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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전환> 2. 기후위기는 불평등과 얽혀 있다. (외고)76호/특집 2020. 6. 3. 21:01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기후위기는 자연의 역습이다. 인간은 잘살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자연은 기후위기로 인간을 공격한다. 불평등은 우리 시대의 역설이다. 빈곤을 줄이려고 경제 성장을 했는데 빈부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서로 깊게 얽혀있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도전적이고 전례 없는 위험이다. 어떻게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는 어떻게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가? 와 함께 다루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기후위기는 각 집단에 끼치는 영향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수단도 각 집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경제 불평등에 의한 소득 부족 또는 정치 불평등에 의한 권리 부족은 가난한 사람이 연안이나 하천의 저지대, 또는 산비탈과 같은 자연 재난이 발생하기 쉬운 곳에 살도록 내버려 둔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 해도 가난한 사람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연령과 성별도 기후위험의 취약성을 결정한다. 어린이와 노인은 혹독한 날씨에 더욱더 고통을 받는다. 가난한 나라 여성 대부분은 집 밖에서 연료와 물을 구해야 하므로 기후 위험에 더 노출되고 노동이 더 힘겹다.
빈곤층은 기후 위험 피해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지원을 받는 데도 불평등으로 인해 불리하다. 소득이 높은 사람은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구매할 수 있지만, 빈곤한 사람은 그러한 대비책이 없어 더 피해가 크다. 또한, 기후위기는 계층 간 불평등뿐만 아니라 국가 간 불평등도 악화시킨다. 부유한 나라는 기후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그럴 여유가 없다.
기후위기로 타격을 입었을 때 소득과 자산의 손실 비율이 빈자가 부자보다 더욱더 크다. 부유한 사람은 기후위기에서 피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빈곤의 덫에 갇혀 더 깊숙이 빠진다. 피할 수 없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이 때문에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악순환
기후위기는 세대 간에도 불평등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금 어린 세대는 이전 세대처럼 사치스러운 이산화탄소 배출을 누릴 수 없다. 허용 가능한 배출량이 이미 대부분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어린이와 청소년(1997~2012년생)은 그들의 조부모(1946~1964년생)가 먹고 쓰고 누리기 위해 배출한 양에 비해 단지 1/6 정도의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할 수 있을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실가스는 배출 후 바로 사라지지 않고 수백 년 동안 대기 중에 남아 누적되므로 기후위기가 계속 악화된다. 어린 세대는 이전 세대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를 고스란히 겪어내야 한다. 지금 당장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어렵고 모진 시련을 겪어내며 위험한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마지막에는 이것도 한계에 부딪혀 파국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는 누가 어디서 언제 온실가스를 배출했는지에 상관없이 그 피해가 전혀 다른 지역에서, 전혀 다른 세대에게 닥칠 수 있고, 바로 그곳에서 그들이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결과를 야기한 원인 유발자와 그 결과를 극복해야만 하는 사후 처리자가 같지 않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정의롭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하는가? 전 지구적인 문제에는 전 세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은 기후위기에 강력한 공범자다. 부유한 나라와 부유한 사람들은 잘살기 위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왔다. 반면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들은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기후 위험에는 더 쉽게 노출되어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은 고통을 받는다.
전 세계에서 부유한 10%의 사람들이 온실가스의 절반을 배출하는 반면, 세계 인구 절반인 가난한 35억 명은 온실가스 10%만 배출한다. 가장 부유한 1% 사람은 소득이 하위 10%인 사람보다 175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는 우리나라가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이 배출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전체 기후 피해의 약 75%가 발생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산업화를 통해 경제 발전의 많은 혜택을 누리고 부를 증가시킨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가난한 나라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금, 자원과 기술을 가져야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 부유한 국가는 이를 지원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최악의 재앙을 피하려면 부유한 나라와 더 가진 자들이 더 책임지는 공정함이 절실하다.
2000년 이후 기후과학자는 기후위험에 신속한 대응을 계속 주장해왔다. 하지만 소수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모두의 장기적 이익을 무시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속해서 많이 증가시켜왔다. 불평등 사회에서 자연환경 파괴로 이익을 얻는 지배 계층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평등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의 욕망을 부추긴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경제 성장이 가장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상승하는 파도가 모든 배를 밀어 올리듯 경제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은 우리 믿음대로만 되지 않고 오히려 기후위기에 몰아넣고 생존경쟁에 빠뜨리는 불평등을 가속한다. 현재 전 지구적인 경제 성장은 필요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더 많은 물질을 욕망하고 축적하기 위해서다. 이 세상에 쌓이는 온실가스, 미세먼지와 쓰레기가 이를 웅변한다.
완전한 평등이 부당한 것처럼 한없는 불평등도 부당하다. 불평등의 폭에 적정 한도를 설정해야만 한다. 스톡홀름 탄성력 센터는 2018년에 발간된 로마클럽 50주년 기념 보고서에서 전 세계 가장 부유한 10%의 사람이 전체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함을 컴퓨터 모형으로 산출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로 인해 서로 돌보지 않고 아끼지 않고 나누지 않아 일어난다. 불평등을 줄여야만 지구에 대한 착취를 줄여 다음 세대가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공유한다. 이곳에서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공평하게 증가한다. 하지만, 그로 인한 지구 가열은 우리를 더욱더 나누려고 한다.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에 재앙을 일으키거나 가난한 사람의 삶을 더욱더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후위기를 다루는 것은 불평등을 다루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영구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의 산물일 뿐이므로 우리가 바꾸면 된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으로 불평등을 감소시키고 불평등에 대응하여 기후위기를 줄여야 한다. 위기에서 우리는 무너질 수도 있지만, 우리를 변화시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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