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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전공하지 않습니다77.5호(2021)/가대in 2021. 2. 24. 16:03
김정연 수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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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코리아 대학생에게 대학은 삶의 터전이다. 최소 4년의 세월이 대학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 중 ‘전공’은 삶의 방향을 나누는 관문이 되기도 한다. 전공을 기본값으로 생활상이 달라지고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전공은 누군가의 오랜 염원이기도, 순간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전공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혹은 다른 꿈이 생겼다면 그동안의 시간은 헛된 것이 되는 걸까?
성심은 이런 고민의 이정표가 되고자 1월,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꿈을 좇는 가톨릭대학교 학부생 2명과 수료생 1명을 만났다.
김형선, 경영학 17
경영학, 문화예술경영전문가를 복수전공 했다. ‘Zudiex’ 라는 이름으로 디제이, 프로듀서, 전자음악 기반 라이브 퍼포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비영리단체 ‘In Thousand’에서 공연, 전시, 영상 콘텐츠 등의 기획과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유주원, 행정학 18
행정학을 전공했다.
뉴스 PD에 대한 꿈을 가지고
현재 스포츠 운영기관에서 미디어 담당자로
홈페이지관리, SNS 콘텐츠 제작 및
운영업무를 하고 있다.
장채영, 미디어기술콘텐츠학 14
미디어기술콘텐츠학, 문화예술경영전문가를 복수전공 했다. 작가, 음악 콘텐츠 기획자, 세계음악여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음악레이블 ‘더텔테일하트’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 외 2018년부터 1인 출판사 ‘일곱개의 숲’을 운영하고, 2020년부터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기획운영팀 소속 코디네이터로 PD 업무를 맡고 있다.
- 언제, 어떤 계기로 이 일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김형선 : 스무 살 때 하우스 뮤직 라운지 바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만난 사장님께 일과 음악을 배우다 현재 기획까지 같이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라운지 바에서 음악을 들으며 만났던 여러 사람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유주원 : 막연하게 사회, 정치, 방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미디어 계열 직무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방송부 활동을 하며 굳어진 것 같습니다. 단편 창작 영상을 제작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제작자에 대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장채영 : 중학교 3학년 때 박재범 콘서트에서 더콰이엇과 도끼의 공연을 보고 힙합에 빠져, 홍대 클럽 공연장을 다니며 자연스레 공연기획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2학년부터 3년간 ‘아이러브인디’라는 인디음악 웹진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자연스레 출판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 흔히 대학생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해 학점 관리나 공모전과 같은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전공 외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김형선 : ‘YOLO’를 즐긴다고 오해받은 적이 많습니다. 제가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인데요.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또 저를 멋있다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마우면서 한편으론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유주원 : ‘행정학과인데 영상은 어떻게 제작하느냐’ 등의 물음을 많이 들어왔어요. 커리어의 하나로 행정학과를 선택한 것이지, 직업을 위해 전공을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로, 공모전이나 대외활동 같은 외부 활동은 오로지 직업을 위한 수단이 아닌, 나의 흥미와 적성을 찾는 경로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채영 :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취업을 고민하던 3학년 때,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스펙보단 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싶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응원해주는 편이었지만 부모님을 설득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하지만 남의 선택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내가 무엇을 할 때 성취감을 느끼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결정한 일이었습니다.
-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흥미를 업으로 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을 것 같습니다. ‘대학 전공’이 아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불안감도 있으셨을 것 같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이나 기준 같은 것이 있으셨나요?
김형선 : 사회적 기대나 나이, SNS를 통한 사회적 평가가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묵살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언제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뭐든지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기회가 있을 때 능력 밖의 일도 무조건 시도했어요. 그렇게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계획이 세워지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해보지도 않고 결과를 미리 짐작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유주원 : 스무 살이 되고 나서 캘린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연말, 연초에 한 학기 혹은 1년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능력을 키울지 목표를 정하는데요. 이를 위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자신을 조립해보는 좋은 시간이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달성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방향성도 찾게 되더라고요.
장채영 : 문화콘텐츠라는 게 워낙 분야가 넓어서 전공과 관련이 없다고는 볼 순 없지만, 저에게 중요한 기준은 ‘주체가 나 인가’였어요. 생각해보면 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했습니다. 쇠가 달구어질 때까지 기다린 게 아니라 쇠를 두드려서 달구었던 편이죠. 자신을 믿고,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했을 때 오히려 결과가 더 좋았어요.
- 바쁜 일상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할 겨를도, 틈도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흥미를 찾아낸다 해도 선뜻 도전하기 힘들죠. 이러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김형선 : 늦게 시작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요된 시간에 죄책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요. 어느 나이대든 고민과 불확실함이 있을 거예요.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절대 늦은 것은 없습니다.
유주원 : 뭐든지 도전할 때 자신만의 유예기간을 설정해 보세요. 특정한 기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목표를 설정하면 계획성이 생기면서 위험부담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또 스스로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100개를 도전하고 99개가 실패해도, 하나의 성공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실패가 있다면 거기서 배운 것을 가지고 또 다른 곳에 도전하면 돼요.
장채영 :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누구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한다는 것이 거창한 것 같지만, 단순하게 ‘내가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은가’를 떠올리며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을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용기를 내기 용이해 질 거에요.
- 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생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형선 : ‘덕업일치’라는 개념이 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좋아하는 일로 가시적인 보상을 얻는 것이 정말 기뻤어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고 권태가 올 때도 있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욕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유주원 : 아직은 궁극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진 않기 때문에 변화라고는 말할 것이 없지만 욕심이 생기는 것은 확실합니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하는 일을 어떻게 활용하고 더 나아가 무엇을 할까’라는 욕심이요.
장채영 : 첫 회사에 입사하고 저는 좋아하는 마음만 가득한 미생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업무를 ‘왜’하는지 모른 채 그저 ‘잘’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던 거죠. 그때 회사 사수께서 저에게 일을 왜 하는지 고민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후로 일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단순해지고 무엇보다 주체성을 띠며 명쾌해졌어요. 일하며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제 미래가 기대되기도 하고요.
- 현재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형선 : 휴학 후 음악 공부를 하고 싶어요. 올해 부평구가 문화도시로 선정이 되어 부평구문화재단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 올해는 문화재단이나 여러 공모사업에 도전해 기획자로서 저의 역량을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유주원 : 아직은 취업, 학업, 창업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창업대학소속으로 친환경 용품인증 및 유통 전문 사회적기업인 ‘에코부릉’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환경 용품에 대한 등급규제 등을 마련하여 전자기기 에너지효율등급처럼 환경을 위한 제품의 기준점을 세우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론 저널리즘에 도전하고 싶네요.
장채영 :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입니다. 또 지금 회사의 계약기간이 곧 끝나서 다시 페스티벌 회사로 갈 것 같습니다. 참 이상한 구조긴 한데, 문화예술계가 문화재단이나 대기업 아닌 이상 다들 계약직으로 활동하거든요. 그래서 더욱 제가 하는 일의 전문성을 만들어야 하고, 끊임없이 저를 알려야 합니다. 코로나19라는 큰 변수로 축제들이 취소되고 주변도 혼란스러워졌지만 저는 오랫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음악 쪽에서 여성 기획자로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 새내기와 교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형선 : 나의 경계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말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면서 모두 기록해 두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기록이 작품이 될 수도 있거든요.
유주원 : 코로나로 인해 꿈꾸던 일상을 포기하고, 어려워진 상황 속에 우울해져 가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취미를 개발하거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며 머지않아 재개될 우리의 순간을 위해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채영 : 제 인터뷰를 보고 목표가 뚜렷해 보여서, 본인과는 다른 인생이라 생각하고 겁을 먹을 거 같아 걱정이긴 한데요. 아니에요. 해외를 다녀오고 나서 자퇴가 꿈이었던 저는, 늘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이 현명한지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결국, 정답은 없고 모든 선택이 길이더라고요. 저 또한 작아지는 순간들을 많이 마주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라 생각해요. 21년을 새롭게 맞이한 만큼 보다 긍정적으로 살아요, 우리.
삶은 아주 사소한 계기로 뒤집히기도, 쌓아왔던 것을 통해 새로이 발굴되기도 한다. 현실적인 문제가 더 급한 사람, 대학 밖에서 꿈을 찾는 사람,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 모두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인생을 가로지르는 것은 ‘전공’이 아닌 ‘나의 선택’이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속 이들의 이야기가 손에 들린 여러 안내서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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