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주거 기획2. 방 같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75호/가족+주거 기획 2019. 11. 20. 19:59
c 성심 이유림 lucy9800@naver.com
의식주는 사람의 기본 욕구이다. 특히 ‘주’는 삶의 터전이자 휴식 및 재충전의 공간이기 때문에 도시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청년들이 살고 있는 대부분의 집은 이 ‘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주거 빈곤 상태의 청년들에게 집은 짐을 두는 곳, 밤에 잠시 잠을 자는 곳으로 전락해 버렸다. 청년 주거 문제는 일자리, 결혼, 출산과 같은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
1인 가구가 점차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한다. 그리고 20~30대 청년층 1인 가구가 전체의 35.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1에 따르면, 수도권 청년 가구의 보증부월세★2는 평균41.1만원, 무보증 월세는 32.9만원으로 수도권 일반 가구 평균(27.3만원)에 비해 높은 월세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보면 몇 만원의 차이이지만 월소득 대비 임대료비율이 청년 가구는 20.1%에 달하고 그에 비해 일반 가구는 15.5%인 것을 보면 청년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일반 가구에 비해 나을까? 그것도 아니다. 수도권 청년 가구의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25.4제곱미터(약7.6평)이다. 전체 청년 가구의 10.5%는 부엌과 화장실 같은 필수 설비가 충족되지 못한 곳에 살고 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청년들은 번 돈의 대부분을 주거비에 부담하고 있지만 방 같은 집에서 산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 주거 정책
사실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정책이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청년 주거 문제가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게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3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 주거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중앙 정부와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구분
중앙정부
서울시
정책
내용
정책
내용
청년
일반
직접지원
행복주택(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시세 60~80%
원룸
시세 30% 전후
청년협동조합
2030역세권
시세 60~80%
간접지원
주거안정
월세대출
(취업준비생)
국민주택기금(2%수준)
-
-
청년전세임대
-
대학생
직접지원
행복기숙사
(해당 학교·지역 학생)
건축비 대출(3%대)
2인실 기준 월 24만원
희망하우징
(서울소재
대학생)
시세 20~30%
간접지원
LH대학생
전세임대주택
국민주택기금(2%수준)
전세 7,500만원 이내
-
-
특징
대출지원 중심,
자가 구매 유도
직접공급 위주, 수량 한정
(서울시·서울청년허브,2015), 국정 감사 정책 자료집(2016)을 참조하여 재구성
청년들을 위한 정부의 주요 주거 정책 중 하나는 ‘청년임대주택’이다. 대표적으로 ‘행복주택’이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공급물량의 80%를 청년 계층을 위해 공급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저렴한 월세의 ‘기숙사형 청년주택’도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건축 및 공급될 예정이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대출중심의 지원방식을 고수한다. 중앙정부의 청년 대상 주거 지원 정책에서 81%가 전세임대 정책★4이다. 하지만 최근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세임대 구하기가 매우 힘들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수준에 맞춰 선택이 가능한 원룸은 대부분 월세라는 문제점이 있다. 작년부터 도입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과 올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출시한 ‘청년 맞춤형 전월세자금보증’제도 역시 간접지원 형태다. 이 제도는 청년을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 지원, 월세자금 지원, 기존 대출 대환★5 지원을 한다. 반면에 서울시 청년주거정책의 특징은 직접 공급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직접 지원이기 때문에 주거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소유권을 공공이 갖기 때문에 거주기간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재정규모는 중앙정부에 비해 작고, 직접 공급방식에 필요한 재정규모는 대출방식보다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빠른 공급이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6
민주정책연구원(2014)에서 서울시 20~34세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공임대주택 확충이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응답자들의 비율이 80%이상이었다. 이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이 다른 주거정책 중에서도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의 가구주 연령대를 살펴보면 20~30대 거주 비율이 24.4%를 차지하면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았다. 이것은 전국기준 비율이고 서울의 경우는 11.2%로 더욱 낮았다. 더욱이 20대의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국 기준 3.1%, 서울은 1.2%에 불과해 대부분의 20대가 공공임대주책 정책에서 소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의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많지 않고 현재의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준이 청년 가구, 1인 가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청년가구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꼽은 정책의 혜택이 사실상 청년들에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청년 주거 문제를 뒤집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주거권을 보장받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의 방향은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직접공급 형태의 청년 주거 제도를 확장하는 것. 현재 정부는 행복 기숙사를 포함해, ‘대학생 연합생활관’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 또한 ‘재경 기숙사’를 운영해, 청년 주거 문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기숙사 공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예산도 한정되어 있을 뿐더러 집값이 떨어질까봐 공공기숙사와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7, 즉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을 넘어서야하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를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경제적 가치만을 우선시하는 풍토 때문에 청년들은 갈 곳을 잃는다.★8
하지만 이 모든 정책도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민달팽이 유니온 최지희 위원장은 서울하우징랩과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청년들이 겪는 집 문제의 근간에는 결국 '부동산', 즉 땅의 문제와 연결되어있어요. 저희가 만들고 있는 달팽이집도, 정부에서 쏟아내고 있는 현재의 청년 주거지원정책도 지금의 부동산 문제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어요. "내 땅 건드리지 마!", "내 집값 하락되니 임대주택을 짓지 마라!"라는 논리에 번번이 좌절할 뿐이죠. 그런 면에서 본질적으로 땅의 공공성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1. 국토교통부,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특성가구)연구보고서(2018)
★2. 국립국어원, “보증부 월세”, 집이나 방을 쓰는 대가로 보증금을 건후 매월 집세를 내는 주택 소유 형태
★3. 서울시는 2010년부터 희망하우징(옛 유스하우징)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중앙정부는 2011년부터 LH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청년주거문제가 이슈화된 시기로, 2013년 이후에는 청년 일반의 주거문제가 이슈화되어 청년 일반에 대한 주거정책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서울시·서울청년허브(2015)
★4. “전세 임대 정책”, 저소득층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 입주자로 선정된 사람이 지원기준금액 범위 내에서 입주를 원하는 주택을 찾으면 기존주택 소유자와 주택도시공사가 전세계약을 체결해 임대해주는 정책.
★5. 한경 경제용어 사전, “대환대출”, 대출의 최장 연장기한 까지도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연체금을 같은 종류의 대출로 전환해줘 기존대출금을 갚는 것을 말한다. 대환대출은 연체시점까지 신용도가 좋아야 하며 잦은 연체자나 불량 연체자의 경우 대환대출을 받기가 어려우며, 보통 연대보증인을 요구한다.
★6. 서울시·서울청년허브(2015)
★7. 목동 행복주택, 구의동 공공 기숙사 건립을 향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
★8. 손엄지 기자, 「['렌트-시킹' 집단이기주의가 경제 망친다]⑧ 님비현상과 임대주택」, http://www.metroseoul.co.kr/news/newsview?newscd=2018072600119, 2018.7.26
참고문헌
· 김보경, 「청년 1인가구 주거지의 공간적 분포 특성에 관한 연구: 서울시를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대학원, 2017년 2월
· 청년허브, https://youthhub.kr/
· 손엄지 기자, 「['렌트-시킹' 집단이기주의가 경제 망친다]⑧ 님비현상과 임대주택」, http://www.metroseoul.co.kr/news/newsview?newscd=2018072600119, 2018.7.26.
· 국토교통부,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특성가구)연구보고서(2018)
· 한경 경제용어 사전
· 국립국어원
묶음기사
2019/11/21 - [75호/가족+주거 기획] - 가족+주거 기획 여는글
2019/11/21 - [75호/가족+주거 기획] - 가족-가족의 위기-그 다음은?
2019/11/20 - [75호/가족+주거 기획] - 가족+주거 기획3. 가족을 구성할 권리, 청년에게 있는가?
2019/11/20 - [75호/가족+주거 기획] - 가족+주거 기획4. 가족구성권×주거권을 보편적인 권리로!
'75호 > 가족+주거 기획'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가족의 위기-그 다음은? (0) 2019.11.21 가족+주거 기획 여는글 (0) 2019.11.21 가족+주거 기획4. 가족구성권×주거권을 보편적인 권리로! (0) 2019.11.20 가족+주거 기획3. 가족을 구성할 권리, 청년에게 있는가? (0) 2019.11.20 가족+주거 기획5. 이민경 작가 외고 (0) 201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