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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1] 당신의 인권은 안전한가요?76호/가대in 2020. 5. 29. 17:01
가톨릭대 인권센터 활성화를 위한 학생자치모임 ‘가다’
아직도 인권은 어디에
내 친구 A는 성폭력 피해자다. 가해자는 같은 과 선배였다. 친구 A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따금 올라오는 자책으로 우울해졌다. 피해를 겪은 후 학교 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구를 찾아가려 했지만 마땅한 학내 기구가 생각나지 않았다. 친구 A는 그런 기구가 설령 있었다고 해도, 쉽게 믿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도움은 받고 싶지만 진짜로 찾아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도 가해자인 과 선배와 함께 수업을 듣는다. 동아리를 같이 하는 B는 요즘 강의시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고 한다. 전공필수 과목으로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인데, 교수님이 강의 내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말을 해서 강의시간마다 자기 존재가 배제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동아리원 B는 이런 차별에 스스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게 정상이죠. 여러분”과 같은 말을 들을 때면 심장이 내려앉는다.
2012년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대학생 7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여학생 3명 중 1명이 성희롱과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여전하다. 대학 내 미투(#METOO) 운동을 통해 인천대 A교수, 동덕여대 H교수, 고려대 K교수 등 이니셜로 표현되는 교수들의 가해 사실이 드러났다. 교수 또는 교직원, 선후배, 동기 사이에 일어난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에서, 자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여 공론화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경우를 고려하였을 때 드러나지 않는 사건이 훨씬 많을 것이다. 성소수자 차별 역시 마찬가지다. 한동대학교와 숭실대학교는 건학 이념 등을 이유로 학내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와 그 주제로 한 시설 대관을 불허했다. 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이들은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학 당국뿐 아니라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도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혹은, 못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은 학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권센터로 만날 변화들
대학인권센터는 대학 내 성희롱과 성폭력, 인권침해 사안을 상담하고 처리하는 기구이다. 피해자 상담 치료, 가해자 교육,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 처리와 지원, 인권 교육과 관련 행사 주최, 인권실태 조사와 연구 시행, 인권 보장 정책 수립 등 학내 인권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룬다. 인권센터의 활동 대상을 학생과 더불어 교수, 교직원을 포함하여 학내 구성원 전체로, 포괄적인 인권침해 사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권 지침과 교육을 통해 학내 인권의 현주소를 바꿀 수 있는 기구인 것이다.
만약 인권센터가 학내에서 영향력 있고, 학내 구성원에게 신뢰받는 기구였으면 어땠을까? 다시 위의 사례를 살펴보자. 친구 A는 인권센터에 찾아가 성폭력 피해 사안을 접수하고 심리치료를 받으며 가해자와의 분리를 공적으로 요청했을 것이며, 가해지목인은 인권센터 내에서 조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후 적절한 교육과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동아리원 B도 인권센터에 찾아가 교수님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 사안을 접수하였을 것이다. 인권센터는 해당 사안을 조사한 후, 공식적으로 해당 교수님 혹은 해당 학과에 인권 보호와 차별금지를 권고하여 B가 차별을 경험하지 않는 강의를 듣도록 지원했을 것이다. 인권센터로 변화를 경험할 사람들은 A와 B만이 아니다. 장애를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거나 출신 국가에 대한 모욕과 무시가 섞인 말을 들어온 학내 구성원들 역시 자기 권리와 존엄을 보장받을 것이다. 인권침해를 경험하였을 때 그 사실을 말할 수 있는 학내 기구가 있고, 그 기구가 학내에서 영향력이 있다면 그 학교는 인권친화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우리의 인권은 436원?
그렇다면 가톨릭대 인권센터는 어떨까? 가톨릭대학교 한 대학생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300~450만 원 정도이다. 그중에 학교가 한 학기 동안 인권센터 운영에 투자하는 돈은 한 학생당 436원이다. 등록금 중 0.015~0.001% 정도이다. 인권센터의 명시적 근무자는 2명이지만, ‘가다’에서 확인했을 때 실질 근무자는 계약직 1명이었으며, 지난 근무자들의 근무 기간을 고려할 때 현재 근무자의 근무 기간 또한, 최대 2년으로 예상할 수 있다. 1명이 상담 접수를 하고, 사안을 조사하고, 센터 행정을 운영하고,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인권 교육과 캠페인을 계획·진행한다. 과연 한 명이 해낼 수 있는 몫일까? 인권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인권침해 당사자와 학내 전체 구성원이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권센터는 예약 방문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운영시간이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로, 학내 구성원이 언제든 필요할 때에 인권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성심교정 부족 기관이라는 위치 역시, 독립적인 영향력을 끼치기엔 역부족이라 할 수 있다.
구분
성명
시작일
종료일
1
A
2010-03-01
2011-06-30
2
B
2011-07-01
2012-08-31
3
C
2012-09-01
2014-08-31
4
D
2014-09-01
2016-08-31
5
E
2016-09-01
2019-08-31
6
F
2018-09-01
2019-08-31
7
G
2019-10-01
현재
2010~2020 성심교정 성폭력상담소 근무 시작 및 종료 시기
(성폭력 상담 및 인권센터 담당 선임연구원급만 기재 / 가다에서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자료입니다.)
가톨릭대 인권, 다시 찾으러 가다
‘가다’는 가톨릭대학교 인권센터 활성화를 위한 학생자치모임이다. ‘가톨릭대 인권, 다시 찾으러 가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고 있다. ‘가다’의 활동 목적인 ‘인권센터 활성화’는 아래 5가지 목표를 두고 있다.
첫째, 인권센터를 여성, 장애인, 외국인, 북한이탈주민 등 학내 소수자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강연과 교육, 캠페인 등 인권친화적인 문화 형성 활동을 하여야 한다.
둘째, 앞서 말한 활동을 위하여 학교에서 충분한 예산을 인권센터에 책정하여야 한다.
셋째, 학교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독립기구로 위치하여야 한다.
넷째, 전문적 인력 확보와 안정 고용 형태를 갖춰 가톨릭대와 가톨릭대 인권에 관한 이해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학내 구성원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안전하고 영향력 있는 기구이어야 한다.
가다는 이렇게 정의한 ‘인권센터 활성화’를 목적으로 캠페인과 액션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학내 인권의식 향상을 위한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있으며 다음 학기 안으로 학내 인권 침해 실태 및 사례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학내외 모임들과 연대를 맺어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가톨릭대를 만들기 위한 액션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가톨릭대학교에는 학내 인권침해 사안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고 지원할 기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학생 A와 B는 멀리 있지 않다. 차별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이제는 학내 구성원 그 누구도 위계관계, 시설미비, 타인의 시선 등을 이유로 자신의 인권을 침해당해선 안 된다. 인권센터의 활성화,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학교가 2020년에는 꼭 필요하다.
인권센터 활성화를 위한 학생자치모임 ‘가다’ 신입모임원 및 연대단체 모집
SNS계정 @cukhumanrights
전화번호 010-2823-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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