뻔한 얘기 무엇을 써야 할까, 어떻게 읽어줄까, 왜 바꾸어야 할까. 문학은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 당연히 어린이 문학도 그렇다. 어린이들의 매일을 담아 보여주고 내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책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화다. 우리 대부분이 어릴 적 같은 내용의 책을 읽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책들을 펼쳐보면 어릴 적과는 다른 감상에 빠져든다. 가령 왜 계모들은 다 사악하며 왜 항상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왕자를 만나 극적인 결혼을 하는지.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가던 해피엔딩에 의문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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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어떻게 읽을까?
고경빈 수습위원 누구에게나 동화를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 대부분은 똑같은 역사를 공유한다. 바로 전래동화를 읽으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 방법과 시기가 조금씩은 다를 수 있어도 우리 대부분이 「심청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라왔다. 그리고 또다시 지금의 아이들이 이런 전래동화를 읽으며 성장한다. 왜 우리는 몇백 년이나 지난 전래동화를 읽을까? 그렇다면 전래동화를 그대로 읽어도 될까? 몇백 년, 그 이상의 이야기.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누구에게나 동화를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그 시기를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지금의 어린이들이다. 도서관 어린이 서가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동화책들이 꽂혀있다. 그중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목들이 보인다. 바로 전래동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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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를 하는 방법
고경빈 수습위원 아이들에게 죽음을 알려준다는 것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립니다. 아이들은 죽음을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으리라 생각하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과연 그들을 위한 것일까요?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을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어른과 같이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있고, 한 명의 똑같은 인간이죠. 그 말인, 즉 아이들 역시 죽음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세계에서 삶과 죽음을 경험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우리 사는 세계의 이치인데, 물론 이 규칙을 아이들이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르게 할 일도 아니죠. 죽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