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2023)/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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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기초연구 생태계, 개혁이라는 이름의 독약82호(2023)/뫼비우스의 띠 2023. 12. 29. 22:58
전민규 편집장 지난 8월 말, 과학계에는 거대한 폭탄이 떨어졌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가 연구개발(이하 R&D) 예산이 올해 대비 16% 감축된 것이다. R&D 예산은 당장 결과를 내기 힘든 연구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으로, IMF 때도 삭감된 적 없는 분야였다. R&D 예산이 전년도보다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내년도 전체 정부예산이 올해 대비 2.8%나 증가한 상황이었기에 16%에 달하는 R&D 예산 감축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번 예산 삭감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답게 매우 갑작스럽고 급격한 변화였다. 대상에 따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70%까지 삭감되었음에도 과학계와의 협의 없이 통보 식으로 전달되었다. 말끝마다 과학을 외치던 윤석열 정부였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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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불편함 사이82호(2023)/뫼비우스의 띠 2023. 12. 29. 22:21
이승연 편집위원 반팔 티, 결정장애, 암 유발자, 00녀, 여기자, 짱깨, 애완동물, 주린이, 헬린이, 동반 자살, 지방 방송 꺼라, 촌스럽다, 유모차, 학부모, 몰카··· 위의 단어들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지만, 결코 익숙해서 안 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닌 요소는 ‘혐오와 차별’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수많은 단어 중 일부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이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그 배제는 곧 혐오의 감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주어진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혐오와 차별을 허용하는 단어들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필요한 표현이 불필요한 차별을 낳는다.” - 본문 138p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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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드라마, 정말 재미있기만 했나요?82호(2023)/뫼비우스의 띠 2023. 12. 29. 21:25
박지윤 수습위원 문화를 자국민끼리만 소비하던 시대는 끝났다. OTT의 발전으로 국가 간의 문화 장벽이 허물어졌고,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너무나도 쉬워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는 막대한 무역 흑자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이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낮은 인종차별 감수성이 제대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종차별, 어떤데? 2019년에 발표된 설문조사를 함께 살펴보자.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주민이 68.4%를 차지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을까.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9월 내놓은 《체류 외국인의 한국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5명 중 1명이 최근 1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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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어린아이였고, 머지않아 노인이 될 당신에게82호(2023)/뫼비우스의 띠 2023. 12. 29. 17:47
이승연 편집위원 “어른들이 조용히 있고 싶고, 아이들이 없어야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난 생각한다. 어른들이 편히 있고 싶어 하는 그 권리보다 아이들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는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는 거니까.” 2018년 11월 동화 작가 전이수 씨는 동생의 생일에 가족과 함께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출입을 거부당해 슬펐던 경험을 일기로 써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단지 어린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식사하지 못했다. 수많은 것이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많은 사람은 ‘내 일이 아니니깐 별 상관없어.’, ‘일단 나부터 편하고 봐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따라서 타인,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