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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생태캠퍼스 유감51호 2010. 2. 18. 19:12
편집위원 Blackflag
가톨릭대가 정부와 함께 시작한다는 생태 캠퍼스. 너무나도 나무를 사랑하셨던 전 총장님에 이어 이번 총장님도 자연사랑 정신이 투철하신가 보다. 거 왠지, 녹색을 통해 ‘성장’을 이루시겠다는 어느 정권과 비슷하게 보이는건 왜일까.
대학이라는 공간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여 숨쉬기조차 힘든 우리네 땅에 조금이나마 녹지비율을 높여준다고 한다지만, 대부분 대학들이 애초부터 자연녹지인 산을 깎고 깎으면서 만들어가지 않았던가. 성심교정도 춘덕산을 깎아가며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그런 대학이 ‘생태’캠퍼스를 만든다고?
역대까지 정권들이 모두 환경을 가깝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정권처럼 공격적으로 악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개발을 위해, 발전을 위해 환경을 잠시 포기해야 한다고 했던 전에 비하여, 이번에는 ‘녹색을 위해서’ 개발을 해야 한단다. 환경을 위해 대운하의 초석이 될 4대강 정비사업을 진행해야 한단다. 그 길 따라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전국토를 이어주는 아스팔트 물줄기도 만드신단다. 몇년전 흐르지도 않는 강을 펌프를 이용해 억지로 물을 끌어올려야 하는, 살아도 살아있지 못한 강을 만들어 놓고서는, 죽었던 강을 살렸다고 떠벌렸지 않은가. 복원사업의 가장 높은 곳에는 ‘환경’ 보다 ‘미관(美觀)’이 있지 않았던가.
생태캠퍼스. 좋다. 길에 나무 심는거,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깟 나무 몇 그루 심는다하여, 생태인가. 이건 환경을 인간과 더불어 생명체들의 삶을 보장하는 문제가 아닌 단지 미관(美觀)의 문제로만 다루는 한심한 짓이리라. 정부의 환경과 녹색을 팔아 어디하나라도 더 공사판을 벌려보자는 지저분한 생각과 이 시류에 편승해 보려는 지저분한 학교의 생각이 합쳐진 불행한 현실일 뿐이다.
새롭게 지어지는 150주년 기념관이 있던 자리는 본래 어떤 자리였는지 생각해보자. 그곳에는 나무가 있었고, 거기에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있었던 자리였다. 이런 자리를 빼앗아가며 더 높고, 더 큰 건물을 지어가며 점점 녹지를 집어 삼키는 우리네 대학이 ‘감히’ 생태를 논할 수 있을까.'51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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