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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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52호/가대人 2010. 2. 26. 01:08
소예슬 소비자주거학전공 08 노란색 꽃을 테마로 한 카페는 여기 저기 꽃잔치였다. 천장에도 꽃, 바닥에도 꽃, 쇼파에도 꽃무늬가 만발했다. 탁자 유리 밑에는 말린꽃이 끼워 넣어진 것을 보고 S는 경악할뻔 했다. 바짝 말라 비틀어져 결이 보이는 노란 꽃잎 옆에 '금로매: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 물싸리라고도 불리움' 이라고 써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물싸리로 불리우든 물싸대기로 불리우든 S가 알 바 아니었다. S는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어젯밤 먹다 체한 노란 카레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카페 분위기가 참 좋죠? 인테리어도 예쁘구요. " S앞에 마주 앉은 Y가 말했다. 그가 칸막이 대신 걸린 노란 커텐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S를 다시 한 번 경악하게 만들었다. 노란 커텐은 정확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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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란스(Amaranth)52호/가대人 2010. 2. 26. 01:07
김민경 인문학부 09 I.Amaranth 어릴 적 나는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할아버지의 거대한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할아버지의 취미는 희귀서적을 모으는 것이었다. 그 도서관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책들이 먼지를 품은 채 잠들어있었다. 할아버지는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고 도서관은 내 차지가 되곤 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까지 책이 있었기 때문에 사다리를 타고 위험한 모험을 감수해야할 때도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모험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일이었다. 어느 날 나는 큰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제일 안쪽 서가에 가보기로 한 것이다. 그곳은 어두컴컴하고 왠지 모를 비밀스런 공기로 가득 찬 곳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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Баярлалаа Monglia.(고마워 몽골)52호/가대人 2010. 2. 26. 01:04
김영규 경영학전공 04 나는 언제나 어린 시절을 그리워했다. 어린 시절 나는 친구들과 한없이 즐거웠고 한없이 웃었다. 언제나 그 순간이 영원할 것 같았다. 우정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고, 나는 영원히 고등학생일 줄 알았다. 언제나 꿈이 있을 줄 알았고, 그 꿈은 시간이 지나면 이루어지리라 굳게 믿었고, 언제나 나를 지켜줄 누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스물여덟, 지금 난 세상에 혼자 던져진 시간에 익숙해져있었다. 돌아보면 아름다운 시간들, 늘 그립고 또 그리웠다. 2009년이 나에게 준 4학년 마지막 학기, 나는 대학생활을 이렇게 마치고 싶지 않았다. ‘진리 사랑 봉사’ 이 말의 의미도 체험하지 못한 채 끝내버리면 나는 ‘도대체 가톨릭대학교에서 뭘 배웠는가?’ 라는 물음이 생겼다. 취업준비로 바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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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을 읽고, 인간 본성의 딜레마52호/가대人 2010. 2. 26. 01:02
다카노 가즈아키,『13계단』, 2005, 황금가지 김유리 중국언어문화전공 07 “사형을 당하는 놈들이란, 잡히면 사형이란 걸 알면서 저지르는 것들이야. …… 사형 제도를 유지시키는 것은 국민도 국가도 아닌, 남을 마구 죽이고 다니는 범죄자 본인이야.” 이는 두 범죄자를 사형, 아니 살인한 난고가 분노 섞인 푸념을 하는 대목이다. 주인공 난고의 직업은 교도관이었다. 교도관이 원래의 꿈은 아니었으나, 형 대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우연히 얻게 된 직업이었다. 그러나 범죄자를 관리함으로써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고, 범죄자를 교화해 새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비교적 순탄한 난고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두 번의 사형집행이었다. 그는 비인간적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경멸했다. 그들이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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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과 88만원 세대52호/가대人 2010. 2. 26. 01:00
우석훈·박권일,『88만원 세대』, 2007, 레디앙 서동현 법학전공 04 88만원세대. 산뜻한(?) 제목에, 혹은 몇 년 전, 어렴풋이 들은 기억에 의해, 아니면 대중매체를 통해 한두 번쯤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저번 51호 ‘성심’에서는 오수현 학우님께서 이 책에 대한 주옥같은 서평을 써 주셨다. 이에 필자는 ‘88만원’이 갖는 심각성을 상기시키고자, 88만원 소득에 대한 현실적 고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한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처럼 사는 것을 생각 해 보았다. 학업만 마치면 회사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그 곳에서 오래있으면 승진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내 견문이 짧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비정규직’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해서, 정규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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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52호/가대人 2010. 2. 26. 00:58
서형,『부러진 화살』, 2009, 후마니타스 한광희 컴퓨터정보공학부 07 ‘법 고의로 무시하는 판사들만큼 무서운 범죄자는 이 세상에 없는 것입니다’ 이 글은 내가 중앙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었을 때 가장 먼저 들어온 글자이다. 처음에는 무슨소린가 하고 보았지만, 이내 진지하게 이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어버렸다. 내가 이 사건을 처음 접한 건 2007년 1월, 뉴스를 보다가 판사의 재판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석궁을 들고 판사를 쏘았다는 게 그때의 사건이었다. 뉴스를 접했을때는 이상하다고만 생각하고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에 이 책이 발간되고 도서관에서 책을 집고 이내 그 사건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건을 간단히 요약 하자면, 석궁을 쏜 것은 성균관대학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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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거민의 한 마디52호/가대人 2010. 2. 26. 00:56
강곤 외,『여기 사람이 있다』, 2009, 삶이보이는창 권용준 법학전공 05 용산 참사의 어느 철거민은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외쳤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그 한 마디는, 사회와 세상을 향해 소리 친 것이다. 망루에 오른 사람들은, 경찰이 망루를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부터, 화재가 발생하여 사람이 불타죽는 끔직한 최후의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하여 소리쳤다. 그들의 부르짖음은 간절하다 못해, 눈물로 뒤범벅이 된 절규에 가까웠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비참한 죽음의 손길뿐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외마디 소리가 허공 안으로 아득히 사라져 갈 즈음, 그것과 거의 동시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용산 참사는 잊혀 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안타깝게 숨져간 용산 철거민들의 외침을 잊지 않고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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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그리고 삶의 애환52호/가대人 2010. 2. 26. 00:55
강곤 외,『여기 사람이 있다』, 2009, 삶이보이는창 김윤형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09 집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의식주를 해결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 나아가서 사람이 일하고 들어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은 꼭 필요한 공간이다. 그런 집을 사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렵지 않아야 할 것 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집을 사려면 거의 한평생이 걸린다고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집 한 채를 사기위해 평생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만해도 감사한 사람들은 많다. 왜냐하면 집을 살 형편이 안 되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무허가 건물이지만 자기 집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그 집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낳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