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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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전환> 3. 원자력은 대안이 될 수 없다76호/특집 2020. 5. 30. 23:16
엄아린 엉망이 된 주민 설명회 2020.5.6. “오늘 이 설명회가 마치 이렇게 조금 분열된 상태에서 이 설명회를 진행하다 보면 더 갈등도 일어나고 더 격해지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부분도 있고 하기 때문에... 멀리서 양남까지 와주셨는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사전 설명회는 취소하겠습니다.” “장난하나!” “이게 뭐하는기고!” 경주가 드글드글 끓고 있다. 5월 6일, 양남면 복지회관을 가득 채운 주민들 사이에선 고성이 오갔다.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사전설명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위원장에 의해 취소됐다. 몇몇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경주에 밀집한 핵시설 경주는 핵논란의 격전지다. 얼마 전 영구정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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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사탄의 맷돌은 무엇이었는가?"76호/특집 2020. 5. 30. 22:45
엄아린 “인간들을 통째로 갈아서 무차별의 떼거리로 만들어 버린 그 사탄의 맷돌은 무엇이었는가?” 사탄의 맷돌은 산업혁명의 메타포다. 18세기 산업혁명의 고향 영국에서는 ‘알비온 밀가루 공장’이 노동자들이 지른 불에 의해 전소됐다. 당시 화재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타오르는 불길 속에 악마가 올라 앉아 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은 맷돌. 그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뺏기고 ‘거지 떼거리’로 전락한 이들은 인간인 셈이다. 칼 폴라니는 산업혁명의 은유로 남아버린 그 사탄의 맷돌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하며 『거대한 전환』의 2부를 시작한다. 사탄의 맷돌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은 경제성장에 가려진 고통을 직시하는 일이다. 농부가 노동자가 된 과정은 직업이 바뀐 것이 아니라 관념이 바뀐 결과다. 농부는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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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취재기 : 나아리로 가는 길76호/취재기 2020. 5. 30. 22:40
엄아린 나아리 마을은 경주시에서도 약 1시간 30분 가량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나온다. ktx를 타고 신경주역에 내려 경주시내까지 버스를 타고 30분, 다시 양남행 150번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이제는 익숙하다. 멍하니 차창 밖을 보면서 나를 자꾸 이곳으로 이끄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교지의 애독자라면 지난 75.5호의 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겨울에도 성심은 나아리 마을을 찾았다. 취재지로 나아리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곳이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기 때문이다. 원전홍보관 앞에 위치한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의 농성천막을 찾아 마을주민 김진일님과 황분희님을 인터뷰했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당시에는 원자력발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곳을 찾았다. 그때의 우리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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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 검찰 규탄 기자회견 취재기76호/취재기 2020. 5. 30. 22:34
엄아린 “부실수사 형식기소 거듭한 직무유기 검찰에 경고한다!” “법원은 공정한 판결을 해라!” 지난 5월 1일 오전 10시 30분, 서초동 서울지방검창청 앞에서 이 열렸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n번방 사건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행동을 준비한 자발적 시민 결사체다. 이들은 n번방 사건이 처음으로 지상파 3사 저녁뉴스의 전파를 탄 직후인 3월 23일,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긴급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후 시위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했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다수가 모이기 힘든 시기임을 고려해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을 이용한 1인 시위를 직접행동의 방식으로 사용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5월 1일이 ‘로리대장태범’ 배모씨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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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 채우세요, 21대 국회76호/칼럼 2020. 5. 29. 17:20
김세정 부편집장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 이후 첫 선거인만큼 이목이 쏠렸다.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14대 총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 투표율을 보였다. 성심은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총선거에 앞서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의 모습과 법안을 알아보고자 3월 28일부터 4월 12일까지 구글폼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제대로 일하기를, 공정하고 투명하길, 국민 모두를 위하기를’ 국민들의 답변은 국회의원들이 지녀야 하는 기본적인 역할, 자세에 대한 내용이 압도적이었다. 현실 정치 영역에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자’라는 역할에 충실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설문조사의 (빈칸)을 가득 채운 답변들은 국회가 사회적 (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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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1] 당신의 인권은 안전한가요?76호/가대in 2020. 5. 29. 17:01
가톨릭대 인권센터 활성화를 위한 학생자치모임 ‘가다’ 아직도 인권은 어디에 내 친구 A는 성폭력 피해자다. 가해자는 같은 과 선배였다. 친구 A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따금 올라오는 자책으로 우울해졌다. 피해를 겪은 후 학교 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구를 찾아가려 했지만 마땅한 학내 기구가 생각나지 않았다. 친구 A는 그런 기구가 설령 있었다고 해도, 쉽게 믿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도움은 받고 싶지만 진짜로 찾아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도 가해자인 과 선배와 함께 수업을 듣는다. 동아리를 같이 하는 B는 요즘 강의시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고 한다. 전공필수 과목으로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인데, 교수님이 강의 내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말을 해서 강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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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76호/가대in 2020. 5. 29. 16:46
김세정 부편집장 “현재 학생사회의 다양하고 다변화된 의제(청년 정치, 인권, 세계화, 노동, 페미니즘, 문화, 소수자, 동물권, 비건 등)는 동아리나 소모임 혹은 학회 수준에서 메아리처럼 떠돌거나, 단발적인 이슈파이팅에 그치며 조직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성심교지 75호 ‘위기의 학생(사)회? 中 가톨릭대 학생사회 내에서 다뤄지고 있는 다변화된 의제를 어떻게 공론화할 것인지 성심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학내 언론을 성찰하기도 했고 때로는 학생사회의 위기를 분석하기도 했다. 오늘날 학생사회 내 다변화된 의제는 주로 ‘당사자성’에 주목한다. 조직력을 가진 공동체에서는 개별 의제가 지닌 ‘당사자성’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력을 갖고 있는 새로운 공동체가 등장해도 당사자들의 모든 요구와 이해관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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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사이버대학을 다니고 : 코로나19와 대학가76호/가대in 2020. 5. 29. 16:16
김세정 부편집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해 많은 것들이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유치원서부터 초중고교, 대학교까지 개학·개강 연기를 결정했으며 집단감염을 막고자 수업 방식을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다. 이에 교육부는 초중고교의 온라인 수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뿐 대학생의 ‘등록금 반환문제’에 관해서는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저희가 말씀드리긴 어렵다"1)고 일관했다. 대학가에서 요구하는 ‘등록금 반환’은 오로지 이에 대한 외침만은 아니다. 대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서부터 주거, 생계까지 ‘온라인 강의’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동시에 코로나 19로 인해 변경된 학사운영 방침·공지의 ‘일방적 통보’는 학내 구성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