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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소비문화, 쓰레기는 움직이지 않습니다77호/뫼비우스의 띠 2020. 11. 28. 02:13
윤진영 편집위원
불과 몇 년 만에 세상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우리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파랗던 하늘은 미세먼지라는 뿌연 옷을 입었고,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는 사실상 여름과 겨울, 두 개의 계절만이 남았다.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모든 변화는 기후 위기와 결을 같이하는 ‘환경오염’에 기반한다. ‘환경오염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경오염이 고작 두 가지의 이유만으로 발생했을까. 이 글에서는 한국을 뒤덮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린 쓰레기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이제는 더이상 미루지 않고 직시해야 할 문제다.
사람이 탄생과 죽음이라는 생애주기를 가지듯이 쓰레기도 나름의 생애주기, 즉 순환구조를 갖는다. 하지만 우리는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억할 뿐, 그 이후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 버려진 쓰레기는 크게 매각‧소각‧투기‧재활용이라는 4가지 차원에서 처리된다. 앞의 3가지 방법(매각‧소각‧투기)이 자원 낭비와 환경파괴를 불러온다면, 재활용은 자원 순환에 일조한다. 그러므로 낭비가 아닌 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활용이 필수다. 재활용이란 “제품을 원형 그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경우, 제품의 물질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순환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주범이 있다. 바로 낮은 재활용률과 플라스틱이다. 우선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부터 살펴보자.
“분리 배출한다고 모두 재활용되진 않습니다. 제대로 잘 배출해야 되살아날 수 있어요. 쓰레기 버리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물건을 소비하며 느낀 즐거움에 책임을 져야죠. 제대로 잘 버리는 일은 소비자만이 할 수 있어요. 누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들어가며 中 -
분리배출≠재활용
자원순환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재활용률은 62%로 OECD 국가 중 독일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분리 배출된 양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재활용률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한국의 실제 재활용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 수치는 없지만 대략 40% 정도로 파악해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플라스틱, 캔, 유리병, 종이팩 등 쓰레기에 따라 재활용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모든 재활용 쓰레기의 수치를 합했을 때, 분리 배출된 모든 양을 제외한 실질적인 재활용률을 40% 그 주변으로 본다는 것이다. 재활용률 40%. 1991년 1월 1일 ‘종량제봉투 사용’ 제도를 시작으로 분리배출 시스템이 정착해 있는 한국에서 과연 높은 수치일까?
우리는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재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재활용 쓰레기의 배출 수칙을 모르거나 잘 지키지 않고 버리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재활용 자원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세척해서 버려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재활용 선별장으로 가도 쓰레기로 남을 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재활용 선별장의 현실이다. 배달 서비스의 성장과 코로나바이러스의 합작품으로 선별장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볼 수 있다. 예컨대 전년 대비 부산시 자원 재활용 선별장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월평균 약 230t이 초과됐다. 부산뿐만이 아니다. 경북일보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의 생활자원센터 건물 앞마당은 압축된 형태의 폐기물이 마치 컨테이너 박스처럼 쌓여있었다. 높이는 4~5m이었으며 폭은 10m가 넘어 보였다.” 선별장에서조차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있는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처리량보다 반입량이 더 많아 적체 현상을 겪는 재활용 선별장의 현주소는 쓰레기를 버려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 이유를 증명한다. ‘분리 배출했으니 내 역할은 끝’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은 우리 사회의 쓰레기 순환을 막는다. 제대로 된 순환은 넘쳐나는 쓰레기양 줄이기와 배출 수칙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플라스틱이 가져온 ‘혁신’ 쓰레기로 되돌아온 ‘현실’
두 번째, 플라스틱에 대한 문제다. 플라스틱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앞으로 우리는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의 시대를 넘어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플라스틱의 시대’에 살아갈 것이라 했다. 플라스틱을 사용한 지 약 200년, 플라스틱이 가져온 환경문제는 가히 혁명적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비롯한 전체적인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과거보다 훨씬 늘었지만, 이에 대한 처리는 그리 간단치 않다. 플라스틱의 종류는 ‘PET, PP, PVC, HDPE, PS, LDPE, OTHER’의 일곱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저마다 녹는점이 다르고 성질이 달라 한꺼번에 녹여 재활용할 수 없다. 이 말은 곧 플라스틱이 재활용 선별장으로 옮겨져도 다시 구별해야 함을 의미한다. 플라스틱의 분류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다. 이는 시간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재활용률을 낮추는 요소가 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 쓰는 돈과 시간보다 새로운 제품을 하나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마저 등장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 쓰레기로 구분하지만 정작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저조하다. 500년이라는 긴 분해 시간은 200년 전에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아직도 썩지 않고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플라스틱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현대 사회에서 소각하지 않는 이상 평생 함께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각을 하자니, 독성물질을 내뿜어 환경에 타격을 준다. 이제 남은 건 투기와 매립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최소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출된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먹이사슬에 의해 돌고 돌아 결국 돌아오는 곳은 인간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분리배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와 품목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수거 체계가 나와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정부와 생산자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소비자 행동이 바로 순환 경제로 이어지니까요. 책을 통해 쓰레기를 어떻게 버릴지 머릿속에 정리되었다면 주변을 둘러보세요. 익숙한 장소가 곧 쓰레기를 줄일 무대입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p.201 中 -
‘낙동강에 동동 떠다니는 현대판 오리알, 쓰레기’
재활용할 수 없거나 재활용 선별장에서 선별되지 못한 쓰레기에게 남은 선택지는 없다. 갈 곳 잃은 쓰레기가 빙빙 돌다 향하는 곳은 불법 투기 폐기물 야적장이다. 그렇게 버려져 한국에는 수백 개의 쓰레기 산이 존재한다. 플라스틱, 종이와 같은 생활폐기물부터 공사 현장의 건설폐기물까지. 별의별 쓰레기가 섞여 쌓여있는 야적장은 골치 아픈 존재다.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쓰레기 수거업체, 지자체마저 쓰레기 산의 처리를 외면하고 있다. 쓰레기에서부터 야기되는 문제인 부패와 악취는 대기와 토지 오염을 유발한다.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불법 폐기물의 규모는 ‘약 120만 3000t’ 이상으로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양임을 알 수 있다. 남몰래 불법으로 버린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진 산을 치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필요한 쓰레기 처리다.
낮은 재활용률, 산더미처럼 불어난 쓰레기.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우리 사회의 소비문화에서 시작한다. 소비문화는 ‘빠른 소비 - 빠른 폐기’를 지향한다. 이러한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들도 문제지만,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기업의 생산 시스템 또한 쓰레기 양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한 번 사용한 후 쓰레기로 배출하는 문화로 이어지는데 이는 낭비, 더 나아가 환경의 위기를 초래한다. 빠르게 사고 버리는 소비문화가 바탕이 되면 소비한 것 그 이상으로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폐기물이 모이고 쌓이면 재활용선별장에 적체가 되고 야적장으로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다.
“포장재를 규제하지 않으면 비닐 사용량이 절대 줄어들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아무리 분리배출 노력을 해도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기업들이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고,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잘되게끔 만들도록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잘 생각해보면, 기업이 만든 쓰레기를 소비자가 치워주고 있는 거예요. 소비자 실천과 행동을 넘어 소비자 저항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예요”
‘R아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생활의 5R’
‘소비문화에 대항할 수 있는 것에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버려진 쓰레기가 순환한다면?’이라는 생각을 떠올려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정체를 넘어 순환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키워드다. 이 키워드 안에는 5가지의 열쇠가 있는데 5R, 5가지의 R이다. 5R이란 ‘거절하기(Refuse) - 줄이기(Reduce) - 재사용하기(Reuse) - 재활용하기(Recycle) - 썩히기(Rot)’를 의미한다. 일상과 사회에서 ‘Precycling’과 ‘Recycling’을 실천하기에는 너무 많은 유혹이 주위를 도사린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바꿀 수 있는 것이 습관이다.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거절하고 텀블러를 내미는 사소한 습관.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온 커피 찌꺼기를 말려 방향제로 재사용하는 실천. 자그맣지만 이 작은 마음들이 모여 커다란 변화를 만든다. 우리가 만드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변화가 사회의 시장 구조, 즉 기업의 생각을 바꾼다.
“거리에서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마시는 문화도 얼마 안 되었는데요. 심지어 일회용 컵 두 개를 겹쳐 사용하기까지 하죠. ‘재활용되니까 괜찮아’하면서 재활용이 오히려 일회용품 사용에 면죄부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p.32 中 -
쓰레기는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우리는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함으로써 환경파괴에 더욱 일조하는 모순을 보인다. 이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변혁하고자 해야 한다. 최근 시민사회에서는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다.
1. 눈이나 비에 젖어도 상관없는 화물을 일시 또는 장기에 걸쳐 쌓아두는 것을 야적이라 하고, 그 장소를 야적장이라고 한다.
2.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수명을 연장해 쓰레기를 줄이는 소비를 뜻한다. 여기에는 5R 중 ‘거절하기’, ‘줄이기’, ‘재사용하기’가 속한다.
3. Recycling에는 5R 중 ‘재활용하기’, ‘썩히기’가 이에 해당한다.
(1) “쓰레기문제 십분요약”, 자원순환사회연구소 공식 블로그(*자원순환사회연구소 공식 홈페이지는 공식 블로그 뿐이다.)
, <https://blog.naver.com/waterheat/222101051982>, 마지막 검색일 : 2020년 11월 4일
(2) “폐기물 통계 이야기 : 재활용률은 왜 자꾸 논란이 될까?”, 자원순환사회연구소,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waterheat/222114923921>, 마지막 검색일 : 2020년 11월 4일
(3) “‘코로나의 역설’...배달‧포장 수요 증가로 일회용 플라스틱 급증”, 2020년 9월 17일, 더팩트, <http://news.tf.co.kr/read/national/1813449.htm>, 마지막 검색일 : 2020년 11월 6일
(4) “코로나19 플라스틱의 역설, 재활용선별장 가보니”, 2020년 11월 6일, 경북일보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5933>, 마지막 검색일 : 2020년 11월 6일
(5)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서울환경연합), <https://ppseoul.com/main>, 마지막 검색일 : 2020년 11월 6일
(6) “120만 톤 불법 폐기물 재활용한다.”, 2019년 2월 21일, 디지털 타임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22102109958027006&ref=naver>, 마지막 검색일 : 2020년 11월 6일
(7) “‘쓰레기, 예의를 갖춰 버려야 합니다’ 국내 대표 ‘쓰레기 박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67995.html>, 마지막 검색일 : 2020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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