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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CUKQ의 이야기77호/가톨릭대와 대학 2020. 11. 28. 01:47
가톨릭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CUKQ
이 페이지에는 CUKQ 회원들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페이지가 한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진다면 그만큼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일관된 경험을 당해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CUKQ 구성원들을 비롯한 많은 소수자들은 수많은 혐오의 대상이 되면서도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을 지키고자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CUKQ 구성원들과 다른 소수자들이 서로의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혐오의 언어도 물리적 위협과 마찬가지로 폭력입니다. 또한 당신과는 다른 사람들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일차원적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혐오를 멈추세요. 타인을 싫어할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2020년 CUKQ 회장 올림
누구도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는 타자에게 ‘완전하고 올바른 소수자의 모습’을 기대한다. 본인이 보기에 지적할 일 없는,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도 회자될 일없는 완벽한 틀 속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일까. 내 성지향성이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알려졌던 그 날 이후로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역시 소수자라서 타자성을 가진 존재’ 혹은 ‘소수자이지만 타자성을 가지지 않고 편한 존재’라는 두 영역 속에만 존재하는 평가 대상이 되었다. 내가 타자화되어 누군가에게 ‘성소수자’ 집단 전체의 모습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내가 타인을 사랑하는 일에 정당성을 찾기 위해 훈련되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나는 나를 혐오하는 이들의 말과 그에 반박할 말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적절한 행동만을 전시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나는 내 모습을 무거운 책임으로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는 다른 모든 존재들처럼 그냥 존재할 뿐이다. 수년 전의 나는 ‘성소수자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모습만을 보여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내가 동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기름 자국을 따라가 붙은 불처럼 퍼질 때, 나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내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을 때, 술에 취한 채로 사실 여부를 물어올 때, 모르는 사람이 내 SNS에 찾아와 악의 가득한 말을 남기고는 웃을 때, “나는 너를 지지해”라고 말하며 이전과 같이 행동하지 않을 때. 나는 내 존재를 해명해야만 했다. 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내 성지향성을 가십거리로 소비하고 나를 전과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고 싶었다. 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것이 아닌, 그저 ‘가십거리’일 뿐이었다.
내가 뱉는 말, 내가 하는 행동은 여전히 누군가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단된다. 오픈리로 쭉 살아온 지금 “30대가 되면 이성에게 끌릴 거야.”라는 주변인들의 무례한 말에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굉장히 불쾌하다. 나도, 다른 CUKQ 사람들도, 당신 주변의 모든 소수자들도 절대 한 개인이 특정 그룹을 대변할 수 없다. 당사자도 아닌 사람이 타인을 판단하고 일반화하는 일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례한 일인지 알아주길 바란다. 나는 당신의 술안주가 아니다.
피해망상 집단이라니
‘에브리타임’에서 우리를 혐오하는 발언들을 많이 보곤 한다. 그럴 때면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이 그 사람도 언젠가 자신의 소수성으로 인해 혐오 발언을 들으시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라는 것 외엔 없다. 성소수자를 다루는 강의마다 “아무튼 동성애는 일반적이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저는 거부감이 들어요. 그냥 이상해요!” 등과 같은 발표 사례가 나온다. 우리를 혐오하는 이들의 레퍼토리는 변하지 않고, 우리는 이런 혐오가 이제는 지겹기까지 하다. 심지어 ‘에브리타임’의 CUKQ 계정은 홍보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지되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지난 학기에 ‘가다’의 성소수자 관련 카드 뉴스는 게시된 지 30분도 되지 않아 신고당해 계정이 정지되고 게시글이 내려갔다. “너무 가르치려 든다. 가만히 있지 왜 굳이 튀려고 하냐” 등과 같은 댓글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삭제되어 CUKQ 회원들은 게시글을 볼 수조차 없었다. 게시물을 올린 계정이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정지, 삭제당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화력의 신고가 필요하다. 대체 어떻게 당사자들도 못 본 게시글을 그 많은 사람들이 “가르치려 든다, 가만히 있지 너무 튄다, 성소수자가 뭐라고” 등의 이유로 신고까지 하신 걸까? 아직도 그들의 노력이 신기할 뿐이다. 우리를 향한 혐오와 편견이 없다면 우리가 불특정 다수들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도 없다. 왜 우리는 항상 익명 뒤에 숨은 무례한 말을 들으면서도 ‘그런가 보다’ 하며 넘겨야 하는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성의교정에 아주 많았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성별을 ‘여‧남‧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으로 가르쳐야 하고 동성 간의 성행위가 정당한 것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동성애 교육을 하면 동성애자가 폭증할 것이라 여성과 청소년에게 큰 피해가 가므로 반대한다.” 등이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동성애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진 다수의 견해를 법에 의해 강제적으로 억압하는 역차별법, 동성애 독재법”, “국민을 서로 감시하게 만들고 동성애와 이단에 대한 올바른 비판을 전혀 할 수 없게 된다.”라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있다. 이러한 글만 보면 동성애가 전염병인 줄 알 것 같다. 정말 이러한 이유로 차별금지법에 반대 성명을 낸 거라면 당사자보다 더 동성애에 집중하고 관심이 많으실 것 같다.
CUKQ의 이야기는 이렇게 일단락됩니다. CUKQ는 성소수자 당사자만 가입 가능하며, 오픈 채팅방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가톨릭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Catholic University of Korea’s Queers CU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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