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이제 그만 쉬고 싶네” ........자살?52호/가대人 2010. 2. 26. 00:47
- 현대인들에게의 쉼의 의미, 그리고 ‘쉼’의 판타지-
장다연 국어국문학전공 08
* ‘치밀한 계획과 노력이 성공 비결’ - 김영선 이지함화장품 대표
“한 달, 일 년, 십 년 단위로 인생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준비했습니다. …(중략)…계획을 지키려고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합니다.
*다양한 콘셉트가 장수의 비결 - 칼라TV jinbocolor.tv
“온게임넷 ‘MC는 괴로워’에 나오고 나서부터 길거리에서도 많이 알아보세요.”…(중략)… 365일 내내 거의 쉬지 않고 다양한 콘셉트로 방송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 나를 사랑하는 만큼 도전하세요 - 최태선 교촌치킨 경북북부지사장
불우한 환경 속에서 여자로서, 또한 아내와 어머니의 신분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자신의 고난과 성공 스토리를 책으로 펴낸 최태선(45) 교촌 F&B(주) 경북북부지사장.
항상 준비하는 자에겐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살면서 확인했어요. 제 삶은 끊임없는 도전 그 자체였죠.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자신을 혹사하고 채찍질하고 실천하면서 뒤돌아볼 겨를 없이 내달리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1] 휴식은 죄책감을 준다?
요즘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정말 열심히 산다. 열심히 살아서 뭔가를 이루어낸다.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낸 그들의 비결은 바로 ‘쉬지 않기’이다. 쉬지 않고 달린다. 쉬지 않고 노력한다. 거의 쉬지 않는다. 쉬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고…….
어렸을 때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남들보다 못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였을 터.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사회마저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고 또 보면서도, 담금질 당하는 명검의 심정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신을 만든 사람들. 누가 그들이 대단하다는 것에 이의를 달 것인가.
이런 생각 뒤에는 항상 자신에 대한 반성이 뒤따라왔다. 저들은 쉬지 않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데, 나는 뭐지? 나도 노력이란 것을 하기는 했지만, 저들에게는 명함도 못내밀겠구나. 저들은 쉬지 않고 노력했는데, 그래 쉬지 않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정말 쉬면 안되는 걸까? 모든 사람들이 그네들처럼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도공이 되어야 하는 건가? 버림의 미학이라는 것은 허울 좋은 말소리였던 거야?
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한다. “이번 시험 끝나면 집에 가서 푹 쉬어야지.”, “쉴 겸 찜질방에 가려고.”, “요즘엔 도대체 쉴 틈이 없네”
그렇게 쉬는 것을 갈망하면서 왜 쉬지 못하는 거지?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쉴 ‘틈’조차 없도록 몰아붙이는 것일까? 세간에서 흔히 말하듯, 쉬면 성공할 수가 없어서?
[2] 우리가 쉬지 않음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들
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쉬고 싶으면 쉬면 되잖아!”라고 말하면 답변은 거의 비슷하다. “지금은 쉴 때가 아니야.”, “쉬면 당장 먹고살게 없는걸.”, “한번 쉬다가 평생 쉬게 되는 수가 있어.”, “죽어도 쉴 수 있잖아.”
적어도 나는, 그들이 쉬지않고 노력하는 대상은 거의 비슷하다고 본다. 20대라면 공무원시험 패스, 임용고시 합격, 의전 입학, 대기업 입사 등등. 30대라면 결혼이나 아파트 평수 늘리기 혹은 대출금 갚기.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이루었을 때 그들은 쉬지 않고 노력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누린다. 그리고 이룬 것에 대하여 ‘성공’했다고 말한다. 드라마에 나오듯 무슨 회사의 사장이 되지 않아도 제각각이 모두 성공인 것이다. 그래, 우리가 쉬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런 것들 때문이다. 사회에서 규정지어버린 일반적인 중산층의 삶을 따라가기 위해서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또 의문이 든다. 20대에 괜찮은 대학 나와서 안정적이거나 월급 많이 주는 회사에 들어가고,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에 결혼, 결혼을 할 때에는 적어도 수도권 아파트에서 시작, 적당한 터울로 아이를 낳고 중형차 한 대 쯤은 가지고 있는…… 이런 모범적인 중산층의 삶. 이것을 위해 우리는 쉬지도 못하고 아등바등 살고 있는걸까?
정말 이것만을 위해서?
[3] 성공의 욕망(☓) 몰락의 공포(O)
오르막길을 오르는 자전거가 있다. 정상을 향해서 계속 올라간다. 자전거의 꿈은 하루라도 빨리 정상에 도착해서 편안히 쉬는 것이다. 물론 힘들 때가 있다. 그러나 자전거는 자신이 멈춘다고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멈추면 바퀴는 가속을 내며 후진을 할 것이다. 올라갈때는 일주일이지만 내려오는 것은 순간이다.
그래서 달린다.
쉬지않고 달린다.
이런 자전거의 모습이 이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의 초상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끝없는 욕망을 지닌 존재라고는 하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만을 지닌 존재는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기에, 모든 사람이 성공을 꿈꾼다고 단정 짓는 것 또한 위험하다.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 때, 나는 반에서 5등을 했다. 원래 큰 욕심이 없었던 나는 5등이란 숫자에 대해서 큰 만족도 실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말 시즌이 다가 왔을때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반 6등인 아이가 칠판에 날 이기겠다고 적어놓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내게 자신도 반 5등에 들어보자며 이번엔 공부 하지 말라는, 가끔 그런 뼈대있는 농담을 하곤 했다. 그때부터 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절대 반 1등이 탐나서가 아니였다. 내 아래의(일단 성적 기준으로만) 친구들이 내가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등바등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였다. 위로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떨어지는건 무서웠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나는 기말고사에서 반 2등을 했다.
그러나 원래 욕심 없고 매사에 지나치게 긍정적인 나의 성격 탓일까, 중학생때에는 그 아이를 의식하며 계속 공부를 했지만 그 아이와 고등학교가 갈리자 나는 슬슬 공부에 헤이헤지기 시작했다. 도서부장이 된 것을 핑계로 공부는 안하고 책만 읽고 돌아다녔다. 그 정도가 심해서 시험 하루 전날, 선생님이 자유시간을 줬을 때 나 혼자만 공부를 하지 않고 책을 읽어서 교무실에 불려간적도 있었다. 물론 반 2등을 하던 성적이 책 좀 읽으며 쉰다고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해온 공부가 있어서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책을 읽으며 딩가딩가 놀았던 쉼(休)의 내공이 쌓이자 성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생활 막판에 찾아온 불청객이였다. 그제서야 나는 맘먹고 부랴부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때도 성적을 올리려고 한 공부가 아니였다. 떨어지는게 무서워서 시작한 공부였다. 그때처럼 내가 쉬워왔다는 생각이 원망스러웠던 때은 드물었다.
그러다가, 고 3때 구에서 주최하는 논술교육을 빌미로 그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반이 편성될때, 나는 이과·문과 각 전교 5등만을 추려 만든 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맹세컨대, 나는 절대 전교 5등안에 들지 못했다. 단지 우리학교 대표 문과 5명 중 한 명이 사정이 있어 참가하지 못하게 되자 도서부장임을 빌미로 급하게? 그 자리를 메꾸게 된 것 뿐이였다. 그 반에서 나를 제외한 모두가 엘리트였다. 이야……다들 전교 5등안에 든단 말이지, 나만 빼고 말이야…… 란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난 그 아이를 발견했다. 중 1때 반에서 6등을 했던 아이. 반 5등 안에 들어가겠다며 칠판에 내 이름을 적던 아이. 숨이 턱 막혔다. 그 아이도 나를 알아보는 듯 했다. 순간 내가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이 심이 부끄러웠다. 저 아이는 내가 전교 5등 안에 드는 줄 알고 있겠지. 아닌데, 절대 아닌데…….
그때 드는 부끄러움. 패배의식.
왜 쉬었을까. 왜 놀았을까. 그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해 본다. 그 아이와 나는 공부를 하는 이유부터가 달랐다. 그 아이는 위로 오르겠다는 ‘성공의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몰락의 공포’ 때문에 공부했다. 어떤 이유로 공부하는 것이 옳은가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모두들 성공을 노래하지만, 그건 몰락이 흔하게 된 세상에서 자신만은 예외가 되고 싶어 하는, 그 몰락에서의 탈출의 욕망이 아닐까. 몰락의 공포도, 표면적으로 보았을 시엔 충분히 성공을 지향하게끔 보일 수 있다. 성공의 욕망만이 에너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이 적을 죽이겠다는 욕망보다 내 가족을 지키겠다는, 즉 내 가족의 몰살이라는 공포가 전시엔 더 많은 힘을 준다고 한다. 만화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 중에, ‘진정한 강함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참 뜻은,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것이 참된 힘이라는 것일 게다. 현대 사회는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시대. 이런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내 주위를 지켜내고자 하는 욕구가 성공의 욕구로 직결된 것이 아닐까.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성공’은 ‘안정’이란 말과 동일시 되고,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성공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렇게 성공(안정) 추구 신드롬이 만성화된 사회에서, 쉼(休)이 죄스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쉬지 못하는 삶이 ‘안정’적으로 고정이 되어가는 것일 게다.
[4] ‘쉼’도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 없다 - 休 마케팅
쉬지 못하는 삶이 만성화 되어, 쉰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가 되어버린 오늘날, 쉼은 또 하나의 상업 아이콘이다. 예전에는 웃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웃음 판타지를 이용한 광고가 대세였다.
1) 까페 휴(休) 판타지를 이용한 상업 아이콘의 대세는 당연히 카페이다. ‘조용한 휴식이 어울리는 까페’, ‘골목에서 만난 휴식같은 까페’, ‘아담한 까페에서 기분 좋은 휴식을……’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블로그에 까페를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면 대게 휴식 공간임을 내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커피 맛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찾아다니지 않는 이상, 현대인은 쉴 곳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좀 더 높은 효율성을 얻기 위해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인들이, 돈을 내고 느리고 느린 ‘휴식’을 산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인듯 하다.
2) 여행서적
쉼이 상업화된 사례 중 또 하나로는 여행책의 급성장을 들 수 있다. 내가 어릴적만 해도 여행책은 전국의 고승 유적을 소개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샅샅이 뒤져 소개하는 책들이, (과장 좀 보태면), 하루 걸러 등장하고 있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들은 둘째치더라도, 여행 수기서적들을 보면 여행이 지향하는 판타지는 몇 가지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여유, 일탈, 쉼, 낭만…….
파리지엥이 낭만적인 이유는 문화와 여유, 즉 쉼이 느껴지기 때문일게다.
[5] 어떻게 해야하지?
글쎄? 질문은 잔뜩 던져 놓았지만 답은 나도 모르겠다. 그저 “난 이제 쉬고 싶네”란 말이 자살의 의미로 통용되는 것은, 죽어야만 쉴 수 있는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만 해 볼 뿐이다. 대책없이 문제만 나열하는 것, 개인적으로 참 싫어하는 행동이지만 ‘모르겠다’라는 대답이 가장 솔직한 답일 때가 있는 거다. 답을 모른다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는건 말이 안되는게 아닐까? 답이 있고 질문이 있는 게 아니라 질문이 있기에 언젠가 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쉬자 혹은 쉬지 말자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흑백논리는 참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면 된다며 쉽게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적당히’가 제일 어려운거다. 요리 초보자들이 요리책 읽을 때 제일 싫어하는 말도 ‘소금 적당량’이다. 스스로 다양한 요리에 ‘적당량’의 소금을 넣어보며 스스로 깨우치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소금 적당량’이기 때문이다.
그런 걸까. 신도 짐승도 못되는 우리 인간은, ‘모’ 아님 ‘도’로 흘러가는 사회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중도의 길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자꾸 한쪽으로만 극적으로 치달아가는 우리 자신을 자제시키기 위해, 그리고 세상에게 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러기 위해 휴식은 필요한 것일 게다.
그러기 위한 ‘휴식의 적당량’은 어느 정도일까? 실패에 대한 자기 합리화도, 나태도 과속도 아닌 딱 그 정도의 ‘휴식 적당량’은 어느 정도일까?
글쎄, 여전히 난 모르겠다.
'52호 > 가대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그리고 삶의 애환 (0) 2010.02.26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서평 (0) 2010.02.26 학교 졸업하면 뭐 하실 거에요? (0) 2010.02.26 가톨릭대에서 내가 느낀 한국문화 (0) 2010.02.26 내 눈을 쳐다볼 수 있어? (0) 201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