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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2m는 모두에게 공평한가77.5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2. 23. 14:49
최희원 수습위원
ⓒ 성심 장기화된 COVID-19의 영향으로 다양한 기업에서 재택근무, 로테이션 근무 방식을 채택하며 직원 간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 부천 물류센터 확진’, ‘현대 건설 현장 확진’ 사례는 모든 직종이 방역수칙을 지키며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산업 현장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성심은 1월 26일 거제 삼성중공업에 근무 중인 최치영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형 산업시설의 노동자들은 마스크 착용은 물론, 1일 2회 발열 체크도 해야 한다. 사측은 직원들의 동선 파악을 위해 식당, 사내 버스, 회의실의 모든 좌석에 QR코드를 부착했다. 코로나 TF팀은 모든 직원에게 매일 문진표를 발송하고 직원들은 모든 일과를 사측에 보고하고 있다. 전 직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업무의 정체를 피하고 추가 확진자를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발열 체크, 동선 기록만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치영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해서 현장에서 반드시 여러 명이 해야 할 업무들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개인 간 2m 거리 두기’라는 방침은 다수 인원의 협업이 필수인 현장 노동자들의 업무와 충돌한다. 이로 인해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은 타 직군에 비해 코로나 19의 위험성에 노출되기 쉽다.
ⓒ 성심 2020년 3월 초, 마스크 사재기로 인한 산업용 방진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일반인들은 KF 마스크에 준하는 효과가 방진 마스크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진 마스크에는 바이러스 필터가 없고 착용자의 날숨으로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어 감염병 예방에는 효과가 없다. 산업 현장에서 방진 마스크만 착용한다고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부속 장비가 추가로 지급되지 않는다. KF 마스크와 방진마스크를 동시에 끼면 호흡이 어렵고 마스크가 들떠 외부 바이러스와 분진이 유입된다. 최치영 씨는 “분진이 많이 생기는 곳에 갈 때는 방진 마스크만 쓰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산업 현장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 앞에 무력한 방진 마스크. 현장 노동자들은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KF 마스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 성심 12월 4일 확진자는 거제 조선소 조업 현장에서 근무했다. 현장 노동자의 확진 판정은 현장의 폐쇄와 조업 중단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피해가 생길 것을 우려하여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각자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늘 강조한다. 결국 동선 확보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산업 현장의 방역은 현장 노동자 개인의 몫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금전적 이윤의 가치가 노동자의 기본권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과연 기업들은 현장 노동자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다양한 현장직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안전은 2m 거리 두기 규정으로 지켜질 수 없다. 노동의 형태에 따라 업무 환경이 다르고 직종마다 필요한 조치 또한 다르다. 현재까지 마련된 산업 현장의 방역수칙은 노동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코로나 19의 위험성은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위험이 더 가중된 환경에 놓인 현장직 노동자가 있다. 우리의 2m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 다가오는 78호에서 성심은 코로나 19 취약 계층과 코로나 19로 인해 심화된 불평등에 대한 담론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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