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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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 기자수첩 · 편집후기82호(2023)/기자수첩 · 편집후기 2023. 12. 30. 14:07
기자수첩 고경빈 수습위원 고등학생 시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수연 작가님께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막연하게 그때도 어떠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질문을 하다 “작가는 질문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납니다. 당시 작가님께서는 작가는 “질문하는 사람이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질문’이라는 단어를 존엄하게, 또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순하고 파편적인 호기심에 의한 질문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해, 진실에 대해 끈기를 가지고 질문한다는 것, 그리고 집착이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질문한다는 것. 그게 바로 글을 쓰는 사람의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호를 위해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며 사랑하며 질문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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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 수업 ― 책 『존엄성 수업』을 중심으로 읽는 권리들82호(2023)/시나브로 2023. 12. 30. 13:31
고경빈 수습위원 너, 나, 우리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만 있는가. 개, 고양이, 풀과 바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있는 것들까지. 이 모든 것들은 각자 존엄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책 《존엄성 수업》에서는 이 모든 것들의 ‘존중받을 권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인간에게 마땅히 허용되어야 할 자유와 권리, 즉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하는 ‘권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전래동화부터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 작품들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예시로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못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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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마지막 인사82호(2023)/시나브로 2023. 12. 30. 11:39
정한비 수습위원 김영하, 『작별인사』, 복복서가, 2022. 『작별인사』 기억, 정체성, 죽음이라는 김영하의 주제가 에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새롭게 직조된다. 달라진 것은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반드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문제로 더 깊이 경사되었다는 것이다. 원고에서 핵심 주제였던 정체성의 문제는 개작을 거치며 비중이 현저히 줄었다. 대신 태어남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변증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작품은 휴머노이드와 클론, 즉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들과 인간들이 마주하게 되는 인류의 마지막을 그린다. 인간으로 살아온 휴머노이드 철이는 거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 밖에 나와 알게 된 진실과 함께 마주하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철이의 시선과 그 주변 인물을 따라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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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뒤의 사생활82호(2023)/시나브로 2023. 12. 30. 05:23
이채희 수습위원 들어가는 말 2023년 6월, 한국 미술계에는 ‘임옥상 쇼크’가 번졌다. 유명한 민중미술가인 임옥상 씨가 성추행 혐의로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운동과 미술운동에 적극 참여해 온 진보 미술계의 대표 작가다. 1980년대 초에는 ‘현실과 발언’의 창립 주역으로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회현실을 비판하는 미술운동을, 1980~1990년대에는 민족미술인협회를 통해 예술 민주화 운동을 벌였다. 2016년에는 촛불 시위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가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미술인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임옥상 씨는 2013년 8월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여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고,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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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를 하는 방법82호(2023)/특집, 동화윤리 2023. 12. 30. 04:39
고경빈 수습위원 아이들에게 죽음을 알려준다는 것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립니다. 아이들은 죽음을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으리라 생각하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과연 그들을 위한 것일까요?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을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어른과 같이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있고, 한 명의 똑같은 인간이죠. 그 말인, 즉 아이들 역시 죽음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세계에서 삶과 죽음을 경험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우리 사는 세계의 이치인데, 물론 이 규칙을 아이들이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르게 할 일도 아니죠. 죽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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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어떻게 읽을까?82호(2023)/특집, 동화윤리 2023. 12. 30. 04:25
고경빈 수습위원 누구에게나 동화를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 대부분은 똑같은 역사를 공유한다. 바로 전래동화를 읽으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 방법과 시기가 조금씩은 다를 수 있어도 우리 대부분이 「심청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라왔다. 그리고 또다시 지금의 아이들이 이런 전래동화를 읽으며 성장한다. 왜 우리는 몇백 년이나 지난 전래동화를 읽을까? 그렇다면 전래동화를 그대로 읽어도 될까? 몇백 년, 그 이상의 이야기.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누구에게나 동화를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그 시기를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지금의 어린이들이다. 도서관 어린이 서가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동화책들이 꽂혀있다. 그중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목들이 보인다. 바로 전래동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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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82호(2023)/특집, 동화윤리 2023. 12. 30. 04:07
고경빈 수습위원 라푼젤 신데렐라 성냥을 팔던 소녀 모두 다 왜 구해주기만을 기다렸나 처음부터 그렇게 쓰여졌으니까 어쩔 수 없는 뻔한 얘기 무엇을 써야 할까, 어떻게 읽어줄까, 왜 바꾸어야 할까. 문학은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 당연히 어린이 문학도 그렇다. 어린이들의 매일을 담아 보여주고 내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책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화다. 우리 대부분이 어릴 적 같은 내용의 책을 읽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책들을 펼쳐보면 어릴 적과는 다른 감상에 빠져든다. 가령 왜 계모들은 다 사악하며 왜 항상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왕자를 만나 극적인 결혼을 하는지.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가던 해피엔딩에 의문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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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 79호] 길 위의 아이: 여전히 차가운 밤거리82호(2023)/50주년 특집 리뷰 - 성심을 돌아보다 2023. 12. 30. 03:56
정한비 수습위원 기본적인 주거 공간에 대한 권리마저 빼앗긴 청소년, 그들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성심교지 79호[길 위의 아이: 여전히 차가운 밤거리]는 가정 밖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거 공간에 대한 침해 없이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할 그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이 기사는 청소년들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에 대해 말한다. 살아가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의식주는 우리 삶을 위한 기본 요소이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현대 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인간다운 주거에 대해 보장받지 못한 사람들은, 점차 추워지는 날씨에도 몸을 감싸는 것이 최선이다. 청소년은 사회에서 ‘미성숙한 존재’, 즉 권리 행사에 제한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