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대 내길 - 이동권을 중심으로78호(2021)/가톨릭대와 대학 2021. 6. 1. 18:25
최희원 수습위원
ⓒ성심 우리는 교내에서 수업을 듣고 학우들을 만나기 위해 승강기와 경사로, 계단을 이용하여 학교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나 비장애인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과 도로의 턱은 장애인들에게는 통행을 방해하는 벽이 될 수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시각장애가 있어 통행이 어려운 사람들은 여러 보조장비와 이동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과연 성심교정은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평등한 교정일까? 성심은 4월 27일과 5월 3일 직접 학교를 탐방하며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인지 취재했다.
중앙도서관까지의 여정
성심교정이 휠체어를 타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인지 알아보기 위해 성심은 본교의 장애 학생 지원센터에 양해를 구한 후 휠체어를 대여했다. 성심은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학생이 공부하기 위해 정문에서 중앙도서관까지 이동한다고 가정하고 직접 휠체어를 이용해보았다.
[국제관]
홀로 휠체어를 타고 국제관 1층에 진입하기부터 쉽지 않았다. 학생증을 찍어 문을 여는 것은 가능했으나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문을 밀 수 없었다. 바퀴로 갈 수 있는 경사로만 있다면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계단과 도로의 턱 이외에도 심각한 어려움이 존재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해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경사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외부로 나가는 문을 밀어서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2020년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보고서”에도 본교의 출입구 손잡이 설치 방법을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성심 [마리아관]
ⓒ성심 중앙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언덕을 올라 마리아관 앞 갈림길에 서서 다솔관으로 향하는 길과 마리아관으로 향하는 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다솔관으로 향한다면 계단과 경사로 차단 사슬에 가로막혀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기 때문에 마리아관의 공사장 옆 샛길을 이용했다. 그리고 다시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마리아관 공사로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된 것이다. 성심은 결국 다솔관 앞까지 도로 옆 인도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자 불량한 인도의 포장상태가 그대로 느껴졌다. 휠체어를 탔을 때 진동이 너무 심해 고장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경사가 매우 높고 길이 좁아 위험했다.
ⓒ성심 [다솔관]
다솔관 앞에서 다시 중앙도서관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다솔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2층에서 3층까지, 고작 한 층을 이용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하지만 다솔관을 지나가는 길이 경사가 높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올라가는 것이 어려웠다.
ⓒ성심 [중앙도서관]
긴 여정 끝에 미카엘관과 중앙도서관이 있는 평지까지 도착했다. “연구와 학문의 요람,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을 모토로 한 가톨릭대학교의 중앙도서관이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도달하기까지는 너무나 힘든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성심 누군가는 ‘이동 도우미 학생이 있는데 상관없지 않냐’고 질문할 수 있다. 경사로만 있으면 도우미 학생이 부축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장애인이 혼자서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조건에서 같은 장소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성심이 직접 휠체어를 이용해서 정문에서 중앙도서관까지 이동한 결과, 본교는 휠체어 이용자가 혼자서 교내 전체를 돌아다니기에는 아주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프트와 승강기의 존재
본교에는 학생회관의 교직원 식당 입구와 니콜스관 4층 하랑 입구에 휠체어 리프트가 있다. 단차가 있는 공간으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리프트는 오로지 휠체어 이용자만을 위한 시설이다. 성심은 교직원 식당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가 아예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직접 학생회관의 리프트를 이용했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리프트에 탑승했지만, 이번 역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따랐다.
버튼을 눌러 리프트의 발판을 내리는 동안 쇠가 긁히는 소리와 장치 내부에서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아주 심하게 났다. 단순한 작동음이 아닌 마치 바로 옆에서 공사하는 듯한 소리가 이용하는 내내 들려왔다. 직접 탑승한 후 다시 올라갈 때도 몸 전체가 심하게 떨리며 발판이 매우 부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녹슨 기계음에 전신이 흔들리는 위태로움까지 경험하니 두 번 다시는 리프트를 이용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이동에 도움을 주는 장치로 설치했지만 정작 제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나 많은 리프트였다. 장애 학생들을 위해서 설치를 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020년 3월에 신설된 리프트는 설치 후 장비의 보수나 검사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엔 상태가 매우 열악했다. 식사를 위해서 리프트를 이용하는 것마저 쉽지가 않았다.
ⓒ성심 본교의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 자체평가 보고서에는 미카엘관의 2층과 3층을 오갈 수 있는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할 예정이라 기록되어있다. 추가적인 리프트의 설치도 필요하지만 이미 설치되어있는 휠체어 리프트의 유지와 보수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필수적인 마리아관 승강기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용할 수가 없었다. ‘중앙도서관까지의 여정’ 단락에서 이야기했듯 가장 규모가 크고 많은 구성원이 이용하는 강의동인 니콜스관과 마리아관을 오르내리며 다솔관까지 접근하려면 엘리베이터가 필수이다. 그러나 마리아관의 엘리베이터를 두 대로 확장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취재를 진행한 4월 27일에는 엘리베이터의 주변에 공구들을 늘어놓거나 사다리를 설치해 엘리베이터 이용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비장애인 학생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학생은 아예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었다는 큰 모순점을 가져왔다. 5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는 엘리베이터 바닥공사도 병행했기 때문에 아예 통행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증축 공사는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희소식일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는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 학생 복지를 위한 시도는 좋았으나 다소 갑작스럽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성심 ⓒ성심 손발로는 읽을 수 없는 길
성심교정의 니콜스관 1층, 학생지원팀 앞 게시판에는 장애 학생 지원팀에서 게시한 ‘캠퍼스 보행안내 지도’가 있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2020년 3월 배포된 보행 안내 지도에는 성심교정의 건물 위치와 길이 점자와 돌출된 선으로 표현되어있다. 그러나 학생지원팀의 앞에만 게시했기 때문에 시각장애 학생이 니콜스관을 벗어나면 지도를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1
또한 교내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 학교에 점자를 읽을 수 있는 학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내의 시각장애인 중 93.9%의 시각장애인이 점자해독능력이 없다. 어려서부터 맹학교를 다닌 선천적 시각장애인들도 점자는 배우기 어려운 문자이다. 비장애인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습득하는 것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음성적인 지원이 아예 없이 점자만으로 안내가 이루어지는 보행 안내 지도는 결국 열 명 중에 한 명의 시각장애인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맹점을 가졌다. 캠퍼스 보행 안내 지도는 시각 장애인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를 자유롭게 보행하며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제작되었으나 현재는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2
ⓒ성심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도울 수 있는 것 중 하나에는 점자 보도블록이 있다. 성심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김수환관(국제관)을 직접 탐방하며 점자 보도블록이 잘 배치되어있는지 알아보았다.
시각장애 학생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국제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성심은 국제관 1층의 기숙사식당 앞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점자 보도블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중앙의 입구가 아닌 안쪽에 있는 작은 입구에만 점자 보도블록이 설치가 된 것은 아쉬웠다. 장애인 편의시설 상세표준도에 따르면 건축물의 주출입구와 도로 또는 교통시설을 연결하는 보도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하여야 한다. 최소한 국제관의 정문에서부터 안내데스크까지는 보도블록으로 연결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코로나19사태로 주 출입구 이외의 문은 전부 통행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점자 보도블록이 이어진 입구로는 시각장애 학생이 드나들 수 없다.
ⓒ성심 국제관 1층을 제외한 엘리베이터의 앞에는 승강기의 위치를 표시하는 역할을 하는 두 칸의 점자 보도블럭이 시공되어있다. 그러나 국제관 내의 주요한 갈림길을 표시하는 점자블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심 가톨릭대학교는 423개 캠퍼스가 참여한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평균 70.9점보다 훨씬 우수한 83.2점의 점수를 받아 ‘교육복지 지원 우수 대학’으로 선정되었다. 본교는 장애 대학생의 학습권을 위해 수강 교과목 대필 지원, 이동 보조 학습 도우미 학생 선발, SOS 보충학습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타 대학에 비해 장애 학생의 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심은 취재를 하면서 장애 학생의 이동권에 대한 부분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휠체어 리프트와 보행 안내 촉각 지도, 점자 보도블럭 등 장애 학생을 위해 마련한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했으나 결국 형식상의 대책에서 그쳤다. 현재 마련되어있는 대책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면 결국 기능하지 않는 허상의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3
앞으로 본교에서는 배리어프리 사업, 마리아관의 엘리베이터 증축공사 등 이동권과 학습권 보장을 위한 변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인권위원회와 총학생회는 배리어프리TF를 꾸려 ‘베리어프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권위원회는 보조 시설 없이 거동이 어려운 학생들의 접근조차 어려운 교내의 시설들을 검토하고 교내 시설 배리어프리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추후 배리어프리맵과 교내 시설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용도로 활용될 것이다. 모두에게 평등한 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고 있는 만큼, 효용성 있는 사업을 진행하여 장애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본교가 되기를 바란다.
- 1. 최우리, 당신도 어느날 갑자기 안 보일 수 있다…후천성이 90%, 2012.11.02.<http://www.imedialif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21>, 마지막 검색일 : 2021년 5월 4일 [본문으로]
- 2. 차미경, 실로암시각장복-한국증권금융꿈나눔재단,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한 캠퍼스 보행안내 촉각지도 배포, 2020.06.11, 미디어생활,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8762>, 마지막 검색일 : 2021년 5월 4일 [본문으로]
- 3. 공감언론 뉴시스, 가톨릭대,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3회 연속 우수, 2021.03.04.,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304_0001359529&cID=14001&pID=14000>, 마지막 검색일 : 2021년 5월 5일 [본문으로]
'78호(2021) > 가톨릭대와 대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톨릭대와 외길 – 통학로를 중심으로 (1) 2021.06.02 <close-up> 여는 글 (0) 2021.06.01 <Close up> 629의 이야기: 반려동물과 유기동물 문화의 불편한 진실 (0) 2021.06.01 언택트 시대, 화면 안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 (1) 2021.06.01 <여는 글> 가톨릭대와 길 취재기 (0) 202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