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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을 쳐다볼 수 있어?52호/가대人 2010. 2. 26. 00:44
양종곤 국어국문학전공 02
주목할 만한 심리 실험결과가 있다.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상대방에게 요구를 수락하는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실험이다.
모건, 락카드, 파렌브루, 스미스 (1975)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히치하이크를 해야했다. 한 조건은 히치하이커들이 운전자의 눈을 마주보며, 자신을 지나갈 때까지 쳐다보았다. 다른 조건은 히치하이커들이 차를 세우기 위해 팔을 들어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결과는 6068명의 운전자들 중에서, 시선을 마주쳤을 때, 10%이상이 차를 세웠다. 반면 눈을 마주치지 않았을 때 차를 세운 운전자들의 비율은 5%이하였다.
여기에 반해, 똑같이 눈을 마주쳤을 때의 효과를 보여주는 기사가 있다.
17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모(30ㆍ여)씨를 폭행한 혐의로 송모(21ㆍ남)씨와 금모(19ㆍ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모씨와 금모씨는 17일 오전 2시경 구로구 고척 1동에서 남자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신호를 대기하던 이모씨를 쳐다보다 이모씨와 시비가 붙었다.
송씨는 이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땅바닥에 넘어뜨리고 금씨는 이씨의 머리를 뜯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다.
같은 날 구로경찰서는 술을 마시다 옆 좌석 사람들이 자신들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싸움을 건 전모(41ㆍ남)씨와 김모(40ㆍ남)씨, 전씨와 김씨에 대항한 나모(26ㆍ남)씨와 박모(29ㆍ남)씨를 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17일 오전 12시 경 구로구 구로동 A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전씨와 김씨는 다른 좌석에서 술을 마시던 나씨와 박씨가 쳐다본다며 시비를 건 후 주먹으로 때리고 얼굴을 폭행한 혐의다.
흥미롭다. 위의 두 사례는 우리에게, ‘눈을 마주치다’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 서로에게 보내는 시선의 힘은 무엇일까. 두 면을 가진다. 설득과 동의를 보여줄 수 있다. 동시에 강요와 대립을 나타낸다. 시선의 아래에는 시선을 보내는 자를 강자와 약자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히치하이커들이 보낸 시선은 ‘나를 태워달라’는 설득의 신호이다. 약자가 강자에게 보여주는 태도이다. 차를 얻어타야 하는 그들은 스스로 약자임을 차를 가진 강자에게 실토했다. 시선은 나의 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눈이 마주쳐 싸운 기사 속 그들의 시선은 내가 강자임을 보내는 위협의 시선이다. 시선을 마주침으로 타인에게, 나의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강자는 약자를 바라볼 수 있고, 약자는 강자를 바라볼 수 없다. 동물의 세계와 다를 바 없다. 원숭이 무리의 지도자에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힘 약한 원숭이들처럼, 우리는 우리의 강자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아니면, 심리실험에서 히치하이커가 보여주듯, 내 스스로 약자임을 보여주는 시선을 보낼 뿐이다.
부당한가. 지금 우리에게 강자는 누구일까. ‘너 아니어도 뽑을 수 사람많다’고 조소하는 대기업 면접관의 시선, 무 가르듯이 나뉘어진 학벌의 제일주의 시선, 하늘에 닿을 듯 솟아오를 주상복합건물이 내려보는 판자촌에 대한 시선. 돈, 권력, 불안, 취업 모든 시선들이 감히 나를 쳐다볼 수 있는가 물어보듯 우리를 억누르는 강자의 시선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는 이 시선의 불합리함을 모른다. 혹은 모른체 한다. 개그콘서트에서, 분장실 강선생이란 코너가 있다. 코너 속, 개그우먼 안영미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두 후배를 인신 공격까지하며, 모욕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모습을 보며, 웃고 있다. 두 후배가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해 보일 정도로, 우리는 강자에 유린당하는 약자의 상황을 웃는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이다. 첫째 산 속에 들어가, 타인과 사회를 단절하고, 농사지으며 사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선택하지 않는 방법이다. 둘째는 조금 더 현실적이다. 내가 강자가 되는 것이다. 단순하다. 내가 강자가 되는 것이다. 강자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을만큼 스스로가 강자의 시선을 갖는 것이다.
강자가 되는 방법 간단하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강자의 시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타인을 바로보면, 위의 기사같은 험한 꼴 당할 수 있다. 먼저, 나의 시선을 마주치고 이기고 난 후이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큰 강자는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에 맞설 용기가 없어, 남에게 강자행세를 할 뿐이다. 그래서 사회가 불합리해졌다. 진정한 강자가 아닌 것들이 강자행세를 하는데, 어느 약자가 참을 수 있는가.
거울을 보자. 매일 보고 있다고? 화장을 고치기 위해, 보는 것은 자신의 피부를 보는 것 이지, 자신의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다. 거울 속에 자신의 눈을 보고, 말을 걸어봄이 필요하다.
약자로 살 것인가. 강자로 살 것인가. 답은 여자들에게는 가방 속에 있다. 거울하나는 가지고 다닐 것이다. 남자들은 조금만 걸으면, 화장실에 거울이 준비되어 있다. 거울 속 앞에서면, 거울 속의 내가 물을 것이다.
“내 눈을 쳐다볼 수 있어?”
‘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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