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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아이: 여전히 차가운 밤거리79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12. 3. 13:33
전민규 수습위원
길거리로 내몰린 존재들
가정 밖 청소년 :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귀가하지 않거나, 상당 기간 거리를 배회하며 생활하는 청소년
지난 10월 4일은 ‘세계 거주의 날’이었다. ‘세계 거주의 날’은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로, UN이 1986년에 제정했다. 이 날은 ‘주거’가 기본적인 인권으로 천명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 날을 기념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아직도 모든 이들에게 ‘주거권’이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권리를 유예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도 많은 제약이 있음을 뜻한다. ‘주거권’은 매일 잘 곳을 바꿔가며 길거리를 헤매는 이들에게 꿈같은 이야기다. 거리로 내몰린 이들에게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주거’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정을 떠나도 차별은 없어야 한다.
과거 ‘가출 청소년’ 또는 ‘위기 청소년’으로 불리던 ‘가정 밖 청소년’은 가족의 품을 떠나 위험을 자처하는 ‘일탈’의 존재로 여겨지곤 했다. 현재까지도 이런 인식은 여전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가정 밖 청소년’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사회적으로 청소년의 자립을 위험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청소년. 특히 미성년자는 어른들의 보호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 밖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 다른 문제에 비해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어른들의 보호를 벗어난 이들에게 고생은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여기서 청소년들의 고생은 일종의 처벌로써 작용한다. 그러나 이들의 ‘일탈’을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모든 이들에게 가정이 안전한 보금자리인 것만은 아니다. ‘탈가정’을 선택하는 데에는 다양한 외부요인이 존재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가정 밖 청소년 자립 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출을 한 까닭 1순위는 ‘가족 간 갈등’이다. 이 중에서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비율은 24.5%였다. 가정폭력 외에도 가정의 해체 혹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큰 비율을 차지한다.그렇기에 청소년들을 단순히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이다. 청소년들이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거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원가정과 보호시설 두 가지 뿐이다. 원가정을 선택할 수 없는 이들에게 시설로 가는 것 외의 선택지는 없다.
안전한 잠자리에서 자는 것
그동안 가정 밖 청소년들의 주된 터전은 찜질방 같은 저렴한 숙소, 피시방, 음식점 등으로 제한되었다. 이 곳들은 잠깐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될 수 있으나 안정적인 ‘주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으로 야간 시간의 이용이 어려워졌고 밤을 보내기 위해 길거리에서 선잠을 청하거나 ‘가출팸’을 만들어 생활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인터넷에 ‘가출’을 검색하면 관련 사이트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사이트에서 ‘헬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KBS 시사적격 18회: 헬퍼, 거리청소년 잔혹사>등의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 ‘헬퍼’는 숙식을 대가로 청소년들에게 작게는 집안일부터 크게는 성매매와 같은 범죄를 유도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존재가 알려진 후 사회적으로 청소년 문제가 공론되고 있으나, 현재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어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긴 하나 이 또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출한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총 11만 5741명이다. 가출 신고가 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청소년 쉼터는 2021년 7월 기준 전국에 134개가 부족한 지원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정도로는 청소년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시로 경기도의 경우 3만 6천578명의 청소년이 가출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도내의 중장기(3년) 쉼터는 7개밖에 없다. 이 중 대부분은 특정 성별 전용이어서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경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청소년 쉼터는 최대 3년까지만 머무를 수 있어서 일정 기간이 되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서 가정 밖 청소년들은 언젠가 이 곳에서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게 된다. 다양한 인원이 한 곳에서 생활하면서 생기는 규제들도 청소년들의 거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동거 금지, 일정 시간 후 휴대폰 사용 금지 등의 규제는 자신들이 이 곳에 ‘거주’하는 존재가 아닌 일시적인 ‘구제’를 받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개인 활동을 제한하는 쉼터의 규제들이 청소년의 사회적 연결을 약화시켜 문화적·교육적으로 더 소외시키고 있다.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이들
기본적인 주거를 보장받을 수 없는 이들은 모두 주거약자이다. 가정 밖 청소년들의 대부분이 주거약자로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청소년 홈리스라는 법적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주거약자는 만 18세 이상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법에서 말하는 청소년의 주거는 보호자의 공간에서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법은 청소년을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로 이해하기 때문에, 청소년 혼자서는 주거약자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가정 밖 청소년이 매입 임대주택, 청년 전세임대주택 등의 지원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국에서 ‘가출 및 홈리스 청소년법’등의 법률을 근거로 고정된 주거 공간이 없는 청소년을 지원하는 것에 비하면, 청소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권 감수성은 몹시 빈약하다.
주거기본법 제 2조에서는 주거권을 “물리적,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단순히 살아갈 수 있다고 해서 ‘주거’라고 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조건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설은 ‘주거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적절한 가격으로 외부의 억압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필요한데, 현행법은 가정 밖 청소년들의 주거권을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청소년들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데에 집중하느라, 권리의 보장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이 청소년들을 길거리로 내쫒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어른들이 생각하는 청소년의 위치가 어디인지 다시 한번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다.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8월 13일 여성가족부의 간담회에서 김경선 차관은 “범죄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는 가정 밖 청소년을 조기 발견해 필요한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하고 청소년쉼터 환경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가정 밖 청소년이 거리의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쉼터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쉼터 환경의 변화는 중요하다. 기관이 정해주는대로의 주거가 아닌 청소년 개인만을 위한 주거가 될 수 있도록 동거 여부· 생활 반경· 생활 방식 등을 고려한 시설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어서는 안된다. 쉼터는 안정적인 ‘주거’로 향하기 직전에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제’가 아닌 ‘권리의 보장’이다. 청소년에게는 다양한 대안이 열려있어야 하며, 각 대안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청소년은 본인의 자율적인 의지로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은 그 누구에게도 종속된 존재가 아니다. 권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며, 자신이 누구와, 어디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오롯이 본인의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 혹자는 이것이 너무 급진적인 요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부탁이 아닌 당연한 요구다. 그동안 차별 받아야 했던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마땅한 요구이다. 사회는 더 이상 가정의 영역으로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책임의 주체로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ⅰ) https://www.gplib.kr. 경기도 학교 밖 청소년 및 가정 밖 청소년 현황과 과제에서 발췌, 본문에서는 청소년을 만 24세 미만으로 정의하지만 본 글에서는 미성년자에 한함.
ⅱ) homeless : 정해진 주거 없이 주로 공원, 거리, 역, 버려진 건물 등을 거처로 삼아 생활하는 사람. 이전에는 ‘노숙자’라고 불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발췌
ⅲ) (지역 주민에 대한 기관의 적극적인) 봉사[원조/지원] 활동
1) 김혜리, '가정 밖 청소년' 수지는 오늘도 건물 옥상 전단지 위에서 잔다. 2021.08.10.,경향신문<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101022001>.마지막 검색일 : 2021년 11월 03일
2) 페이스북,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서 발췌
3) 김혜리, '가정 밖 청소년' 수지는 오늘도 건물 옥상 전단지 위에서 잔다. 2021.08.10.,경향신문<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101022001>.마지막 검색일 : 2021년 11월 03일
4) kbs 시사적격 18회: 헬퍼, 거리청소년 잔혹사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C%8B%9C%EC%82%AC%EC%A7%81%EA%B2%A9+%ED%97%AC%ED%8D%BC>
5) 김혜리, '가정 밖 청소년' 수지는 오늘도 건물 옥상 전단지 위에서 잔다. 2021.08.10.,경향신문<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101022001>.마지막 검색일 : 2021년 11월 03일
6) 김혜리, '가정 밖 청소년' 수지는 오늘도 건물 옥상 전단지 위에서 잔다. 2021.08.10.,경향신문<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101022001>.마지막 검색일 : 2021년 11월 03일
7) 이자현. 경기도 ‘중장기쉼터’ 7곳 뿐.... 가정 밖 청소년 ‘메뚜기 신세’. 2021.9.7.,경인일보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memberNo=24167781&volumeNo=32318115>,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8) 이나라,광주·전남 가정 밖 청소년 거리 맴돈다, 2021.08.11., 전남메일<http://www.jndn.com/article.php?aid=1628675419321639005>.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9) 이나라,광주·전남 가정 밖 청소년 거리 맴돈다, 2021.08.11., 전남메일<http://www.jndn.com/article.php?aid=1628675419321639005>.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10) 김혜리, '가정 밖 청소년' 수지는 오늘도 건물 옥상 전단지 위에서 잔다. 2021.08.10.,경향신문<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101022001>.마지막 검색일 : 2021년 11월 03일
11) 김혜리, '가정 밖 청소년' 수지는 오늘도 건물 옥상 전단지 위에서 잔다. 2021.08.10.,경향신문<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101022001>.마지막 검색일 : 2021년 11월 03일
12) 김진희 ,여가부, 가정 밖 청소년 조기 발견·보호 위한 대책 논의 ,2021.08.13.,news 1<https://www.news1.kr/articles/?4402525>.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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