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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거 기획3. 가족을 구성할 권리, 청년에게 있는가?75호/가족+주거 기획 2019. 11. 20. 20:05
c 성심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 김소형
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 지원을 위해 3년간 약 3조 원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부부 2쌍 중 1쌍 정도 주거 혜택을 받는 셈이라 하니 그야말로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결혼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발표한 서울시 1인가구 종합 대책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느끼는 건 혼자만의 착각인걸까. 비슷한 정책은 그 전에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 정책은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정책일지 몰라도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에겐 배제의 정책이란 점에서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러다보니 여·남 초혼 연령대가 30~33세란 측면에서 이를 청년 주거지원 정책으로(?) 바라보고 싶은 억측까지 들게 만든다. 서울시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정책은 사실 국가의 가족 정책 중에서 맨 ‘나중에’ 있음을 또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이것은 ‘포기’가 아니다
단어의 의미가 헷갈릴 때, 인터넷에 검색하여 사전을 찾아보는데 오늘 검색한 단어는 ‘포기하다’이다.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다’ 또는 ‘자기의 권리나 자격, 물건 따위를 내던져 버리다’란 뜻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자기 스스로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 즉, 행위 주체가 자신이란 점이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사회에서 청년들이 연애, 결혼, 가족, 집 등을 포기했다고 하여 N포세대라 불리는데 정말로 그것이 ‘포기’인지부터 이제, 점검해볼 때가 됐다. ‘포기’하게끔 한 사회·경제적인 맥락을 말하지 않은 채 청년들만의 고유한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건, 더 이상 설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재차 확인해본 것이다.
그렇다면 왜 포기라는 단어가 부적합한지 다음과 같은 사회·경제적 맥락을 살펴보자. 이 역시 모두가 아는 바일 테다. 현재 대학 등록금 평균은 650~700만원이지만, 최저임금은 여전히 1만원이 안 되는 8,350원이다.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까지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지만, 청년실업률은 10% 가까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최고인 것처럼 사회는 말하지만, 서울 기준 아파트 가격은 8억 4,502만원(KB국민은행(2018) 출처)이다. 거칠게 나열했지만, 위의 맥락들을 말하지 않고 지금의 청년들을 N포세대라 명명하는 건 전후가 도치된 것이다. 청년들의 ‘포기’가 아니다. 청년들의 교육·노동·주거권 박탈이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청년에게 있는가?
내가 사랑하고 같이 살아갈 사람을 만나 가족을 이룬다. 이것이 가족을 구성할 권리다. 세계인권선언 16조에는 가정을 이룰 권리로 나와 있다. 하지만 국가는 결혼 승인과 가족 구성을 통제하며 내가 사랑할 수 있고 갈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제한시킨다. 그리고 국가는 통치로써 여전히 이성애, 부모-자녀로 이뤄진 핵가족 제도만을 강요한다. 지금의 세대는, 청년은, 우리는, 이를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상상하고 실현하고 있는 데 말이다. 정해진 규범과 제도만을 인정하고 하나의 가족 형태를 고집하여 예산을 수 조원 쏟아 붓는 시대착오적인 국가 행보에 가족 정책과 청년 정책의 희망을 찾기란 묘연하다. 국가는 정상가족 생산해내기로 가족 정책과 청년 정책을 해결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럴수록 가족구성권도 청년도 정상가족과 모두 불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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