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대에 가면 - ‘인권위원회’도 있고77.5호(2021)/가대in 2021. 2. 24. 15:28
김정연 수습위원
© 한국대학신문 세계는 수많은 개인의 집합이다. 개인의 환경과 특성은 제각각이지만 모든 이에게는 권리와 자유가 있다. 대학의 영단어 ‘University’의 어원과 같이, 대학은 하나의 세계이다. 다양한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대학에서도 역시,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2020년 7월 6일 민주 대학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인권위원회가 신설됐다. 성심은 1월 25일 인권위원회의 윤효빈 인권위원장과, 최서희 부위원장을 서면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대학 내 인권의 현주소와 그 속에서 인권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2020년에도 대학 인권은 제자리걸음
인권침해 문제는 대학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8년 부산대학교 교수의 대학원생 성추행 사건과1] 2019년 숭실대학교의 성소수자 환영 현수막 설치 불허 사건1), 2020년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과장의 연구원 성추행 의혹 사건 등이 그 예다. 대학 내 인권 문제는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하며, 대부분에 ‘권력’이 작용한다. 앞선 전남대학교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허위신고자’가 되어 학교로부터 해고당했다. 학교는 40년 이상 근무한 가해자에 편에 섰다.2) 이처럼 위계 구조에서 권력을 가지지 못한 피해자의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대학에서 발생한 여러 인권 사건에서 공통으로 거론되는 것은 ‘대학 인권센터’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 내 인권센터 설립을 권고하면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약 190개 대학에 인권센터가 생겨났다.3) 인권센터가 설립된 후 지금까지, 노동자가 교수진으로 구성되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허점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권센터의 구조적인 문제는 피해자 중심의 해결보다 권력이 우세한 쪽에 힘을 싣는 것으로 이어졌다.4) 학생과 구성원의 인권침해 사안을 담당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구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그 기저에는 위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학생 없는 학생 인권
본교의 인권 관련 기구·단체는 총 3곳이다. 특별기구 ‘인권위원회’, 인권센터 활성화를 위한 학생 자치 모임 ‘가다’, 부속기관 ‘인권센터(성폭력상담소)’는 가톨릭대학교 구성원의 인권 관련 문제해결을 돕는다. 본교의 인권센터에는 담당 교수 1명과 계약직 노동자 1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이런 인력난으로 방문 상담은 예약을 통해서만 진행된다.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교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인권침해 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 가톨릭대학교 인권센터 홈페이지 약 2년 임기의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이 교내 모든 인권 문제의 상담부터 해결까지 관여하기엔 무리가 있다. 만약 근무 기간 동안 법적 조치가 필요한 사건을 다루게 된다면, 끝까지 피해자 편에 서서 사건을 책임지기란 어렵다.5)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권센터가 행정조직이 된다면 인권센터의 목적은 사라지고 기계적인 중립성을 유지한 채 사건을 관료적으로 처리할 것’이라 말했다.6) 대학은 성, 섹슈얼리티, 나이, 노동, 인종, 장애 등 다양한 관계가 얽혀있는 곳이다. 인권센터가 다각도로 사건을 보지 못하고 관료적 절차의 일부로 전락한다면 ‘정당한 해결’은 불가능하다.
학생이 말하는 학생 인권
© 가톨릭대학교 인권위원회 -
전체학생 대표자 회의를 통해 인준된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
-
학내사회의 인권향상, 권리증진을 목표
-
인권교육, 캠페인, 학내 인권 의식조사, 인권침해 피해자 인권 보호와 대책강구,
학내 인권침해 사례 기록과 수집 활동 시행
본교의 인권위원회는 인권센터와 달리 학내 성희롱 또는 성폭력, 인권침해 사안에 직접적인 심의와 사건 해결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 그럼에도 인권위원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총학생회장단과 중앙집행위원회로부터 독립되어 인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학내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대학 본부에 공식적 조사를 요구하고 권력자가 아닌 학생의 시선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효빈 인권위원장은 ‘고충 해결기구’로서 인권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효빈 인권위원장은 “작게는 개인, 크게는 차별받는 집단의 고충을 인권위원회가 함께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인권위원회의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교의 인권센터는 부속기관이며 심지어 성폭력상담소와 겸임하고 있다. 이런 불안정한 입지에서 인권센터가 독립성을 갖고 사건을 다루기는 어렵다. 따라서 권력에 의해 사건이 좌지우지되지 않기 위해 인권위원회와 학생이 ‘견제 기구’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건 해결의 공정한 절차와 결과를 감시하는 것이 ‘학생 중심’ 인권의 첫걸음이다.
©가톨릭대학교 인권위원회 인권위원회는 학내 구성원들이 인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새내기 새로 배움터 인권보호 매뉴얼’을 제정하여 학내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적, 차별적 행위와 빈번히 사용되었던 혐오 표현을 방지하고자 하며, 배리어프리 사업, 홍보 부스 활동, 인권영화 상영 등을 논의 중이다. 또한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의 인권 콘텐츠 발행과 인권 강연을 통해 인권 인식 향상을 도모한다. 윤효빈 인권위원장 또한 ‘지금도 진행되고 있을지 모를 침해와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독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함’을 당부했다. 학생이 주체가 되어 인권을 주장하지 못하고, 그 주장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대학에서 인권이란 허울뿐인 권리다.
대학은 학과 교수, 학장, 부총장과 총장으로 귀결되는 수직적 구조이다. 현 구조에서 통제당하지 않고 주체로서의 권리를 취득하기 위해선 학생 스스로가 인권에 민감해져야 한다.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의 저자 채효정 씨는 ‘공동의 의제 형성이 가능하지 않게 된다면 문제는 전부 개인이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7) 인권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학생의 인권 감수성과 공동체의 연대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다채로운 학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2021년, 우리 모두의 인권에 주목할 때다.
1] 성추행은 2015년경 이뤄졌지만 2018년 ‘대학 내 미투운동’이 활성화되며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출처>
1) 오승재, “성소수자 차별이 ‘기독교 정신’이라는 숭실대를 규탄한다”, 2020.4.28., 오마이뉴스, <http://omn.kr/1ngpl>, 마지막 검색일: 2020년 2월 6일.
2) 박준배, 성추행 신고했더니 ‘해고’…전남대 산학협력단 논란, 2020.8.4., news1, <https://www.news1.kr/articles/?4016288>, 마지막 검색일: 2021년 2월 5일.
3) 별별기자단 박가은, 대학 내 인권센터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요?, 2020.6.22., 국가인권위원회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nhrck/222008830121>, 마지막 검색일: 2021년 2월 2일.
4) 하선아, 전남대 인권센터, ‘성추행 의혹’ 부적절 대응, 2020.8.5., KBS NEWS,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510548&ref=A>, 마지막 검색일: 2021년 2월 2일.
5) 가톨릭대 인권센터 활성화를 위한 학생자치모임 ‘가다’, 당신의 인권은 안전한가요?,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지 76호, <https://cukkyoji.tistory.com/523?category=903667>
6) 작고 소중한 ㅇㄱㅅㅌ[대학에서 싸우는 여자들 #3], 2019.3.1., 위릿 유튜브 채널 인터뷰, <https://youtu.be/Mu2XZD9ltAA>
7) 채효정,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2017.6.27., 교육공동체벗.
'77.5호(2021) > 가대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welcome 20→21 : 20학번 말말말 (0) 2021.02.26 모이지 않고, 모이는 동아리 (0) 2021.02.26 가대에 가면 – ‘키스톤디자인’도 있고 (0) 2021.02.26 전공을 전공하지 않습니다 (0) 2021.02.24 2020 가대 돌아보기 (0) 2021.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