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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보고 듣고 쓰는 곳78호(2021)/가톨릭대와 대학 2021. 6. 1. 15:24
김정연 편집장
대학언론은 대학생의 시선으로 학내·외 사회를 바라보며 의견을 개진해 학생담론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언론기구이다. 대학언론의 역사는 독재와 탄압을 벗어나고자 하는 학생 운동과 함께 전개되었기에 학내·외 사회에서 진보적인 청년 담론 형성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대학이 취업을 위한 정거장이 되면서 학생 담론은 스펙과 취업으로 분산되고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군집의 힘이 필요한 사항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담론 형성에 주축이 되었던 대학언론은 그 필요성이 희미해졌다. 이는 ‘대학언론의 위기’라 불리며 학내에서 그 필요성과 정체성을 입증하는 것이 대학언론의 숙원이 됐다.
대학언론들은 소멸을 초연히 받아들이는 대신 ‘학내에는 여전히 대학언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성심 또한 가톨릭대학교의 대학언론으로서 대학언론의 위기와 그 원인,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파악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5월 3일 성심은 대학언론의 위기로부터 탄생한 비영리독립언론 ‘대학알리’와 비영리단체 ‘대학언론인네트워크’를 서면 인터뷰했다. 일찍이 대학언론의 위기를 인지하고 변화를 개혁하고 있는 두 단체의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 대학언론의 존재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대학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하기 위해 전, 현직 대학언론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한 비영리단체다. 연결을 위해 페이스북 그룹 및 오픈채팅방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지역 및 분과별 네트워크를 조성한다.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 및 활동을 기획 및 집행하고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표면적으로 대학언론의 폐간 위험으로 드러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운영·교육체계의 부족, 다양한 활동을 위한 시간과 일손의 부족, 대학언론의 정체성 결여 등이 모두 대학언론의 위기에 해당한다. 이 위기의 대부분은 ‘대학언론의 딜레마’로부터 생겨났다. 일차적으로 대학언론은 대학사회를 관철하는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학내에서 문제집단으로 여겨지기에 대학 관계자로부터 취재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이를 타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취재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대신해 피력하는 것인데, 다분화된 학생 사회에서 대학언론에 집중해주길 요청하기란 쉽지 않다.
대학언론인의 경우에는 어떤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지 알지못해 시행착오를 겪는다. 또한 이들도 취업이나 스펙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해 대학언론에서의 활동을 경험의 일부로만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 상황에서 언론의 책임과 양질의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당연하게도 대학언론의 소멸 위험으로 귀결된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는 대학언론의 위기에 대해, “사실 위기라는 말도 매우 진부하다. 부모님 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난 과거 대학언론의 문화를 지금과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수많은 복합적인 문제가 얽힌 채 30년 가까이 풀리지 못했다. 어쩌면 위기가 아닌 이미 ‘붕괴’가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언론마다 상황은 모두 다른데, 이들의 사정을 다르게 만드는 원인은 대부분 ‘예산과 편집권’ 이다. 대학언론 중 예산 할당과 감사에서 독립되어 편집권이 보장된 곳이 있는가 하면 총학생회 혹은 총장 산하에 위치된 곳도 있다. 후자는 대학 본부나 총장 직속 기구의 압력에서 필연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학생의 의견을 대변해야 할 대학언론이 대학의 소식지로 전락하거나 권력의 우위에 서있는 본부로부터 탄압당하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에서 2009년에 발행한 58호는 재단과 총장을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는 이유로 전량 수거당했다.[i] 또한 2010년경 중앙대학교에 새 총장이 부임하고 두산재단이 영입된 이후 대학 본부는 학생언론과 학생자치할동을 탄압했다.[ii]
© 중앙문화 68 호 이에 대해 대학알리 차종관 대표는 “언론사의 사주가 누구냐와 관계없이 기자들과 편집장의 편집권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하게 콘텐츠에 대해 성찰할 수 있고 독자의 알 권리와 목소리 보장만을 고민하며 발전 할 수 있다. 사주의 개입이 시작되는 순간 그 언론은 이미 죽은 언론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언론이 ‘언론’으로 존재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편집권의 자유>임은 확실하다. 편집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 기사 작성, 홍보 방식 등을 논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또한 차종관 대표는 “개인적으로 독립언론은 무조건 재정 공개를 해야하고, *자치언론과 학보사는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스스로 깨끗함을 증명할 수 있어야 깨끗한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라고 대학언론의 투명성의 중요함에 대해 덧붙였다.
그러나 편집권과 예산의 투명을 강조해도 대학언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쉽게 사그라들진 않았다. 올해 3월, 성심은 전남대학교의 ‘용봉교지’로부터 연대 요청 메시지를 받았다. 그 내용은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측에서 ‘용봉교지의 예산과 광고비가 부당하고 과도하게 책정되었다’며 *예산 삭감을 요구한 것이다. 여러번 논의가 오간 결과, 용봉교지의 광고비를 감사하는 감사기구가 설치되고 용봉교지의 예산을 기존에서 75%를 삭감했다.
용봉교지는 재정에 있어 교지 인쇄비와 활동비를 총학생회 측으로 지원받고 있으므로, 총학생회 측의 감사와 예산 축소는 인정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를 위한 논의의 과정은 용봉교지에게 부당하게 진행됐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는 용봉교지를 ‘비리 기구’라며 모함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교지의 오프라인 발행을 금지하라’며 총학생회의 권한 밖의 용봉교지의 자치권을 침해했다.
대학사회 내 그 효용이 없는 대학언론이 소멸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형식만 갖추고 있는 대학언론을 학생들이 무조건 지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재정적 독립이 불가능한 대학언론에 재정을 근거로 압박이 들어왔을 때, 날카로운 비판을 자유롭게 보도하기는 어려워진다. 결국 이러한 딜레마를 가져온 것이 대학언론인지 구조인지는 고려해 볼 사항임은 확실하다. 대학언론이 없어지는 것으로 과연 부조리함과 검열이 해결될 수 있을까? 종결이 아닌 해결 말이다.
용봉교지 사례와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왜 대학언론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대학언론의 필요성을 학생사회에서 피력할 수 있어야 편집권과 자치권에 대한 주장이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차종관 중앙위원장은 대학언론의 필요성에 대해 “대학 사회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생각해본다면 대학언론은 더욱 필요하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몇만 명이 존재한다. 작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에 언론이 없다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알 권리와 목소리는 누가 보장하는가”라고 언급했다. 대학알리 홍지희 편집국장은 “대학언론은 기성언론의 논의에서 빠져있는 생생한 현장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홍지희 편집국장은 대학언론의 필요성이 ‘가능성’ 때문이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 “대학언론은 기성언론과는 다른 궤의 진지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유의미하다. 이는 대학언론이 무조건 학생 편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할 때는 학생 사회 내의 지배적인 담론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대학언론이 건재하기 위해선 대학을 가까이서 보고 듣고 쓰는, 학내에서 대학언론이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언론들은 대학언론 간담회를 열어 서로의 상황과 계획을 공유하며 발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교육은 대학언론인네트워크가 제공하고자 하고, 논점이 있는 대학기사의 예시는 대학알리가 보여주고자 한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의 황치웅 집행위원장은 “대학언론인네트워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는 본인이 학보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기억으로 출발한다. 의외로 많은 대학언론인이 처음 수습기자가 됐을 때 제대로된 교육 자료나 커리큘럼이 없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기 힘들다.”고 말하며, 대학언론이 변화하고 싶어도 그를 꾀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해 대학언론을 지속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대학알리 홍지희 편집국장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대학언론인, 학내 정치단체, 학교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다른 구성원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게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자 단절된 학생사회 내에서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부당한 구조 앞에 ”대학언론“이라는 추상적이고 특권화된 조직으로 남기보다는 대학이라는 공간에 함께 하는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대학에서 학생의 입지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선 학생사회와 대학언론의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학생의 시선과 목소리에 대학의 방향성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주류담론이나 공간이 변화했다곤 하지만 대학은 여전히 정치적 공간이다. 학생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에 가해지는 부조리함을 꼬집지 않고 들춰내지 않는다면 대학은 구성원 각자의 권리보다 권력이 우선시되는 공간이 않을까.
청년, 학생, 우리를 위해
본교에서 작년 12월 8일 학생 간 스토킹 범죄가 일어났다. 올해 4월 23일 피해 당사자가 에브리타임을 통해 공론화를 했고, 학생들은 신문고를 통해 학교 차원의 징계 처리를 요구했다. 본교는 피해자 측에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사건 조사나 징계 처리를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 절차를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1] 이후 본교의 대학언론 중 한 곳인 ‘가톨릭대학보사(이하 학보사)’는 학내 스토킹 범죄 피해 사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성심은 4월 29일 학보사에 스토킹 범죄 피해 조사를 계획한 목적을 물었다. 이에 대해 학보사는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의 스토킹 범죄 피해를 방지하고, 혹여나 피해를 입는다면 이에 대한 구제방안을 더 철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해 궁극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학교, 안전한 학교가 만들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설문 데이터는 총학생회, 본교, 역곡지구대에 전달할 예정이라 덧붙였다. 학생들의 바람에도 대학의 학칙을 이유로 진전되지 않은 일이 대학언론을 통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상호 추구해야 할 대학언론의 가치이자 필요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학언론은 학생들을 대신해 쓰고 펴내는 곳이다.
독자의 관심과 지지가 있는 한, 대학언론의 주체와 독자는 모두 학생이 될 것이다.
성심교지는 학생들로부터 교지편집비용으로 5,000원을 지급받는다. 성심교지의 목차 페이지 아래엔 <펴낸이: 가톨릭대학교 성심학우>가 적혀있다. 학생들로부터 건네받은 편집권은 성심교지의 목적인 ‘학생 사회의 진보적 담론 형성’을 위해 사용될 것이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독자 또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대학언론을 살펴주기 바란다.
[*정정보도]
독자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성심 78호 63쪽 "대학을 보고 듣고 쓰는 곳" 기사에서 "독립언론은 무조건 재정공개를 해야하고,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에 누락된 내용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독립언론은 무조건 재정공개를 해야하고, 자치언론과 학보사는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가 인터뷰이의 답변이었습니다.
또한 63쪽 "일방적으로 예산 삭감을 요구한 것이다."는 오보임음을 알려드립니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가 예산 삭감을 요구하기까지 용봉교지편집위원회와 학내 구성원 간 소통미비가 있었음을 추후에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예산 삭감을 요구한 것이다."로 정정합니다. 그 다음 문단에 "총학생회 측의 감사와 예산 축소는 인정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명시했지만, 독자분들이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와 용봉교지에 대한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세세히 확인하지 못한 김정연 편집장의 잘못이 맞습니다.
용봉교지 측에 입장 전달과,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측에 사과의 말씀을 전해드렸습니다.
독자여러분들께도 기사 오류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성심교지편집위원회', '용봉교지편집위원회',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세 단체는 각각 개별적인 단체입니다. 또한 "대학을 보고 듣고 쓰는 곳"에 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대학알리'와 '대학언론인네트워크'는 용봉교지 사례에 대해 성심교지, 용봉교지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내용 누락에 대한 정보와 오해의 여지를 방지하고자 대학언론인네트워크와 진행했던 인터뷰 전문을 첨부합니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인터뷰 전문>
1) 대학언론인네트워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차종관(이하 차) : ‘대학언론인네트워크’(이하 대언넷)는 대학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하기 위해 전, 현직 대학언론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한 비영리단체입니다. 2011년 페이스북 그룹 ‘전국 대학생 학보사 기자 페이스북 모임’으로 시작했고 지난해 ‘대학언론인네트워크’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현재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지역 및 분과별 네트워크를 구성해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함께 운영 중입니다. 대학언론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 및 활동을 기획 및 집행하고 있습니다.
2) 대학언론인네트워크의 주된 목적과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차 :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합니다’가 저희 슬로건이자 미션입니다. 이 시대 대학언론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대학언론인인 우리가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국 단위 대학언론인 단체에서 무엇을 논의해야 할지를 고민했고 그것이 ‘연결’과 ‘지원’이라 판단했습니다. 현재 그 키워드에 맞게 다양한 사업을 기획 및 집행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언론인 간 전국적인 소통 및 협업망을 만들기 위해 페이스북 그룹,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오프라인에서 지역 및 분과별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선 각 학보사 운영이나 예산 문제 등 필요한 정보들에 대한 교류가 자유롭게 진행되고 기사 소재에 대해 정보를 나누기도 합니다. 오프라인에선 대학언론계 내 담론에 대한 의제로 간담회 등을 진행했습니다. 부산지역위원회에서는 지역 청년 인구 유출에 대한 공동 취재 및 기사 발행 같은 협업도 이뤄진 바 있습니다.
또한 취재 및 기사 작성 등 실무 교육을 위한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를 개최했으며 대학언론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대학언론 아카이브, 모든 대학언론 콘텐츠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대학언론포털, 대학언론인들의 활동을 응원하기 위한 대학언론인 어워드 등의 지원 사업도 구상 및 진행 중입니다. 이외에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구요. 대학언론인의 복지를 위한 파트너십도 맺고 있습니다.
3) 현재 ‘대학알리’와 함께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는 어떤 취지로 설립되었나요?
황치웅(이하 황) :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는 제가 학보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 프로젝트입니다. 의외로 많은 대학언론인이 처음 수습기자가 됐을 때 제대로 된 교육 자료나 커리큘럼이 없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기 힘듭니다. 저도 선배 기자가 한 학기만에 군대에 가면서 아직 많은 것을 모르는 채로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시절 '누군가가 날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을 대학알리에 들어가면서 구체화했습니다.
대학알리에서도 신입 기자들이 기사 하나조차 완성하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것 역시 '신입 기자를 위한 교육의 부재'가 문제점이라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학알리 기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는데 대언넷에 함께 활동하게 되면서 일이 커졌죠.(웃음) 그래서 대상을 '대학언론인 및 대학생'으로 넓혔고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3-1) ‘대학언론인 아카데미’는 대학언론인 선배들의 강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의 첫 번째 활동으로 ‘교육’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차 : 지금 대학언론이 위기를 극복하고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 존재의미를 다하기 위해,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언론인은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실무에 투입되는 척박한 환경에서 일합니다. 그리고 일하는 동안 자신이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지 고민을 풀지 못하고 퇴임합니다. 계속 반복되는 이 악순환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여러 행정적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언론인답게 활동할 수 있을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학언론 환경을 알고 있는 선배 대학언론인들을 초청해 무조건, 무상 교육을 진행했습니다.(다행히 대학알리가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을 받아 강의료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대학언론인의 가치부터 글쓰기, 디자인, 영상, 경영 등 전 분야에 걸친 커리큘럼을 이수한다면 앞으로의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시작했습니다. 결과도 꽤 괜찮았습니다. 시그니처 코스 1기 한 달간 누적 1600명의 수강생이 강의를 들었습니다. 필요성이 증명됐다고 봅니다. 수요가 있으니 앞으로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3-2) 거의 날마다 진행되는 강의와 다양한 분야의 강사 등의 강의 구성이 눈에 띕니다. 기사 작성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강의도 진행되었었죠. 특히 모든 강의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계신데, 강의 구성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황 : 언론계에는 신문기자 외에도 방송기자, 디자이너, 아나운서 등 다양한 직업들이 있습니다. 수강생도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강사들을 섭외했습니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대학언론도 변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대학언론의 수요자는 결국 대학생입니다. 글을 아무리 잘 쓰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도 수요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산도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이죠. 대학언론이 팟캐스트나 유튜브, SNS를 통해 공급의 다양성을 꾀하려 해도, 관련 지식 없이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
디자인, 사진, 영상, 뉴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강사들을 초청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MBC 뉴미디어 뉴스인 ‘엠빅뉴스’ 기자를 모신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로 뉴미디어용 뉴스를 구성하는 사람을 만나 강의를 듣고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대학언론의 성공 확률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4)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운영진 중 대학을 졸업하신 분도, 기자 생활을 하신 분도 여럿 계실 것 같습니다. ‘현직 대학언론인’들을 위한 네트워크에 계속 관심을 쏟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재익 : 현직 기자로 일하면서 대언넷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제 대학생도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사회도, 대학언론도 달라지기 때문에 예전 기억만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자문위원으로 물러나 조금씩 조언하는 정도입니다.
다만 지금도 함께하는 이유는 제가 대학언론에 몸담았던 시절 어떤 고생을 하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나마 편하게 일하기도 했다는 것을 오히려 기자가 된 후 여러 대학을 취재하면서 알게 됐고요. 후배 대학언론인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한다면 대학언론도, 그들의 미래도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기도 합니다. 몇년 동안 현직 기자로 일했던 경험이 지금 대학언론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낫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5) 과거 대학언론이 학생운동과 담론의 중심이 되던 때와 달리, 지금은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언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익명 : 사실 위기라는 말도 매우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민주화 이후 학생운동이 사그라들던 시점인 1990년대 초반부터 대학언론의 위기 담론이 등장했고, 부모님 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난 과거 대학언론의 문화를 지금과 비교하는 것 역시 옳지 않은 문제라 생각합니다. 대학언론 간 인력난 부족, 예산 삭감, 편집권 침해,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에 대처 부재 등 위기의 배경을 원인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구독률 저조도 학생들의 관심 부족이라는 것만 따지기에는 너무나도 빈약하고 어찌 보면 무책임할 수 있습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수많은 복합적인 문제가 얽힌 채 30년 가까이 풀리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위기가 아닌 이미 ‘붕괴’가 시작된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지역 대학언론사를 시작으로 조직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고, 학생운동의 주축이었던 공동 담론도 사라지면서 각 대학언론사별 매체의 교류도 더욱 줄어지고 있습니다.
교지편집위원회만 따져봐도 지난 2014년 서울대교지 ‘관악’이 종간하는 등 4년제 대학 기준으로 현존하고 있는 곳이 두 자릿수만 남아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대학가 출입이 급감하면서 오프라인 발행을 포기한 대학언론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학조차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권리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엇 하나의 원인이라 보기 어렵고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고 봅니다.
6) 대학을 포함한 사회를 통찰하는 기사는 ‘기성언론’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대학언론이 존재해야 할까요?
차 : 기성언론은 대학까지 포괄한 사회 전반을 다루니까요. 좁은 영역의 대학언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대학 사회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생각해본다면 대학언론은 더욱 필요합니다.
일반학생, 학생자치기구, 대학본부, 학교 앞 주민과 상권, 청소노동자 등 대학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몇만 명이 존재합니다. 작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 하나하나에 언론이 없다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알 권리와 목소리는 누가 보장해줄까요. 당장 제가 활동하는 대학알리만 해도 기획하고 발행해야 하는 아이템이 너무 많습니다. 사건은 넘쳐나는데 사람도 관점도 부족해요.
대학언론이 왜 존재해야 하냐는 질문은 마치 지역언론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인터넷으로 비유하자면 네이버가 있다고 해서 XX대학교 에브리타임 같은 커뮤니티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7) 앞으로 대학언론이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익명 :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학생운동의 쇠락과 함께 대학언론 관련 연대모임이 빠르게 무너졌고 10여 년 간 수많은 조직들이 대학언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자세미나, 대학언론포럼 및 기자상 공모전 개최, 지역별 학보사·방송국 연합 등 정말 많은 모임들을 구상했지만 당시 대학언론인이 졸업하면 대부분 함께 사라져 그 지속성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현재 상호간 정보 단절로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수행하지 못한 채 각 대학언론의 콘텐츠는 에브리타임 등 학내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보다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먼저 각 대학언론만의 정체성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대학을 넘어 다양한 문제에 접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방법은 각 대학언론이 대학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안으로는 양질의 교육을 통해 대학언론인들의 전문성을 키워 나가고 밖으로는 각 언론간 공통의 목적을 가지는 것이 최우선이라 봅니다. 그리고 대학언론만의 특징을 이끌어내 지금의 '대학언론의 위기'가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대언넷의 역할이지 않나 싶습니다.
대학언론은 전문적인 교육체계 부재, 일방적인 부서 예산 삭감으로 인한 활동 저하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대언넷은 대학언론의 목소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존재함과 동시에 독자적인 사업들을 진행하며 돕고자 합니다.
8) 대학언론의 가장 가까운 독자인 대학생들이 대학언론을 어떤 시선으로 읽어나가야 할까요?
차 : 일단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좋고, 비판적 시선으로 읽어주신다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기사를 읽고 나서 독자들이 각자의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언론 자체를 애정 어리게 봐달라는 기대같은 건 없고요. 대학언론은 망하지 않는 이상 늘 그 자리에서 기사를 내고 있으니까, 눈가에 스칠 때마다 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가 있어야 언론도 있으니까요.
9) 마지막으로 성심교지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활동가 일동 : 대학언론에 대한 글을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학언론이 위기를 넘어 붕괴, 소멸에 이르지 않도록, 전국 단위 네트워크로서 역할을 다해보겠습니다. 함께하실 활동가분도 상시 모집 중입니다.
각주
[1] 5월 12일 기준, 현재 스토킹범죄 처벌과 관련된 질문은 “4월 29일 해당 관련 학생과 연락이 되어 관련된 절차를 진행예정이오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답변되고 있다.
출처
[i]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인터뷰, 2021.5.6.
[ii] 신정원, ‘중앙대 구조조정 반대 학생 퇴학 논란 ’일파만파‘’, 2010.4.28., <중앙대 구조조정 반대 학생 퇴학 논란 '일파만파' : 네이버 뉴스 (naver.com)>, 마지막 검색일: 2021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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