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호(2021)/뫼비우스의 띠
-
<여는 글> 코로나 시대의 노동78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6. 2. 20:08
박연지 부편집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노동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삶을 이어나간다. 한편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데에는 언제나 타인의 노동 또한 필요하다. 내가 누리는 안락함의 이면에는 항상 타인의 애씀이 있다. 우리는 늘 서로의 노동에 빚져 살아있다. 노동은 우리를 살리기도 하지만 짓누르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노동을 하며 단순히 애쓰는 것을 넘어 착취를 당하기 일쑤다. 착취 구조는 여러 정치·문화·경제적 요인과 함께 복잡하게 엮여있다. 치밀하게 세워진 착취 구조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일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성심 78호 ‘코로나 시대의 노동’에서는 ‘돌봄 노동’과 ‘택배 노동’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우리의 삶을 지..
-
노동자이지만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78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6. 2. 15:22
양광모 수습위원 우리는 택배 없이는 살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택배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 빠르면 당일, 늦어도 이틀 안에 완료되는 택배 배송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이 택배다. 하지만 택배 사업 이면에는 죽어가고 있는 택배 노동자가 있다. 호황을 맞이한 택배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택배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다 택배 노동자는 근로계약을 맺는 노동자의 신분이 아닌 개인 사업자의 신분으로 일을 한다. 이를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부른다. 특수고용노동자는 형식적으로 고용계약상태는 아니지만, 계약상으로만 임금노동 형태를 벗어났을 뿐 실질적으로 기업들의 통제 하에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개인 사업자의 신분이기..
-
당신을 살리는 일78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6. 1. 18:40
최희원 수습위원 구성원이 가정에서 안정적이고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의식주를 영위하게끔 하는 가사노동을 ‘살림’이라 부른다. 가사노동이 가족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면 돌봄노동은 ‘노동’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어 한 개인이나 집단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돌보는 행위를 의미한다.ⅰ따라서 돌봄이란 가사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돌봄노동은 가사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2019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의 1인당 돌봄노동 시간은 남성은 연간 228시간, 여성은 598시간이다.ⅱ 여성이 겪는 돌봄노동의 편차는 늘 심각했으나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여성의 돌봄 가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비대면’으로 인해 학교와 돌봄시설의 문이..
-
한 선진국의 ‘가난의 할머니화’에 대하여78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6. 1. 18:35
소준철 작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학 박사 수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학 석사.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국제관계학 학사. 청계천기술문화연구실의 연구원과 「걷고싶은도시」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독저서로 『가난의 문법』(푸른숲, 2020)이 있으며, 공저로는 『절멸과 갱생 사이 – 형제복지원의 사회학』(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21)이 있다. 연구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2020)이 있다. 서울연구원 ‘작은연구 좋은서울’ 우수논문상(2015)과 제1회 최재석 학술상 우수논문계획상(2020)을 수상했다. 한국사회서 노인의 가난은 청년의 가난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문제다. 2015년,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에 대한 첫 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란 ..
-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향한 발걸음78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6. 1. 18:03
조우진 수습위원 지금, 미얀마 2021년 2월 1일 한 미얀마 체육교사가 일상 속에서 운동하는 동영상을 찍는 중이었다. 그 순간 영상을 찍는 교사 뒤로 장갑차와 군인들이 지나간다. 미얀마에 ‘군부독재’라는 어둠이 다시 드리운 순간이었다. 그 이후 미얀마는 지옥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다시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총격을 가하고 있다. 1) 2) 미얀마 시민들, 다시 거리로 나가다 올해 2월 쿠데타 이후 군부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민주 정부 인사들을 고문하고 체포 및 가택연금 시켰다. 그러자 시민들은 일상에서 거리로 나와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고 군부를 규탄했다. 이러한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는 비단 처음이 아니다. 20~2..
-
사람이 사람에게 이래도 되는가78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6. 1. 17:55
박연지 부편집장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를 척도로 사람의 계급이 나뉜다. 자본주의 사회의 천박함은 계급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의 곤궁한 처지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데까지 이르렀다. 타인의 빈곤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아 불로소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다. 이 산업은 빈곤층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고착화하고ⅰ,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말살되는가를 낱낱이 보여준다. 쪽방촌 사람들 2017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쪽방을 ‘일정한 보증금 없이 월세 또는 일세를 지불하며 0.5~2평(1.65~6.61㎡) 내외의 면적으로 취사실‧세면실‧화장실 등이 적절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주거공간’이라고 정의했다.ⅱ 쪽방촌은 쪽방이 다수 모여 있는 곳으로 주로 대..
-
<여는 글> 한국에서 빈곤한 자로 산다는 것78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6. 1. 17:08
박연지 부편집장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 때로는 사막에 내던져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시나요. 좋은 이야기가 있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 좋은 이야기에 대한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나요. 요즘도 무섭게 일어나는 일들을 마주하고 계시는가요” -, 이랑 자본주의 사회의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부를 척도로 계급이 촘촘하게 나뉘는 사회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그저 뒤로 밀려나지만 않으면 다행일 뿐, 계급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계급의 하층부에 위치할수록 “사막에 내던져진 것 같은” 삶을 살게 되는 사회. 이 사회에서 빈곤하다는 것은 사막에서 “무섭게 일어나는 일들을” 매일같이 마주하는 일이다. “무섭게 일어나는 일들”은 대개 생존과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