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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화면 안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78호(2021)/가톨릭대와 대학 2021. 6. 1. 17:57
수습위원 전민규
코로나19 팬데믹 2년 차, 생소하기만 했던 온라인 수업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이 전염병이 우리의 삶의 풍경을 바꿀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평일 오후 집안에 앉아서 대학 수업을 듣는 모습을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 19는 대학의 풍경을 바꿨고 새로운 일상을 불러왔다.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선호와는 상관없이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에 대한 평가는 선택의 영역이다. 그들은 수업 방식에 대해 수업의 현장감과 학습의 편안함 사이에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이런 선택권을 가지지는 않는다. 아직도 비대면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비대면 사회가 고려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은 장애 대학생이다.
학습할 수 없는 수업 방식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변화가 있었지만, 일부 특수학교나 대학교를 제외하고는 장애 대학생에 대한 지원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온라인 수업이 본격화되고 나서 많은 장애인이 휴학하거나 자퇴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학습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i)
비장애인에게 온라인 수업은 신체적으로만 봤을 때 편한 점이 많다. 등교하느라 쏟는 에너지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온라인 수업에서 단순히 거슬리는 수준의 불편부터 아예 학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심각한 불편을 매일같이 겪는다. 우선 수업을 듣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학습에서 장애인들은 많은 불편함을 겪는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 시각 정보가 대부분인 온라인 수업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온라인 수업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연구에서 일부 참여자는 교수에게 ‘자신의 강의가 시각 자료 위주로 이루어져 있으니 다른 강의를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은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ii) 원하는 수업이 있어도 반강제적으로 수강 취소를 할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들의 처지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강의가 시각 자료 위주이기 때문에 안 그래도 좁았던 시각 장애인들의 선택지가 더 좁아지고 있다. 또한 시각 장애인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이 필수적인데 많은 강의에 적용되지 않아 출석조차 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iii)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청각 장애인이 온라인 수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자막을 사용하거나 학습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청각장애인의 소통 방식의 특징을 간과한 것이다. 청각장애인이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몸동작이나, 표정 등에서 알 수 있는 비언어적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입 모양을 통해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구어 사용자의 경우 강의 중 교수의 입 모양을 알아낼 필요가 있는데 대부분의 온라인 수업에서는 교수의 얼굴이 잘 안보이거나 ppt 화면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소통을 위해 교수의 얼굴이 보이는 화면이 강의 영상안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따로 준비될 필요가 있다. 수어 자막의 경우에도 모든 청각장애인이 수어를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본교 장애인지원센터에 문의한 결과 현재 교내에도 수어 사용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어 또한 엄연한 언어이기 때문에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수업 도중 교수가 어느 포인트를 강조하는지 알 수 없기에 비장애인 학생에 비해 경험하는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게다가 거리두기로 인한 공간의 단절 때문에 도우미 학생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일부 자막 시스템과 학습 도우미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학교에서 자체적인 자막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강의에 자막을 삽입하는 것은 힘들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이 있는 일부 강의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적용해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서울에서 대학생처럼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는 고등학생 청각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장모씨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차이점에 대해 “비대면 수업을 들을 때는 딸이 수업에 아예 집중하지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해왔던 학습 도우미 분과도 만날 수 없어 수업의 이해가 아예 불가능했으며, 인공 와우1)를 하고 있음에도 화면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하지 않아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라고 말하며 비대면 상황에서 청각장애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고충을 호소했다.
학습의 필수적인 요소인 소통에 관해서도 불편함이 많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비대면 수업에서 질문을 포함한 소통을 할 때 오프라인때보다 비장애인들보다 과정이 느리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소통 타이밍을 놓치거나 자신이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아예 소통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iv)상황에서는 장애 대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수업에서 장애 학생의 소통을 위해 학교 차원의 지침이 필요하다.
화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불편함
대부분의 온라인 수업은 ‘비디오’를 켜놓고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 신체적 불편함을 발생시킨다. 오프라인에서는 수업에 참석하여 필기와 청취하는 것만으로도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화면을 지속적으로 바라보아야만 소통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같은 자리에서 화면만을 보는 것이 강제되어 거동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에게는 이 자체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 또한 발달·학습 장애인의 경우에도 화면을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집중력의 문제가 드러난다. 대학에는 발달·학습 장애인이 흔치 않기에 더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시각 장애인들은 화면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과정에서 시력 저하나 눈의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뇌전증과 같은 신경정신과적 영역의 장애인들은 장시간의 화면 보기가 부가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v)불어 장애인들은 수업 도중 기기를 조작하는 부분에서도 비장애인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낀다. 수업의 운영 면에서 교수가 학생의 모습을 확인할 필요가 있기는 하겠지만 학생들의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서 개인 비디오를 끌 수 있는 선택권을 줌으로써 휴식 시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대학교의 장애 대학생은?
정부는 올해 처음 장애 대학생의 교육 복지를 위해 “2021년 장애 대학생 원격수업 수강지원 사업 기본 계획”을 2월 16일에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코로나19로 확대된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장애 대학생이 어려움 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2020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또는 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은 107곳에 시각장애인용 점자정보단말기, 지체장애인용 한손용 키보드 등 장애 유형별 원격수업 보조공학기기를 구비할 수 있도록 1곳당 1.500만원 내외(총 1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가톨릭대학교는 성심교정과 성의교정이 동시에 “우수 등급”에 들어가 있어 이 사업의 지원 대상이다. 3년마다 있는 평가에서 이번에는 343개 대학의 423개 캠퍼스가 참여했고2), 장애대학생 관련 선발, 교수 학습, 시설 설비등 3개 영역에 대한 평가에서 가톨릭대는 83.2점으로 전체 대학 평균 70.9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톨릭대학교는 장애 대학생 전담 교직원과 전문 인력 운영, sos 보충학습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실시해왔으며, 특히 코로나19 확산 초기 때부터 ‘쉐어타이핑’이라 불리는 비대면 교육 속기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vi)
그러나 비교적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가톨릭대학교의 장애 대학생들에게도 온라인 수업은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다. 온라인 수업의 확산 자체가 최근에 나타난 경향이기 때문에 기존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이라도 충분히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연속 5회 최우수 평가를 받아 각종 대학지원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서강대의 경우, 매학기 장애대학생 교육지원인력을 선발하여 모든 장애학생에게 강의 대필, 학습지원, 교내이동, 기숙사 생활 등을 지원하며, 각 장애 유형에 맞춘 세부적인 지원을 통해 장애대학생에게 1: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vii)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30조>에 의거하여 장애학생지원센터3)를 운영하고 있으나 전담 인원이 1명밖에 없어4) 40여명이나 되는 장애대학생을 1:1로 지원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인원의 부족은 경증의 장애인이나 학교의 시스템을 잘 모르는 장애인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일 확률을 높인다. 또한 보조 장비가 지원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시청각 자료위주의 화면만 나오는 수업이 모두에게 제공되고 있기때문에 장애 대학생들의 수업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애 학생지원팀 장애 학생 지원센터의 정진호 차장은 장애 대학생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특별히 언급하며 교육부의 지침과 규제에도 불과하고 장애 대학생의 차별이 계속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진호 차장은 성심과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의 처우 개선에는 인식과 환경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장애인 처우 개선에 대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언택트 시대는 어째서 장애인에게 가혹했는가
가장 문제되는 것은 장애 대학생에 대한 지원이 학교나 교수의 ‘자율’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교육복지 실태평가의 평균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 요망, 즉 낙제점을 받은 대학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나 권고나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의 지원은 일종의 ‘배려’차원에 불과하다. 특히 전문대의 경우 개선 요망 평가를 받은 대학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당하게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구성원이지만 남들과 같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대학 차원의 ‘배려’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낯설었던 온라인 수업이었기에 전반적인 경험이 부족하여 장애 대학생들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부와 학교로 비판이 몰리는 것은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가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습권은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이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차별받으면 안된다고 헌법에서부터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여간의 시간 속 장애 대학생들은 언택트 시대의 국민이 아니었다. 재난이 다가왔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힘든 약자들에 대한 대책이 가장 먼저 언급되었어야 했지만 그동안 정부는 들리지 않는 소수자의 목소리에는 무관심했다. 최소한 보이지 않아서, 들리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학습할 수 없는 수업은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인 준비가 필요했다. 대학에만 책임을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했으나 대학에 따라 지원의 정도가 나뉘는 지금의 상황은 많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장애 대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는 대학이 많아져 장애 대학생이 억울하게 대학가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각주>
1)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직접 제공해줌으로써 손상되거나 상실된 유모세포의 기능을 대행하는 전기적 장치
2) 전국의 98.8%의 캠퍼스가 참여한 수치
3)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30조, 동법 시행령 제 31조,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대한 법률 제 14조 제 2항, 동법 시행령 제 10조를 근거로 함, 장애학생이 재학하고 있지 않거나 9명 이하인 소규모 대학은 장애학생지원부서 또는 전담직원 배치로 대신할 수 있음
4) 겸직 직원 제외, 출처: 2020년 교육복지 실태조사 자체 보고서, 가톨릭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정진호 차장 인터뷰
<미주>
i) 박재우 (2020) <장애대학생의 관점에서 살펴본 코로나 사태에 따른 비대면 수업의 실태와 문제점>,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ii) 박재우 (2020) <장애대학생의 관점에서 살펴본 코로나 사태에 따른 비대면 수업의 실태와 문제점>,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iii) 문다영 기자, "장애인 학생들 비대면 원격수업서 소외...학교도 외면", 연합뉴스 2021.02.26 (https://www.yna.co.kr/view/AKR20210226147600004?input=1195m) 마지막 검색일 : 2021년 5월 11일.
iv) 박재우 (2020)<장애대학생의 관점에서 살펴본 코로나 사태에 따른 비대면 수업의 실태와 문제점>,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v) 박순희 (2014) <시각장애아동의 이해와 교육>, 서울 학지사
vi) 뉴시스, "가톨릭대,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3회 연속 우수", 2021.03.04.(https://newsis.com/view/?id=NISX20210304_0001359529&cID=14001&pID=14000) 마지막 검색일 : 2021년 5월 5일.
vii) 서강소식,"서강대학교,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최우수' 평가>, 2021.2.2., 서강대 공식블로그(https://blog.naver.com/sogangpr/222252385228) 마지막 검색일 : 2021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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