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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대전환> 1. 기후 위기,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76호/특집 2020. 6. 2. 15:31
윤진영 수습위원
출처 : 기후변화센터 지난 2019년 9월 이제껏 보지 못했던 대형 산불이 호주에서 6개월간 이어졌다. 건조한 기후 탓에 호주에서의 산불은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이번 산불은 이전과 다르다. 산불이 진행되었던 6개월 동안 호주는 대한민국 한반도 전체에 다다르는 규모가 불에 뒤덮였다. 최소 사망자 33명, 1100만 헥타르 이상의 산림과 10억 마리가 넘어가는 야생동물이 불에 의해 사라진 아픔은 산불로 인한 여파가 인간과 생태계로 돌아옴을 시사한다. 피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산불은 진화되었지만 4억 톤이라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지구 대기에 배출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는 호주의 산불, 이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출처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기후변화란 무엇인가?
UNFCC(유엔기후변화협약)는 기후변화를 “전 지구 대기의 조성을 변화시키는 인간의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정의한다. 세계의 많은 언론과 단체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기후 위기로 부르는 추세이기도 하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세기와 20세기를 거쳐 현재 지구의 온도는 1.2도가 올랐다. 예로부터 지구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그래프를 그려왔지만, 최근 들어서 수직에 가까운 상승을 하고 있음을 1905년부터 2005년이라는 한 세기 동안 0.74도가 오른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지구의 이상에는 인간의 요소가 빠지지 않는다. 우리는 기후 위기가 단순히 그래프 상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현재 인류에 큰 위협을 주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전문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기후변화로 생긴 모든 결과가 이 펜데믹을 만든 겁니다. … 인간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터를 침범하고 있어서예요. 1900년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14% 정도였어요. 지금은 거의 77%입니다. 인간은 야생을 개발해 단일 경작지로 사용하고, 숲을 밀어버리고 소를 키워 소고기를 생산합니다. 이것도 기후변화를 유발합니다. … 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시작됐습니다. 인간들이 재난을 피해 이주하듯 동물뿐 아니라 식물, 바이러스까지 기후재난을 피해 탈출하고 있어요.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에 인간 곁으로 왔고, 바이러스는 동물의 몸에 올라타서 이동했죠. 최근 몇 년 동안 에볼라, 사스, 메르스, 지카와 같은 펜데믹이 발생한 이유입니다.”
인간의 욕심이 많은 양의 산림을 파괴했고, 그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수많은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는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져 바이러스가 창궐했다는 것이다. 산림파괴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없앰으로써 이산화탄소의 양을 증가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의 대기를 둘러싸게 된 수많은 이산화탄소의 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을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며 이는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사막화, 해수면의 상승 등 다양한 피해로 돌아온다. 산림파괴 이외에도 화석 연료를 배출하는 공장과 에너지 생산, 그리고 인간이 있는 모든 곳은 기후 위기를 만들어내고 촉진한다.
인간이 초래했고, 인간이 받을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산업화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물론 산업화를 통해 인류는 차원이 다른 발전과 편리함을 얻었지만, 인류를 위기로 내모는 비극적인 결과 또한 만들어냈다. 몇몇의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인간이 자초한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1.5도 특별 보고서는 기후 위기는 인간에 의한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수의 과학자들(혹은 NGO들)에의해 경고되어 왔다. 이들은 인간의 발전에는 기후 위기가 따라올 것이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수를 제외하면 그들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마도 기후 위기는 자신 세대가 아닌 먼 미래에 일어날 위기라고 생각했을 듯 싶다. 그러나 먼 미래에 찾아와야 할 지구의 위기는 너무나도 일찍 찾아왔다. 현재 지구는 1.2도가 상승한 상태며,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재해들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지구의 온도가 기후 위기의 마지노선인 1.5도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면 어떤 재앙이 닥쳐올 것인가? 지금의 재해는 아직 예고에 불과할 뿐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세계 그리고 허점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세계의 움직임은 1992년 3월 21일 체결된 기후변화협약으로 시작된다. 2012년 교토 의정서, 2016년 파리기후협약으로 195개국 중 167개국이 탄소 배출량을 자발적으로 감축할 것을 협의했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움직임에 큰 획을 그었다. 하지만 이러한 협약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그린딜 정책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 유럽을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들고자 했고, 탈원전 탈석탄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며 석탄 화력 발전소도 폐지했다. 하지만 기후 위기 대응 협약을 맺은 OECD 국가 중에서, 민간 국제 기후정책 분석기관인 ‘기후행동추적(CAT)’의 가장 높은 등급인 ‘모범’에 해당하는 국가는 없었다. 실행은 하고 있지만, 아직 그 노력이 부족해 기후 위기가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가 있다면,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국가도 있다.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두 번째로 많은 미국이다. 미국은 2019년 11월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행보를 보이며 ‘최하’라는 기후변화 대응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에 역주행하는 한국
한국의 기후 위기 대응책은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은 탈원전‧탈석탄이라는 세계의 흐름에 역주행하며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의 목표 이행을 위해 2030년 이내에 석탄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이어 오는 2050년에는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유럽의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은 OECD 국가 중 국토 대비 석탄 발전소가 가장 큰 국가에 해당하며, 지난 10년 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4.6%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한국의 대응 수준은 ‘매우 불충분’ 등급에 속한다. 기후 위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의지조차 너무나도 박약한 ‘기후 악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국이다.
보다 못한 청소년들이 나선다.
출처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How dare you!(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18살의 스웨덴 환경 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 위기를 촉진한 어른들을 향해 내뱉은 말이다.
“저는 여기가 아니라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러분은 희망을 바라며 우리 청년들에게 오셨다고요?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운 좋은 편에 속합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기후의 변화로 인해 미래 세대의 삶은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고, 이전 세대가 미래 세대의 앞날을 막은 만큼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툰베리는 주장한다. 앞으로도 닥쳐올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 대신 국회로 나아가 결석 시위를 벌였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야 할 학생의 무모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툰베리의 자그마한 불씨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로 이어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자고 협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청소년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움직임에도 한국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2019년 9월 27일 한국의 청소년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후 위기 시위를 통해 대통령의 응답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무책임의 끝판왕’ 얼마나 한국이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조치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한 ‘시민의 탄생 2부-이런다고 바뀔까요?’에서 ‘청소년 기후 행동’의 한 청소년은 “한 네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생각나는데 그 아이가 저희를 지나가면서 ‘엄마 저건 뭐야?’ 하니까 그 어머니께서 이제 저런 건(청소년 기후 위기 운동) 보면 안된다고‥” 라고 말하며 시민들의 무관심한 반응을 토로했다.
사람들의 차가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미래의 심각성에 대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낸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 더 이상 지구에서 인간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어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제러미 리프킨은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리는 전염병으로부터 몇 가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 우리가 함께하지 않으면 다 같이 무너진다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기업, 하나의 국가만이 변해서는 절대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기후 위기 운동을 시작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기후 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고 인류 전체의 문제로 누구 한 명만이 행동한다고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지구는 이미 우리에게 경고를 내렸다.
‘인간과 자연은 공존하며 살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는 ‘자연이 없는, 인간만이 남은 지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부터 우선 해야 하지 않을까? 몇백 년, 혹은 몇십 년에 걸쳐 인간은 날로 발전해왔지만, 그 대가는 너무 혹독하게 다가왔다. 인간은 자연과 떨어져 자연을 지배할 것이 아니라 자연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변화하고 있는 지구를 막지 않는다면 지난 호주산불의 악몽과 같은 일이 한순간에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10년 전에도 우리는 기후 위기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10년 후인 지금은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가 예전부터 계속 논의가 되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바뀐 것은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형식적인 방안으로 목표를 세운 것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기후 위기의 내용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무뎌진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바깥에 있어야 할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바이러스의 창궐로 실내에서만 머물고 있고, 어떤 아이는 그림을 그리면 푸른색 하늘이 아닌 짙은 잿빛의 하늘로 그린다. 이제부터라도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변화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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