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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지극히 개인적입니다만77.5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2. 23. 18:56
유수언 수습위원
대학교 강의실에서 타투를 한 사람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스스럼없는 MZ세대1)들에게 타투는 옷과 액세서리처럼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고 있다. 반영구적이라는 점에서 그 힘이 더욱 강해진다. 사람들은 타투를 통해 취향을 담고, 소중한 것을 기록한다.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는 타투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다.
대게 타투와 관련한 궁금증들은 피시술자를 향한다. 시술비용은 얼마인지, 통증은 어떠한지,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 등 단편적인 것들을 묻곤 한다. 이러한 질문만으로는 타투가 피시술자의 것으로 새겨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 타투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시술자인 타투이스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타투작업은 시술자와 피시술자만의 은밀하고도 사적인 교감이기 때문이다. 성심은 국내 타투 인식과 문화, 작업환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올해 1월 10일 Young(02)로 활동하는 박영 타투이스트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인스타그램 @02percentof02 한사람의 ‘영원’에서 ‘영원’한 것
타투를 받는 사람에 비해 타투를 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는 드물다. 성심은 Young(02)에게 타투이스트가 된 계기와 Young(02)가 생각하는 타투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학창 시절부터 타투라는 작업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막연히 언젠가 타투이스트가 되어야겠다고 생각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요. 우울증을 오래 앓아서 의지도 없고 학교도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안됐던 때가 있었어요.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박한 마음에 비해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었죠. 그래서 당장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 해서 그림을 그리고 타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타투이스트가 되었습니다.”
“타투의 매력이라고 하면 정말 여러 가지가 떠올라요. 제가 생각하는 제일 큰 매력은 한 사람의 ‘영원’에 있어 ‘영원’하리라 확신할 수 있는 ‘영원한 것’이라는 점이에요.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타투는 한 사람의 ‘영원’에는 영원하잖아요. 타투를 받는 순간부터 타투와 타투를 받은 사람은 햇빛과 시간 등 여러 요소에 의해 늙어가요. 그리고 그게 눈에 보이죠. 절대 처음과 같을 수는 없거든요. 그것 역시 굉장한 매력이에요. 또 내가 원하는, 나에게 어울리는 작업을 받음으로써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는 것, 좋아하는 작업자의 작품을 내 몸에 수집하는 기쁨 같은 것들도 수많은 매력 중 하나죠.”
“타투는 전사부터 완성까지 굉장히 밀접하게 진행되는 작업이에요. 상담 과정에서는 타투이스트와 손님이, 그리고 작업 후에는 타투와 손님의 관계가 아주 깊어져요.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살을 부대끼며 작업하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돈을 받고 작업하는 상업활동을 넘어 행위를 하는 두 사람의 마음에 깊고 예쁘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을(乙)을 만들어내는 현행법
1992년 우리나라 대법원은 “보건위생상의 위험을 이유로 타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은 문신 시술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문에 따르면 국내법상 타투 시술은 불법이다.
국내 타투 시술 인구는 약 100만 명이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 타투이스트는 약 2만 명이며 시장규모는 약 200억 원 가량이다.i) 타투 시장은 성장하는 반면 타투이스트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근로 능력과 의욕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노동을 하고 그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타투이스트는 그 ‘누구나’에 속하지 않는다. 타투 작업 후 시술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하며 타투를 받은 손님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8년 충남 서산에서 타투 시술을 받은 남성이 시술비로 150만 원을 지불 한 후 그해 여름, 타투이스트에게 집안이 어려워졌으니 시술비를 돌려달라고 했다. 타투이스트가 이를 거절하자 남성은 경찰에 신고하였고 재판을 거쳐 해당 타투이스트는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ii) 타투 시술 후 그에 상응하는 시술비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재 타투이스트들은 법률적으로 이를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불법’이라는 단어는 그들을 을(乙)로 내몰고 있다.
“타투이스트도, 타투를 받는 사람도 이렇게나 많은데 그 누구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요. 법이 개정된다 해도 자리 잡는 데까지 오래 걸릴 거예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자격, 위생, 보호 등 모든 면이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미국 일부 주를 제외하면 지역 보건소에서 하루 동안 ‘혈액 매개 병원체’에 관한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하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 영국에서도 공인된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하면 타투 시술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비의료인 타투 시술을 처벌해 오던 일본은 2018년 11월을 기점으로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며 타투 합법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iii) Young(02)는 국내와 달리 타투가 합법인 해외에서 게스트워크2)를 하며 느낀 인식 차이를 들려주었다.
“매번 느낀 것은 아니지만 인식 차이는 대체로 존재해요. 손님들의 태도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는데, 해외에서는 타투이스트를 예술가, 전문가로서 대해줘요. 본인이 받을 타투의 디자인, 위치, 사이즈까지 모두 타투이스트에게 맡기는 경우도 꽤 있었어요. 그만큼 작업자의 실력과 안목을 신뢰한다는 뜻이죠. 해외는 타투문화가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호 간 여유와 믿음이 자리 잡은 게 아닐까 해요.”
예술가, 전문가로서의 대우를 받는 것은 단지 문화가 존속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큼의 법과 제도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법적인 보완은 한 직업의 행위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문신’과 현재의 ‘타투’
과거 ‘문신’은 조폭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등 전체에 용, 잉어, 호랑이 문신을 한 조폭은 공포감을 주며 기피 대상으로 여겨졌다. 영화나 드라마가 보여주는 문신 가득한 조폭의 모습은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기 충분했다.
2000년대 중반 즈음 레터링, 라인타투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려동물타투, 일러스트타투, 미니타투 등 앙증맞고 심플한 타투들이 나타났다. 연예인들은 자신만의 세련된 타투를 SNS와 잡지에서 자랑하기도 했다. 점차 타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며 실제 타투를 한 사람들을 쉽게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타투스타일의 다양화와 인식 변화에 대해 타투이스트 Young(02)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작업을 시작했던 2015년만 해도 컬러작업 보다는 블랙 앤 그레이가 많았고, 올드스쿨 등 트레디션 장르가 인기 있었어요. 일러스트 장르는 막 생겨나기 시작했었죠. 타투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의 직업군도 꽤 한정적인 편 이였던 것 같아요. 요즘은 ‘장르’라고 나누기 애매할 만큼 스타일이 굉장히 다양해졌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활발한데, 다른 나라들만큼 오래된 타투 문화가 없어서일 거예요. ‘기존의 스타일’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보니 작업자들이 틀에 갇히지 않고 편하게 자기만의 작업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인식 변화에는 다양해진 타투스타일이 크게 영향을 미친 거 같아요. 이제는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문신’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그 이미지만이 타투가 아닐뿐더러 더이상 조폭의 전유물이라고도 할 수 없게 돼버린 거죠.”
ⓒ인스타그램 @02percentof02 새로운 장르의 탄생은 타투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기여했다. 새로운 타투 스타일은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과 취향을 담기 충분했으며 지금도 사람들은 자신을 나타내는 도구로 타투를 몸에 새기고 있다.
위로와 공감 그리고 즐거움까지
타투이스트 Young(02)는 온전히 개인의 것을 타투로 새긴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즐거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제 그림이 보는 사람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그림의 주제나 이야기는 주로 생각, 감정, 마음, 사람에 관한 것들이에요. 이런 것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누군가에게는 그대로 전달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본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아예 다르게 해석하더라도 여전히 위로받을 수는 있잖아요. 혹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이런 이유로 그림에 모든 정답이 드러나게끔 하기보다는 다채로운 색과 추상적인 표현을 즐겨 해요.”
Tattooist는 Tattoo와 Artist가 합쳐진 단어이다. ‘Tattooist’는 타투라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예술과 문화로서의 입지를 넓혀가는 타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정이 필요하다.
타투는 시간이 흐르면서 물과 햇빛에 의해 달라진다. 이는 한 사람의 세월을 표현하며 취향의 나이테가 된다. 오랜 고민과 신중한 선택으로 새겨지는 타투는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이제는 타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이다.
<각주>
1)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임.
2) 일정기간 동안 다른 타투이스트의 작업실에서 타투 작업을 하는 것.
<출처>
i) 김수산, [이슈톡] ‘타투’ 인구 100만 명, 2019년 7월 15일, mbc뉴스
<https://imnews.imbc.com/replay/2019/nwtoday/article/5406233_28983.html>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월 16일
ii) 김영준, [NOW] 지금도 문신이 불법인가요?, 조선일보, 2019년 6월 11일,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1/2019061100290.html>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월 12일
iii) 최용환, “일본 대법원이 역사상 처음으로 타투 시술을 합법으로 인정했다”, 2020년 9월 21일, HYPEBEAST
<https://hypebeast.kr/2020/9/supreme-court-of-japan-tattooing-now-legal-without-medical-license>
마지막 검색일: 2021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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