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2021)
-
가사 노동자, 집 밖 더 큰 세상으로 -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김재순 협회장,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와의 인터뷰79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12. 6. 19:59
-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김재순 협회장,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와의 인터뷰- 고수안 수습위원 ‘가사(家事) 사용인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열다섯 자 남짓의 한 줄은 지난 68년 동안 가사 노동자를 법의 보호 밖으로 밀어내는 장벽과도 같았다. 전통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속에서 가사 노동은 ‘집안일’이라는 말로 불리며 경제적 가치가 없는, 부수적인 노동으로 평가절하되어 왔다. 법 제정 당시의 사회적 맥락으로 보자면, ‘사적(私的)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에 국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 조항의 사유로 짐작해볼 수 있다. 오히려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더욱 호출 근로, 부당 대우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었음에도 국가는 과거의 관행과 인식을 청산하지 못한 채 노동자의..
-
(Close-up) 학생들의 목소리를 수거하는, ‘나를 찾는’ 대학79호(2021)/가톨릭대와 대학 2021. 12. 5. 00:11
강해리 수습위원 “우리는 여기 있다! 우리는 여기 있다!” 이는 2019년 3월, 새 학기를 맞은 숭실대학교 교정에 울려 퍼진 학생들의 목소리이다. 해당 대학의 성소수자모임 ‘이방인’은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새내기 모두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고자 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으며 수거되었다.1) 시간을 거슬러 2015년 3월, 부산대학교의 ‘큅’(QIP·Queer In PNU)이 게시한 위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은 고의로 훼손되었다. 이에 해당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혐오표현대응팀 '찢지 마'를 포함한 학생단체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반대하는 내용의 “찢지 마, 지우지 마, 부활할 거야” 대자보를 교정에 붙이며 용기의 목소리를 모아 내었다.2) 그리고 2016년 3월, 서울대학교의 ‘큐이즈’(Q..
-
문자의 영속성을 꿈꾸며 -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거북이와 두루미취재기》취재기79호(2021)/실감기 - 무해한 연결 2021. 12. 4. 23:54
강해리 수습위원 영원한 건 존재할 수 있는가 영원(永遠). 어떠한 상태가 끝없이 이어지거나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것. 혹은 보편적인 진리의 의미나 타당성이 시간을 초월하는 것. 신(神)이나 진실성처럼 시간의 존재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금까지, 언제나, ‘영원’을 꿈꿔왔다. 에서는 비극적인 결말의 ‘영원한 사랑’이,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는 여정에는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이 담겨있다. 그리고 현대에서는 의학의 힘을 빌려 ‘영원한 젊음’을 얻고자 하기도 한다. 반면, 불교는 우리에게 영원한 건 없다고 이야기한다. 불교의 근본교리를 이루는 세 가지 진리를 ‘삼법인(三法印)’이라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제행무상’은 우주 만물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여 한 모..
-
청소년이 빠진 청소년 성교육79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12. 4. 23:06
강해리 수습위원 현재 한국에서 행해지는 ‘청소년 성교육’에는 청소년이 빠져있다. 청소년은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중간단계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청소년기는 성인으로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전,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인식이 성장하며 이들을 ‘동료 시민’으로 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1) 특히 청소년은 학교라는 사회에서 더 큰 사회로 넘어오기 직전의 문턱에 서있다. 청소년은 ‘가정과 학교, 사회’라는 그들이 속한 공동체 집단에서 성(性)에 대한 관념과 패러다임(paradigm)을 학습한다. 현재 한국의 청소년은 어떠한 성교육을 받고 있는가? 기존의 차별적이고 구시대적인 성관념과 성 역할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여기’ 한..
-
“우린 북극곰은 아니지만∙∙∙” 기후 위기의 또 다른 피해자79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12. 3. 23:10
들어가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어디에 멈춰있을까.” 전례 없는 한파로 얼어붙은 온화했던 도시, 느닷없는 돌풍과 우박을 동반한 돌발성 호우, 끝없는 화마(火魔)에 잡아먹히는 도시들. 마치 환경재난영화 (2012)의 장면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언급한 사건들은 영화 시나리오가 아닌, 현재의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인류의 끝을 예견한 영화 속 미래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도드라지는 사례들이 수차례 발생한다. 물론 기후위기 이슈는 이미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발생해 왔다. 하지만 올해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유독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그 강도와 피해 규모, 잦아진 발생 빈도 때문일 것이다. 특히 바다가 보여준 변화는 극적..
-
보이지 않는 올가미: 목 졸려 죽어가는 바다 생물들79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12. 3. 23:05
들어가며. “아직도 해양 쓰레기 문제가 빨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바야흐로 쉬운 생산과 쉬운 투기가 만들어낸 쓰레기 과잉 시대가 도래했다. 그에 따라 업사이클링ⅰ과 제로웨이스트ⅱ라는 더 적극적인 환경 부담 줄이기를 지향하는 요즘이다. 현대인은 자연의 등에 지웠던 쓰레기의 무게를 덜고자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해 대나무나 종이로 된 빨대 혹은 다회용 소재 빨대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바다를 가득 채운 쓰레기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주는지를 묻는다면, 환경단체들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자 처음 경각심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콧구멍에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던 거북이가 크게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 그 계기일 것이다. 또는 면봉에 ..
-
<여는 글> 무너지는 바다79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12. 3. 23:00
올해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해양 문제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청와대로 환경운동연합과 시셰퍼드 코리아, 공익법센터 어필 등의 시민 단체들이 모였다. 다음은 이들이 플래카드에 내건 시위 문구다. “인간의 욕심을 감당할 바다는 없다.” 현재 바다는 거대한 품에 수많은 병을 끌어안고 있다. 절절 끓거나 차게 식는 등 양극화된 이상 수온으로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해양 쓰레기 문제도 바다의 몸살에 한 몫 한다. 바다는 이제 플라스틱 폐기물 포화 상태에 진입했다. 인간의 욕심은 기어이 바다의 수용치를 넘어가고 있다. 특집① : 보이지 않는 올가미: 목 졸려 죽어가는 바다생물들 요즘 SNS에는 도망치는 물개의 목에 감긴 그물을 끊어내는 사람들의 짧은 영상이 게시되곤 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동물은 주로 ..
-
메타버스는 해답이 될 수 있을까?79호(2021)/가톨릭대와 대학 2021. 12. 3. 13:39
전민규 수습위원 어느 순간부터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더 이상 특정 이용자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상 현실 플랫폼 ‘제페토’는 출시 1년 만에 1억 3,000만 명 가입을 돌파하였으며, 이 플랫폼을 통해 열린 팬 사인회에 4,60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참여하는 등, 최근 들어서 다양한 사용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공·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기존의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SNS의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시대적인 수요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사회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교육 쪽에서 활발하다. 코로나 19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