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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 범죄자 신상공개 여론에 대한 반론을 통한 해결책 모색방안53호/가대人 2010. 6. 11. 14:31
사회복지학 전공 05 김재홍
최근 방송사와 각 언론매체에서 ‘김길태’ 사건은 최대의 이슈거리다. 뉴스와 신문 메인은 ‘김길태’의 얼굴로 도배가 되어있고, 범죄자의 신상과 과거에 대하여 신랄하게 떠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잠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어느 순간부터 흉악범의 신상공개가 자연스러워진 우리 사회이다. 김길태와 조두순의 이름은 국어 책에 나오는 철수와 민수만큼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름이 되었으며, 그들의 얼굴은 티비 속의 유명 연예인만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흉악범의 인권은 존중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흉악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주장해야 한다?
흉악 범죄자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인권을 존중할 필요가 없으며, 그들의 신상공개는 범죄의 재발과 또 다른 범죄자들의 범죄욕구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상공개를 주장하는 측의 주장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신상공개를 주장하는 근거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을 집고 넘어가보자.
첫째, 흉악 범죄자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인권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범죄의 수준을 명확히 규정화 시킬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신상을 공개해야 하는 흉악 범죄자는 죄목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할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너무나도 주관적일 수 있다. 살인, 성폭행만을 할지, 살인과 성폭행을 동시에 저지를 경우로 할지, 연쇄살인만으로 할지를 정하는 것은 너무 모호하다. 또한 살인과 성폭행을 동시에 저지른 범죄자로 신상공개를 적용할 경우 성폭행을 당한 후 피해자가 후유증으로 인해 고생하거나 자살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딜레마가 생긴다.
두 번째, 흉악 범죄자의 신상공개는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이중 처벌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성폭행 범죄자의 재발률은 60%가 넘는다는 통계 분석이 나왔다. 아마도 이 분석결과는 신상공개 측의 가장 강력한 주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발하지 않는 40%는 한번의 범죄 행위로 인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중 처벌을 받게 되고, 가해자가 재발을 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것은 문제의 요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오판이 생겼을 경우 신상공개에 따른 피해는 절대 보상 받을 수가 없다. 한번의 범죄로 사회에서 전과자라는 낙인만으로도 버거운 그들에게, 신상공개 조치는 범죄자를 또 다른 범죄의 현장으로 내몰 수 있다.
세 번째, 흉악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다른 범죄자의 범죄욕구를 방지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범죄율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인과관계의 3원칙을 충족시킬 수 없고, 단순한 논리를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실제로 신상공개 전후로 범죄율이 감소했다는 외국의 조사 연구가 발표되고 우리나라에서 신상공개에 대한 주장이 가속화되었다. 즉 신상공개를 함으로써 범죄율이 감소했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다는 주장인데, 일반적으로 사회과학에서 인과관계의 성립요건으로는 제 3의 변수 통제, 원인이 되는 사건의 시간적 선행성, 공변관계라는 3가지 요건이 성립해야 한다. 그런데 신상공개에 따른 범죄율 감소는 공변관계와 시간의 선행성의 요건은 충족시킬 수 있지만, 제 3의 변수 통제의 요건은 충족시킬 수 없다. 최초 조사 시점의 범죄율을 측정 후 신상공개라는 제도를 정책화하고 다시 범죄율을 측정하는 시간동안 최소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을텐데, 그 시간동안 기존의 제도와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 하였을 것이다. 경찰이나 자율방범대의 활동이 증가하였거나, 경기의 호황으로 사회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범죄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사 연구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거나 영향을 준 사회, 제도적인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단지 신상공개 하나만으로 범죄율이 감소하였다는 주장은 절대 진리일 수는 없다.
더불어 과연 흉악 범죄자를 신상공개 함으로써 다른 범죄자들의 충동을 억압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흉악 범죄자들의 심리 상태는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처벌을 두려워해서 범죄를 하지 않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단순한 생각이 아닐까?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김길태나, 조두순이 흉악 범죄자를 처형하는 장면을 봤을 때, 처벌이 두려워 범죄를 하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를 수 있을까? 하물며, 신상공개는 무서울까?
*문제의 과정과 본질을 망각하고 있는 여론
최근 ‘김길태’사건과 함께 그의 팬클럽이 생겨서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적이 있었다. 이 사건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과연 팬클럽을 만들고 가입한 사람들만의 문제일까? 내가 보기에는 그것은 팬클럽을 만들고 가입한 사람들과 언론이 같이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김길태’와 같은 흉악 범죄자와 관련된 언론의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김길태와 같은 사이코패스는 반성을 할 줄 모르는 흉악한 범죄자이다.’, ‘피해자를 어디서 어떻게 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 ‘흉악 범죄자 A씨가 고작 형량 10년을 선고 받았다.’와 같은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했던 장면은 범죄자들이 범죄를 행하는 과정을 진술하는 현장검증 과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사들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좀 더 자극적이고 적나라하게 쓰려고 언론이 발버둥 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언론사들은 과연 이런 기사들과 범죄자들의 신상공개를 통해서 아름다운 사회, 범죄 없는 사회를 꿈꾸고 있을까? 기사를 쓰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 동감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을까? 단지 그들에게는 좀 더 자극적이고, 적나라할수록 이슈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김길태’가 19세의 범죄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서 ‘왜 그 때 제대로 교화시키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연한 결과다. 언론에서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없을 것 같은 부분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성폭력 관련 법규에서 ‘전자발찌에 관한 특례’를 생각해보자. 국가는 빈발하는 성폭력사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유괴사건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2007년 4월 27일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 법률의 주요 내용으로는 성폭력 범죄로 2회 이상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 받아 그 실형형기의 합계가 3년 이상인 자가 그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 5년 이내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때, 전자발찌를 부착 받은 전력이 있는 자가 다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 그 습벽이 인정된 때, 13세 미만의 자에 대하여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때로 그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정하였다. 하지만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잘 살펴보면, 아동성폭행이 아닌 이상 모든 법률안이 재범을 가정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성폭행 범죄자들의 재범률 빈도가 높은 것은 학계나 통계적인 정설인데, 왜 처음 범죄 행위 이후에 철저한 치료와 교화를 시행하기보다는, 재범 이후에 대한 처벌만을 강조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여론에서는 단지 전자발찌에 대한 범죄율 감소의 효과만을 강조할 뿐, 전자발찌를 차게 되는 과정 상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더 이상 신상공개와 같은 비인권적인 처벌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에는 국민들을 필요 이상으로 흥분, 분노시키도록 언론매체가 앞장서서 선정적 보도를 앞다퉈 내세우고, 인터넷의 네티즌들은 이에 동조하며 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들은 무책임하고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내놓곤 한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잠잠해지고, 수많은 대책들은 어느새 백지화가 되어 있다. 이것이 현재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사람들은 범죄자들의 범행과정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사회적 배경이 지금의 범죄자를 만들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한다. 단순한 형량 집행의 수준에 반응하기 보다는 수감 생활 안에서, 사회 복귀 과정에서 얼마나 체계적인 교화와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받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한다. 개인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논의해봐야 한다.
첫째, 범죄자의 심리치료나 사회화 프로그램에 대한 확충을 통해서, 근본적인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의 처벌은 단지 선고 받은 형량을 채우는 것에만 너무 의의를 두기 때문에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정신이상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임시방편적인 처방이기 때문이다.
물론 몇 몇 사람들은 그런 인간 쓰레기들에게 우리의 세금을 쓰는 것조차도 아깝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인의 신상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면서 개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으며, 처음에는 일정 예산이 들 수도 있지만, 잘 정착이 된 후에는 누적되는 효과(범죄 재발행위 방지)가 초기 예산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단순히 재범이 일어났다고 해서 전자발찌를 채우고, 신상공개를 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상처를 돌이킬 수는 없다. 사후적인 처벌보다는 예방적인 치료와 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성폭력범죄의 억제, 진압을 위해서는 검거된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검거율제고가 시급하다. 한 분석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실제 발생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신고율은 2.2%라고 한다. 어쩌다가 검거된 범죄자를 일벌백계, 가중처벌하는 방법보다는, 예방대책이 더 중요하고 나아가 실제 발생된 범죄의 행위자를 반드시 검거하려는 현실의 실천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세 번째,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인 시설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빈발하는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가해자의 엄중처벌만을 소리 높일 뿐, 피해자의 사실상의 보호, 치료, 재활, 복귀를 위한 실제적, 제도적 시설 설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 한 아동성범죄의 피해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기는 하였지만, 근본적인 시설과 보호의 필요성보다는 단지 한 아동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단발적인 지원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본 글에서 나오는 통계수치와 법률에 관한 내용은 ‘한기찬 2009, 성폭력 관련 법규에 대한 이해.’를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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