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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사탄의 맷돌은 무엇이었는가?"76호/특집 2020. 5. 30. 22:45
엄아린
“인간들을 통째로 갈아서 무차별의 떼거리로 만들어 버린
그 사탄의 맷돌은 무엇이었는가?”
사탄의 맷돌은 산업혁명의 메타포다. 18세기 산업혁명의 고향 영국에서는 ‘알비온 밀가루 공장’이 노동자들이 지른 불에 의해 전소됐다. 당시 화재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타오르는 불길 속에 악마가 올라 앉아 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은 맷돌. 그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뺏기고 ‘거지 떼거리’로 전락한 이들은 인간인 셈이다. 칼 폴라니는 산업혁명의 은유로 남아버린 그 사탄의 맷돌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하며 『거대한 전환』의 2부를 시작한다.
사탄의 맷돌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은 경제성장에 가려진 고통을 직시하는 일이다. 농부가 노동자가 된 과정은 직업이 바뀐 것이 아니라 관념이 바뀐 결과다. 농부는 자신이 생산해 낸 농산물을 팔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몸뚱이를 판다. 천부인권을 가진 인간이 노동력이라는 이름으로 사고 팔 수 있게 된 것이 전환의 과정이었다.
거대한 전환은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바꿨다. 농부에게 땅은 영속성의 개념이다. 올해의 생산량에만 매몰되어 토지를 무분별하게 경작하면 내 후년을 기약할 수 없다. 따라서 토지를 가꾸는 것은 인간의 삶을 가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업혁명은 그런 토지의 개념을 불연속적이고 분절적인 형태로 바꿨다. 굴뚝에서 더 많은 연기가 나올수록, 산업폐기물을 더 많이 버릴수록 생산량은 증대된다. 개발할수록 이윤이 남는 땅은, 더 이상 삶의 터전이 아니라 부동산이다.
이 거대한 전환의 대가가 세기를 넘어 위기로 다가왔다. 경제성장만 된다면 다른 건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 결과, 경제역성장 시대에서 남은 건 불평등과 감당할 수 없는 산업폐기물뿐이다.
자연은 역습을 시작했다. 우리는 지구에서 대멸종을 겪는 여섯 번째 생물종이 될 것이다. 2030년이면 북극의 빙하가 전부 녹고 녹은 빙하는 우리를 물에 잠기게 할 것이다. 동시에 적도 근처에선 폭염으로 사람이 죽거나 불이 나도 끌 수 없을 것이다. 전 세계가 식량 부족에 허덕여 고작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가 매일 같이 창궐할 것이다.
바뀐 상황은 우리에게 다른 전술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은 전부 폐기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가 당도할 곳은 전례가 없고 예상과도 빗나간다. 하지만 절망할 일만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라고 해서 원치 않는 변화리라는 법은 없다.
이제 다시 전환의 시기다.
특집⓵ “기후위기,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에서는 기후위기의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기후는 어느날 갑자기 변화에서 위기가 된 것이 아니라, 몇 십년 전부터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 경고마저 무시한다면 결과는 재앙뿐이다.
특집⓶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불가분에 대해 말한다. 기후위기는 시작이 불평등했고 초래하는 피해도 계층별·국가별·세대별로 차별적이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저자이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었던 조천호박사가 글을 기고했다
특집⓷ “원자력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발전이 남긴 폐기물을 따라간다.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고 믿었지만 특정 계층에게만 해당하는 일이었다.
특집⓸ “대안은 있다. 그린뉴딜!”에서는 최근 급부상하는 그린뉴딜에 대해 알아본다. 위기에 대응할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위해선 투쟁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특집의 글들은 서로 이어져 있지만 따로 읽어도 무방하도록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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