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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도 할 수 있어! #ZeroWasteChallenge77.5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2. 23. 19:19
유수언 수습위원
ⓒ Sea Turtle Biologist 유튜브 거북이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다. 이 사진을 본 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컵과 빨대를 사용할 때면 죄책감이 들었다. 죄책감도 잠시,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까지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어렸을 적 분리배출의 중요성에 대해 철저히 교육받았지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었다. 분리배출은 환경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분리배출 이전에 배출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환경보호의 첫걸음이다. 이를 유년 시절에 배울 수 있었더라면 스스로 깨닫기 위해 허비한 시간을 환경보호에 더 힘쓸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더 늦기 전에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고 올해 1월 12일부터 10일간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했다.
당연한 구매, 습관적인 분리배출
ⓒ 성심 집에 샴푸가 필요하다. 쿠팡으로 ‘묶음’ 상품을 배송하고, 섬유유연제 ‘리필’도 주문했다. 테이크아웃 컵에 비해 내용물을 모두 소진하고 버리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려서인지 샴푸, 세탁세제 공병을 심각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다 쓴 샴푸 통은 습관적으로 분리 배출했다. 세제 리필액을 플라스틱 통에 채우고 비닐 팩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비닐 팩이 내 손에 쥐어져서 버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당연하게 해온 소비가 비합리적이라고 느껴졌던 순간이다.
“2050년에는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의 무게가 바닷속 물고기 전체의 무게를 능가할 것이다.”
- 윌 맥컬럼 <플라스틱 없는 삶> 中 -
2인 가구인 우리 집은 분리배출 요일마다 플라스틱 더미를 갖다버린다. 페트병은 라벨지를 제거하고 찌그러트려 뚜껑을 닫고 버린다. 일회용 배달 용기는 이물질이나 기름기가 묻어있지 않도록 깨끗이 세척 해서 버린다. 영수증과 같이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이 되지 않으므로 종량제봉투에 담고 종이 상자는 운송장과 테이프를 제거해 배출한다. 과연 우리나라 쓰레기 중 몇퍼센트가 제대로 분리배출 되고 있을까?
우리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적게 사용하는 것이다. 애초에 버릴 일이 없다면, 분리 배출할 쓰레기가 없다면 어떨까? 질문의 답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이다.
용기(bravery)와 함께 용기(container)를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을 먹는 횟수가 늘어났다. 배달 주문을 할 경우 광고지, 일회용 수저를 제외하고도 기본적으로 오는 플라스틱은 세네 개 이상이다. 음식이 담긴 플라스틱 그릇부터 음식물을 싸놓은 랩, 이 모든 것을 담은 비닐봉지까지. 거기에 코팅지인 영수증을 테이프로 붙이면 배달음식 세트 완성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나의 첫걸음은 ‘배달 음식 시키지 않기’ 였다.
ⓒ 성심 배달 대신 집에 있는 용기들을 장바구니에 넣어 오삼불고기 2인분과 쌈 야채를 포장해왔다. 제로웨이스트챌린지 후기 중 개인 용기를 거부하는 식당이 있어 걱정했는데 내가 방문한 식당의 사장님은 흔쾌히 나의 ‘용기(bravery) 있는 용기(container)’를 받아주셨다. 나는 배달 주문 시 발생했을 플라스틱 더미를 줄였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고무장갑을 낄 수 있었고 집에 있는 용기를 사용하니 그릇 두 개만 설거지하면 끝이었다.
ⓒ성심 차를 마실 때 티백 대신 찻잎 전용 스푼을 사용했다. 찻잎을 스푼에 넣고 닫은 뒤 컵에 담가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된다. 티백은 쓰레기일 뿐만 아니라 뜨거운 물에 오래 우려낼 경우 무수히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물에 녹아 나와 인체에 유해하다. 제로웨이스트는 비단 환경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심 깨끗이 세척 한 텀블러를 들고 집 앞 카페에 카페라떼를 포장하러 갔다. 개인 텀블러 사용은 쉽고도 효과적인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법이다. 2019년 11월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매장에서 마시다 남은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려면 추가 비용을 지불 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테이크 아웃 컵에 음료를 담을 경우 컵의 보증금을 지불 해야 하는 ‘컵 보증금제’가 도입된다.i) 비용도 발생하고 환경도 파괴하는 일회용 컵 대신, 부엌 찬장 속 텀블러를 꺼내 보는 건 어떨까.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성심은 77호에서 <알맹상점>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전호에서 알맹상점을 소개했다면 이제는 직접 이용해 볼 때가 아닌가! 알맹상점은 거의 모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대체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회용 실리콘 면봉, 세척이 가능한 대나무 화장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치실, 종이필터가 필요 없는 티타늄 커피 필터 등 몰라서 구매하지 못한 제품들이 가득했다.
알맹상점 한 켠에는 리필스테이션이 운영되고 있다. 공병을 가져와 바디워시, 선블록, 클렌징 오일 등 필요한 것을 채우고 g당 가격을 지불 하면 된다. 이런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면 리필 비닐 팩이 5분도 채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친환경 제품은 별로라고요?
ⓒ성심 나는 알맹상점에서 고체 치약과 대나무 칫솔, 바디워시 392g을 구매했다. 튜브 내부가 코팅되어 있는 일반 치약 대신 고체 치약을 사용하면 플라스틱이 무참히 땅에 묻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나무 칫솔은 우려와 달리 습기에 강했으며 고체 치약의 마무릿감도 좋았다.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은 천 원 내외로 기존 플라스틱 제품과 가격이 같거나 저렴한 편이었다. 친환경 제품은 기존 제품과 기능적으로나 가격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성심 여성은 평생 500여 번의 월경을 하며 약 2275일을 월경에 소비한다. 여성 1명당 평생 약 1만 4000개 이상의 월경대(생리대)를 사용하며 월경대 가격이 비싼 편인 우리나라에서는 그 값으로 450~600만 원을 지출한다.ii)
나는 2017년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논란 후 2018년부터 월경컵(생리컵)을 사용해 오고 있다.ii) 월경컵 권장 사용 기간은 2년으로 하나의 월경컵으로 약 24번의 월경을 보낼 수 있다. 즉, 월경컵 하나가 약 336개의 버려지는 일회용 월경대를 대체하는 것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2년 기준 월경대 지출값인 약 34만 원 대신 월경컵 하나 가격인 3만 원만 지출하면 되므로 훨씬 경제적이다.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도 월경컵은 좋은 선택지이다. 식약처는 “생리컵 속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사람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이라 발표했다.iv) 실제 월경컵을 사용하면서 월경통이 완화됐고 월경대 사용 시 겪은 가려움증과 찝찝함도 사라졌다.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꼭 마련해야 하는 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모두 버리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오래 쓰고, 다시 쓰면 된다. 다음 구매주기가 돌아왔을 때 친환경 제품 구매를 고려해 보자. 당연히 구매주기는 길면 길수록 좋다.
즐겁고 행복한 만큼만, 제로웨이스트
“완전한 제로웨이스트는 없다”
- 소일 <제로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中 -
여러분들도 일정 기간을 정해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일주일도 좋고 하루도 좋다. 쓰레기를 줄이 는 것은 준비물이나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텀블러를 챙기고, 제품 구매 전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된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 배출을 지양하는 것이지 성패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Zero’라는 단어가 주는 영향 때문에 쓰레기가 하나라도 생기는 경우 실패로 여기기 쉽다. ‘Zero’에 부담 갖지 말고 딱 즐겁고 행복한 만큼만 시도해 보자.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어있을 것이다. 사소한 실천이 습관이 되는 순간, 당신은 이미 프로 제로웨이스터!
제로웨이스트는 어려워서 보다 ‘몰라서’, ‘귀찮아서’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나가기 ‘귀찮아서’, 친환경 제품이 있는지 ‘몰라서’ 실천하지 못했던 제로웨이스트는 10분만 투자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10분만 걸어서 음식을 포장해 오고, 10분 동안 일회용품 대체 방법을 고민해 보면 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500년의 시간을 구했다는 의미이다.v) 10분을 투자해 지구의 500년을 구하는 제로웨이스트. 야, 너도 할 수 있어! #ZeroWasteChallenge
<출처>
i) 이지운, ““2021년부터 카페서 종이컵 퇴출”...돈 내야 ‘테이크아웃’”, 2019년 11월 22일, 채널에이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176460>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월 29일.
ii) 이영민, ““여성이라 내야하는 600만 원”...생리대의 경제학”, 2017년 9월 17일,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7090718203080364>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월 26일.
iii) 김보현, “‘조사만 3년째’ 일회용 생리대는 언제쯤 믿고 쓸 수 있을까”, 2020년 10월 6일, 비즈한국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20742>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월 29일.
iv) 송욱, “식약처, ‘생리컵’ 국내 첫 허가”, 2017년 12월 7일, SBS 뉴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519947&plink=ORI&cooper=NAVER>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월 29일.
v) 채덕종, “플라스틱 없는 서울 도전...2022년까지 50% 감축”, 2018년 9월 19일, 이투뉴스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512>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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