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급식 논란, 초점은 아이들에게로53호/가대人 2010. 6. 11. 14:37
국어국문학전공 07 황수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선거공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중 유권자들에게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사안은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된 무상급식 논란이다. 그런 만큼 여야에서는 각각의 근거를 뒷받침하여 무상급식 전면실시, 혹은 반대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주로 한나라당은 저소득층에게만 급식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야당은 대체로 전면급식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각 주장의 근거로 한국보다 먼저 무상급식의 논란에 휩싸였던 해외 사례들을 참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사례를 왜곡해 자신들의 주장에 이롭도록 근거를 마련한다거나, 우리나라의 교육·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해외의 상황을 현 상황에 대입해버린다는 것이다.
전면 무상급식 실시 국가는 핀란드, 덴마크 등의 사회복지주의 국가가 대부분이다. 그 외의 선진국의 경우에는 먼저, 미국의 경우 공립학교는 무상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사립학교는 수익자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병행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60%가 무상 혹은 감면의 급식을 제공받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생활보호대상자(영국 전체의 약 17%)와 공립학교는 무상급식을 실시하며, 사립학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다.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영국의 경우와 조금 상이한데, 공립학교는 무상이라는 점과 생활보호대상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은 같지만, 사립학교는 식재료비만 보호자가 부담하고, 운영비나 인건비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 다르다.
경향신문, 2010-02-16일자, ‘선진국 공립학교 급식 ‘무상’ 원칙‘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의 비율은 전체의 17%수준이다. 이는 선진국의 비율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한번에 100%가까이 끌어올리는 무상급식을 당장 시행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하지 못한 이념에 치우친 주장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급식비로 인해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해줘야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에 이의를 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이미 그런 상황이 벌어진 상황이지만,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유권자 동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반대에 놓인 ‘부자들은 여유가 있으니 돈을 내고, 가난한 사람들만 돈을 감면해주면 될 것 아니냐’는 단순한 사고를 지지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아이들의 교육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그 범위는 급식도 포함이 된다.
초중등교육법 12조 4항에는 "국·공립학교의 설립·경영자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의무교육대상자를 위탁받은 사립학교의 설립·경영자는 의무교육을 받는 자에 대하여 수업료를 받을 수 없다.
국회 법률지식정보시스템 (http://likms.assembly.go.kr/law/jsp/main.jsp)
즉,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실시된다는 것인데, 여기서 무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권영성의 <헌법학원론>은 각 설을 정리하고 있다.
"무상의 범위에 관해서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무상범위 법정설, 수업료만이 면제된다는 수업료 무상설, 그 외에 교재. 학용품 지급과 급식의 무상까지 포함된다는 취학필수비 무상설 등이있다. 취학필수비 무상설이 다수설이고 또 타당하다."
권영성, <헌법학원론>, 2002, 616p
필자 역시 취학필수비 무상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재정이 허락하는 한 교과서, 그리고 급식까지도 무상 지급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현재 급식은 수익자부담원칙으로서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얼핏 보면 부모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급식비가 부담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으므로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루어져왔던 저소득층 시혜적 복지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켜주지 못했다.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만 가난을 인정하는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다.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이 ‘부자급식’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인데, 시혜 대상자를 선별하려고 하다가 교묘한 틈새로 빠져나가 형편이 되는데도 급식 지원을 받았다거나, 실제 어려운 상황임에도 급식 지원을 받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인 아이들도 있다.
아시아경제, 2010.3.11일자, 「영양사들 “무상급식? 우선 저소득층 지원부터 확실히 하고..」
급식 지원은 현재 선거기간 중에 전면 확대 실시를 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앞서 말했듯 포퓰리즘적 대중 동원의 명제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선택적 시혜의 심사 규정을 현재보다 훨씬 정교화 해서 틈새로 빠져나가는 경제적인 약자의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아야 하며 친환경적인 전면무상급식의 실시로 나아가야 한다.
경기도 여주의 경우 모든 초등학교가 여주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로 급식을 하고 있다. 당초 여주에는 친환경 쌀의 생산량이 부족했으나, 판매처가 생기자 일반농업을 하던 농가가 친환경농업으로 전환되고 일반 쌀 가격과의 차액은 모두 농가 소득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여주에서 학교급식용 친환경 쌀을 제공하는 29개 농가가 추가로 얻은 수익은 총 5300만원이고, 농가당 182만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친환경 농업기반도 확대되면서 동시에 농민소득도 증가한 셈이다. 쌀 수매가의 하락 속에서 학교급식으로 달라진 이 같은 생산-소비 방식은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시사IN, 2010.3.4일자, 「교육 ·경제 모두 살리는 '식판혁명', 무상급식」
전면 무상급식을 통해 일차적으로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향상시키고 가난한 아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다, 또한 헌법의 기본원칙을 구현하고, 더불어 지역농수산업의 활성화까지 얻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점진적으로 시혜적 복지의 완성도가 높아진 이후에 점차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전면 무상급식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니 유권자의 표, 선거의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우리의 초점은 마땅히 아이들이어야 하겠다.
참고문헌
시사IN, 2010.3.4일자, 「교육 ·경제 모두 살리는 '식판혁명', 무상급식」
경향신문, 2010.2.16일자, 「선진국 공립학교 급식 무상 원칙」
국회 법률지식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law/jsp/main.jsp)
권영성, 『헌법학원론』, 2002.
아시아경제, 2010.3.11일자, 「영양사들 “무상급식? 우선 저소득층 지원부터 확실히 하고」
'53호 > 가대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을 생각한다」서평 (0) 2010.06.11 위건 부두로 가는 길 (0) 2010.06.11 학교나 학생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가 (0) 2010.06.11 흉악 범죄자 신상공개 여론에 대한 반론을 통한 해결책 모색방안 (1) 2010.06.11 김씨의 탄생과 우리 사회의 책임 (0) 201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