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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행복이 된 나의 글51호 2010. 2. 18. 19:11
편집위원 오아시스
간단히 살기로 했다.
머리 아프게 생각과 생각의 끊임없는 연속된 굴레를 뒤집어 쓰는 것이,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간단하다. 세상은 간단하다. 모두 비슷한 선상에서 각자 다른 것들을 향해 걷는다. 개중엔 내 길을 침범하는 자들도 있고, 내가 본의 아니게 침범하게 되는 남의 길들도 있다. 때론 남이 내 길로 걸어 들어와 진흙을 피할 수 있게 인도하고, 때론 내가 길 뒤쪽으로 걸어가 쓰러진 남을 업어 함께 걸을 일들도 있다. 산다는 건, 그뿐이다. 내가 남을 업고, 남이 나를 업는 것. 그들이 나를 업거나 내게 업히는 것을 거부한다 해도, 나는 주눅들지 않아도 됨을 느꼈다. 그들은 거부하다가도 내 길이 그리 나쁜 길이 아니고 나란 이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놀랍게도 스스럼없이 내게 손을 내민다. 인간이란 함께 걷는 존재임을, 나는 교과서과 아니라 당신들 얼굴을 통해 배우고 있다. 살아있음을 가득히 내뿜는 당신들의 얼굴 얼굴들. 살아있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매순간 일깨우는 당신들의 미소와 찡그림, 그리고 그 모든 표정들과 잔주름들.
나는 아주 늦게 깨달았다. 인간이란 언제나 경이로운 존재였음을.
그리고 이 깨달음을 잊지 말자. 행복과 미소와 인간에게 주어질 수 있는 그 모든 빛들은 지금 당신을 싸고 돌고 있음을. 행복을 위해 전력질주하기 보다는 그냥 푹신한 소파 위에 앉아 커피를 들고 행복을 향해 고요히 손을 뻗으라. 당신을 싸고 도는 행성같은 그것들에 손을 얹으라. 그리고는 당신은 크나큰 깨달음으로 눈물을 머금게 되겠지. 당신을 싸고도는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결국 당신 자신을 향한 손 내밂과 사랑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음을.
그래서 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행복으로 사는 존재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사는 존재이다.
지난 후기 때 썼듯이 모든 글쓺과 그것을 위한 과정은 늘 고통이었다. 글쓰는 것은 나의 알몸을 내 자신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나는 그로 인한 수치감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이젠 행복하다. 지난 교지를 위한 작업이 행복과 고통이 뒤섞인 작업이었다면, 이번 교지는 간단했고 그만큼 행복했다. 왜 즐겁냐 물으신다면, 글쎄요. 저는 손을 뻗었어요. 제 인생과 제 수치와 부끄러움에 손을 뻗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잡았지요. 그리고 그것은 제 글이 되었어요.
그래서 글들은, 나의 행복이 되었다.'51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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