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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거 기획4. 가족구성권×주거권을 보편적인 권리로!75호/가족+주거 기획 2019. 11. 20. 20:06
c 성심 나영정(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
가족구성권과 주거권의 개념
이 글은 가족구성권과 주거권이라는 인권의 언어가 한국사회에서 보다 힘을 가지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먼저 가족구성권과 주거권이 인권이라는 말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권리이며, 이것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국가가 책임이 있다는 점을 뜻한다. 가족구성권의 경우 개인이 원하는 사람과 혼인이나 혈연 뿐만 아니라 상호간의 합의와 가족실천(돌봄, 부양, 양육 등)을 통해서 가족을 구성하고자 할때 이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으며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가족구성원 내 폭력이나 학대가 발생할 경우 이에 개입하여 가족구성원을 보호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해소하며 가족관계가 해소된 이후에도 안정적이고 안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될때 가족구성권은 진정한 권리가 될 수 있다. 주거권은 어떨까. 세계인권선언이나 헌법 차원에서 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지만, 주거를 확보하는 것은 공급이나 가격의 면에서 개인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기 때문에 특히나 국가와 사회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최저주거기준을 수립하여 이에 못미치는 주택을 개선하도록 해야 하고 토지와 주택에 대한 투기를 억제하여 가격 상승을 제한해야 하며,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안정화하고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수립해야 하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빈곤층을 위한 주거비 보조 등을 보다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두가지 권리에 대해서 이렇게 열거한 내용들은 수십년간의 논의를 통해서 이미 확립되어 있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으나 국가별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나 법제도 마련 노력 등의 국가 책무를 수행하는 정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가족구성권과 주거권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
가족구성권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면 우선 개인이 선택한 가족구성을 국가에서 불인정하거나 보호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수십년전에 존재했던 인종간 결혼 금지법은 철폐되었고 최근 많은 국가에서 남녀간의 혼인이나 혈연을 맺어진 관계만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생활동반자, 시민계약, 파트너쉽 등의 이름으로 관계 인정의 범위를 늘렸으며, 동성간의 혼인 또한 법제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가족범위에 대한 확대와 변화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고,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다. 이는 근본적으로 법적인 가족에게 부양, 양육, 간병 등의 모든 책임을 지워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회피해온 한국의 역사를 반영한다. 식민지와 전쟁, 미군정을 거쳐서 정부가 수립되었지만 시민에 대한 국가의 사회보장 책임은 미약했고, 경제발전 시기부터 지금까지 단지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며, 경제위기 이후 사회보장이 확대되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가족의 책임을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속에서 가족을 ‘책임’으로 고정하고자 하는 국가의 시각과 자율적인 결합과 상호적인 관계로 변화시켜나가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충돌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시민들은 혼인파업, 출산파업을 통해서 이에 저항하고 있다.
주거권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제한된다. 국가가 시민들 특히 남성생계부양자를 중심으로 공급한 일자리 제공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하기 때문에 주거의 문제는 일자리를 통해서 얻은 소득으로 개인들이 알아서 구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머물러있었으며, 국가는 주택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한정되어 왔다. 국가는 주택을 구매해야 하는 시민들의 입장보다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 가까웠고, 그러한 기업에게 지원하고 투자함으로써 주택이 상품이 되도록, 투자와 투기의 대상이 되록 방치하고 추동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서 꼭 짚어야 하는 것은 국가가 매우 보조적으로 주거복지정책을 구사해왔지만 이 또한 법적 가족만을 대상으로 해왔고, 가족기능을 책임있게 완수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는 시각에서 정책을 구사해왔다. 따라서 정상가족이라는 상에서 비껴난 1인가구, 청소년, 청년, 비혼자, 혼인과 혈연관계가 아닌 가족들은 주거복지정책에서도 제외되어왔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청년 주거 정책을 통해서 주택공급, 전세자금대출 등의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또한 1인가구를 위한 임시적 지원에 머무름으로써 주거불안정을 방치하며, ‘저출산 극복’이라는 프레임으로 신혼부부 중심의 지원을 정당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리가 되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사람과 안정적이고 안전한 공간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 생존, 사회적 인정 등에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단지 생존해있는 것을 넘어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고립되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통해서 ‘내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권과 가족구성권이 인권이라는 말은 시장 소득을 중심으로 한 능력과 특정한 가족 형태를 자격으로 따지며 일부만을 보호하거나 상품으로 구매하도록 해서만은 안된다는 말을 다시금 상기하고 싶다. 이러한 권리가 보편적인 권리가 되기 위해서는 ‘정상가족’이라는 관념, ‘부동산 투자’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지금의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국가와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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