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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의 가족, 그 씁쓸함에 대하여51호 2010. 2. 18. 19:10
편집위원 찬표
삼성, 이 이름이 한국에서 가지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살림꾼 역할은 물론, 세계에서도 우뚝 선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써 맹위를 떨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삼성의 힘은 다른 곳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난다 긴다 하는 대한민국 검사 수십 명이 달라붙은(혹은 달라붙은 시늉만 하는) 특검을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는가 하면, 서해를 기름칠해놓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여론을 무마하는 것도 수준급입니다.
앞서 말한 삼성의 힘은 특히 광고에서 확실히 드러납니다. 상상도 못할 막대한 자본을 광고에 투입하니 이미 가지고 있던 깔끔하고 고급스런 삼성의 이미지는 더욱 견고해 질 수밖에 없고 그 파급력도 상당합니다. 이런 삼성이 요즘 광고에서 다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바로 ‘가족’입니다. 삼성생명의 ‘가족희망캠페인’을 보면 가족이 희망이라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자칫 무너질 수 있는 가족의 유대를 한데 뭉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합니다. 이것이 ‘가족을 뭉쳐서 보험을 들어라’, 혹은 ‘삼성의 제품 앞으로 모여들어라 화목한 가정들이여’를 외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 편하게 들리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고 아버지는 자신의 생일날에 혼자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외국에서 걸려온 전화에 아버지는 자신 걱정은 하지 말라며 맛있는 것 많이 먹는다며 아이들을 안심시킵니다. 코미디는 여기서부터 시작인데, 아버지는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영어 한마디 해보라며 다그치고 아이의 어쭙잖은 영어 몇 마디에 기뻐합니다.(삼성생명 가족희망캠페인 기러기아빠편) 이 가족의 희망은 과연 무엇입니까? 조금만 깊게 생각해봐도 삼성의 가족이 상당히 가식적이며 불편부당한 가족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초 이번 51호에서는 이러한 삼성의 가족사랑을 얘기해보고자 했습니다. 삼성이 그토록 가족을 중시하는 배경부터 시작하여 IMF 때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 현재의 ‘가족희망캠페인’을 엮어서 분석하려 했지요. 여러 가지 사정상 접게 되었지만 앞으로는 광고 하나, 캠페인 하나라도 조금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면 어떨까요? 뭔가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 사회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51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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