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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학생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가53호/가대人 2010. 6. 11. 14:33
국어국문학전공 04 심현섭
사람은 살다보면 자신이 갖게 되는 사소한 불만이나 불평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유대감을 쌓는다. 이러한 행위는 당연히 대학 내에서도 존재하고 최근 들어 이러한 불평이나 불만은 ‘가좋사’라는 공간에서 표출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과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수렴되고있을까?
기본적으로 ‘가좋사’라는 커뮤니티는 학생들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장소가 아니다. 그러니 거기에 아무리 말을 해봤자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순 있어도 그것이 힘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간 가져왔던 불만이나 불평 따위 ‘언젠간 개선되겠지. 누군가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며 잠자코 있다가 벌써 4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동안에 총학생회를 비롯한 단대, 학부, 학과장들의 공약이나 실천 모습을 보며 ‘과연 학생회는 학생들이 진정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안은 알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왔다. 한마디로 학생회는 언제나 형식적인 사안과 주장. 느껴지지도 않는 학생들의 일꾼임을 주장할 뿐이다. 좀 더 표면적으로 총학생회의 하는 일을 훑어보면, 학기 초에는 새터와 오티에 관련된 학생들 통제, 축제 때는 무대 설치하고 연예인을 섭외, 체육대회나 3교정 등반대회 때도 질서유지를 위한 통제, 시험기간에는 간식을 나눠주며 학생들 독려. 학기 말에는 저조한 참여율로 힘겨운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 이 정도가 다인 것처럼 보인다. 한 마디로 학생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게 이미 형식화 된 일들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학생회에서 하는 일이 이렇게 대충 적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회 학우들은 학교 행사 때 마다 학업에 쓰일 시간과 별도의 개인시간을 희생한다. 행사를 할 때 마다 며칠씩 제대로 잠도 못 자가고, 계획과 진행을 책임지며 학생회의 일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학생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그건 왜 일까? 나는 그이유가 학생회가 일반 학생들의 욕구를 알아낼 공간의 부제라고 생각한다. 즉, 학생회가 학생들의 바람을 들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교내 복사점이 작년에 업체가 변경되었다. 사유는 학생들이 한 설문조사에서 불친절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과연 예전 복사점이 불친절했었나? 2년을 넘게 이용해오면서 친절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불친절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갑자기 몰리는 학생들을 처리하기에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학생들은 복사점에 불만을 지니고 있었고, 학교 측은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고 하니까 화끈하게 퇴출시켜 버렸다. 적어도 십년 넘게 교내에서 복사점을 해온 베테랑 업체를 말이다. 작년에 갑자기 많아진 커피 전문점은 어떠한가? 학생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편의시설이 커피 전문점이라는 설문조사에 의해 교내에 커피전문점만 잔뜩 생겼다.(see u , 도서관 커피 엔젤로, IH관 커피엔젤로, OBF, 커피 동물원, 학생회관 매점) 홍대도 서래마을도 아닌 대학교에 커피 향만이 가득하다. 학생들이 커피중독자들도 아니고 학교 어디에서나 3분 거리에 커피를 파는 전문점이 있다니. 학생들이 말한 커피전문점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렇게 해달라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사례들이 학생회가, 더 나아가 학교가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좀 더 생활에 와 닿는 사례를 들어 보겠다. 수강신청 변경기간이 되기도 전인, 개강 초에 나는 학교에 대해 큰 불만을 품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학생 식당의 문제였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사시사철 낮이건 밤이건 간에 난방은 전혀 되지 않는 학생식당. 과거 양식당을 없애고 한식당에서만 밥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월등히 길어진 대기 시간. 빠듯한 공강 시간에 맞춰 밥을 먹으려 하다가는 추운 곳에서 급히 먹어야 하기 때문에 체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주변에서는 일주일 사이에 학식을 먹고 체하는 사람이 적어도 하루에 한 명씩은 꼭 나왔다. 솔직히 맛에도 큰 불만이 있지만 지금 나는 맛에 앞서, 왜 우리가 학교에서 실외만큼 추운 실내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지 의문이다.
나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생활의 즐거움이 먹는 것에 집중되다보니 유독 이 일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러한 상황을 개선해주길 건의할 장소를 찾았다. 그래서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건의를 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고, 건의를 하면 성실히 답변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나의 불편, 불만, 의견은 일개 개인의 건의사항일 뿐이지, 학생들의 여론이 형성된 강력한 건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총학생회 홈페이지는 학생들의 참여도나 인지도가 굉장히 낮았다. 또 학생들이 학교 측에 무엇인가를 건의하려면 학생회를 거치는 것은 차하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공감을 하는가, 이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곳에 건의해봤자 안건에 힘이 없어서 이 안건을 학교가 받아들여 개선하려면 여름이 돼서야 가능할 것 같았고, 그러다 어영부영 다시 추운계절이 오면 이 안건은 학생회 교대와 동시에 다시 조용히 묻혀버릴 것 같았다. 결국 힘없는 소수의 외침이 될 것이 뻔히 보였다.
저는 오늘 사물함에 가다가 우연히 성심교지에 실을 글을 구한다기에 여기에 질문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불만이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힘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제공되고 있습니까? 제가 대학생활을 대충해서 공간이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겁니까?
화학조미료 안 쓴다더니 일반조미료도 안 써서 맛을 전혀 내지 않는 학식. 그나마도 군대 식당보다 추운 학생식당이라 빠듯하게 시간 맞춰 먹으면 체하기 좋은 환경. 요즘엔 지하철에서도 나오는 온수가 학교에서는 IH관에서만 나오는 일. 전자화폐 시스템 도입은 좋은데, 학교 전체가 통일이 안 되서 사용 용도에 따라 개별 충전해서 비효율적인 상황. 트리니티면 트리니티, 사이버캠퍼스면 사이버 캠퍼스 하나만 운영하지 괜히 같은 용도로 두 개 만들어서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E-강의실. 다른 학우들은 불만 없습니까? 저는 이런 일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를 통해 다른 학우들도 저처럼 불만을 표현할 장소를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가좋사에 선배들이나 조교들과의 갈등에 관한 글이 올라오고 얼마나 많은 학우들이 이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맨 처음 언급 했듯이 가좋사는 그런 의도의 커뮤니티가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 크게 잘 못을 했다하더라도 사실 다른 학부나 과 사람들에게 까지 공개되고 마녀사냥 당하 듯 질타 받게 만드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볼 수 도 없다. 나는 어차피 가좋사의 익명성을 이용하여 올렸다 하더라도 질타의 대상은 누가 올렸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니, 굳이 가좋사에 그런 글을 올려서 만천하에 고발하듯이 학교 전체에 공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런 행동은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을 먼저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상처를 먼저 받게 만드는 일이라 방법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가좋사에 그런 글을 올리는 이유. 나는 그 이유를 자신의 불만을 합당하게 털어놓을 공간의 부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학과나 학부 커뮤니티가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었더라면 가좋사에 자신이 속한 학과에 관련된 불만의 글을 올렸던 사람은, 가좋사가 아닌 당당히 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내부에서 옳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04년도 때는 다음 카페에 가좋사가 있었다. 하지만 카페장이 사람들의 항의가 너무 많아서 관리가 힘들다며 문을 닫았고, 지금의 가좋사가 싸이월드에 생겼다. 활성화에 큰 난항을 겪던 지금의 가좋사는 커뮤니티장의 꾸준한 관리와 노력. 홍보로 지금처럼 활성화된 커뮤니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회는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학생들이 먼저 찾아와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게 맞는 일이긴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집단이라면 좀 더 노력을 기울여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대한 의견을 내고 서로 토의하며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만약 그런 공간을 형성시킬 수 있다면,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단대와 학부, 학과를 포함한 모든 학생회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강력하게 학교에 요구사항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고, 지금보다 신속하게 학생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의 학생회보다도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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