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용산에서 솟아오른 화염을 보며 ‘개발의 이익’과 ‘국가의 법치’ 앞에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하찮게 취급될 수 있는지 보았습니다.
미네르바의 구속을 보며 ‘국가경제의 이익’ 앞에 한 사람의 자유가 얼마나 하찮게 취급될 수 있는지 보았습니다.
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보며 ‘병원의 이익’ 앞에 노동자의 삶과 생존 역시 하찮게 취급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학등록금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져버리는 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며 ‘대학의 이익’ 앞에 학생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제가 본 가장 슬픈 모습은 이런 광경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만 했던 저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는 비겁해지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국가’, ‘경제’, ‘자본’, ‘대학’이 휘두르는 거대한 폭력 앞에 사람은 약한 존재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사람의 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글을 쓰고 있는 저도 현실을 바꾸는데 꼭 필요한 ‘한 사람’입니다.
저희는 글을 쓰고, 교지를 만듭니다. 그것이 지금 위치에서 저희가 노력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사람을 돌아보자는 저희의 노력을 이번 51호에 담았습니다. 저희 교지가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이 된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