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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탄생과 우리 사회의 책임53호/가대人 2010. 6. 11. 14:28
사회과학부 10 강현구
지난 3월 또 한명의 고귀한 생명이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죄 없는 어린 여중생 한 명이 다른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었는데, 한창 꿈 많고, 무궁무진한 미래가 기대 될 나이, 그 때 이 세상을 그것도 끔찍하게 떠났다니 참으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그곳에선 평화로운 삶을 누리시길...
예상대로 범인이 잡히자 많은 이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모든 언론에서 제일 꼭대기 뉴스로 김씨 체포 관련 소식을 내보냈으며, 누리꾼들도 댓글로 각종 비난을 가했다. 김씨와 근처에 같이 지내셨던 주민들은 그의 앞에서 직접 각종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주민은 직접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어린 학생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형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말, 전자팔찌 등을 채우게 해야 한다는 말에서부터, 심지어 죽여 버려야 한다는 말까지 죄인에 대한 벌을 더 심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곤 한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 역시도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중한 한 생명의 목숨을 잃게 한 것은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역시도 그랬지만, 그런 끔찍한 일들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도 분하고, 범인들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 더 이성적으로 돌아와 이러한 끔찍한 일에 우리들의 책임이 없는지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성을 찾고 차분한 마음으로 김씨가 살아온 삶을 한 번 바라보자. 언론에 보도된 김씨 부모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씨는 어릴 적 동네에서 잘 뛰어놀고 친구도 많은 아이였으며, 나중에 자라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살아 왔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일탈’을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를 자주 빠지기 시작하더니, 그만 자퇴를 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이듬해 폭행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는 일을 반복했다. 이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태어났을 때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 좀 더 커서는 자신의 또래들과,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는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간다. 모든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즉, 사회 속에서 삶을 갈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은 사회 구조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집에서 양치질하고, 밥을 먹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지금 이렇게 글을 기고하는 일과 같은 조금은 공적인 일까지, 한 개인이 하는 행동의 모든 것은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배우거나, 배운 뒤 변형시킨 것들이다. 태어난 뒤 처음부터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으며, 커가면서 사회 속에서 익혀간 것들이다. 사람이란 자기 스스로 행동할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지극히 100% 개인적인 게 아닌 것이다. 사회 역시도 그 사람이 한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는 김씨도 역시 다르지 않다. 김씨도 자라오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를 다녔으며, 그 사회 속에서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다. 즉, 김씨의 일탈은 순전히 100%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 된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영향도 그의 일탈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조금 더 말을 달리하자면, 그가 일탈하기 전에 학교를 다니던 김씨에게 우리 사회가 여러 차원에서 지원을 해줄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다면, 그의 일탈을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는 김씨가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같다. 김씨는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갔다 오는 일들을 계속 반복했는데, 만일 김씨가 감옥에 들어간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교화 과정을 밟았다면,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범죄인들에게 벌을 주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교화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인데, 김씨가 범행을 반복했다는 것은 교화가 제대로 안 이루어졌다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교에서의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김씨의 일탈을 막지 못했다는 점, 김씨가 일탈 후 감옥에 간 뒤로 교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범행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이 사회가 김씨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김씨를 욕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아, 김씨와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낸 이 사회의 잘못된 구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만일 이러한 경향이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다른 사건에서도 지속되면 이 사회의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반성하지 못하게 되고, 이를 고치지 못해, 계속해서 또 다른 김씨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죄 없는 피해자들만 생길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김씨를 비난하며 단순히 죄인의 형량을 높이는 일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사회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기에 그와 같은 사람이 생겨났는지를 반성한 뒤,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물론 잘못된 사회 구조를 시정한다고 범죄율이 0%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불쌍한 피해자가 생기게 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혹시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말하지만, 김씨가 행한 잘못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개인적으로 사형제에 반대하지만) 김씨는 ‘죽일 놈’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큰 죄를 저질렀으며,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은 이들이 김씨 개인에 대한 분노에 이성을 잃고, 모든 것이 김씨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죄를 저지른 것은 김씨이지만, 김씨라는 사람이 만들어진 데에는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오류를 시정해 김씨 같은 사람이 생겨나는 일을 한 명이라도 더 줄이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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