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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비 안내면 사물함도 쓰지말래요72호/가톨릭대와 대학 2018. 5. 30. 17:46
학생회비 안내면 사물함도 쓰지말래요
배도현 수습위원
ckd018@naver.com
학생회는 모든 학우를 대표한다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협동조합, 노동조합과 같이 회비를 낸 조합원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그렇기에 학생회는 보편성이라는 ‘힘’을 이용해 정책을 추진하거나 학교와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만약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우에 한해서만 사물함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조합 형태도 아니면서 특정 대상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유형의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타자의 시선에서 적었지만, 올해 우리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학생지원팀이 2016년부터 꾸준히 총학생회(이하 총학)랑 접촉해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과 납부하지 않은 학생 사이의 차별화를 제안했으며 2017년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를 소집해 협의한 끝에 이번 학기부터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학생은 사물함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2학기부터 제안했다
차별화 논의는 학생지원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제안을 했던 학생지원팀 지영철 차장은 “학생회비가 15년부터 급락했다. 이에 2016년 총학생회장에게 학생회비가 계속 떨어지면 운영하기 힘드니까 학생회비 납부에 따른 차별화 방안을 고민 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2016년 선봉조 전 총학생회장은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학생지원팀에서 먼저 제안을 했고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후 2017년 학생회비 납부율이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지면서 2학기 중반에 지영철 차장이 2017년 중운위를 소집했다. 총학이 구성되지 않아 중운위원장을 겸했었던 2017년 이공대 이준승 단대장은 “지영철 차장의 소집이 있었다. 2016년 당시 2017년 학생회비 납부추이를 보고 차별을 둘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는 16년도 논의된 내용을 전해 듣고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며 “반대 입장도 있었고 약간의 마찰도 있었지만 학생회비가 눈에 띄게 절감되었고 학생회가 추진하는 행사를 감안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영철 차장 역시 “다른 방법으로 제약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학생회비를 안 낸 학생들에게 축제를 못 가게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나름의 답답함을 표현했다. 결국 2017년 2학기, 총학 없는 중운위를 상대로 학생지원팀은 학생회비 납부 유무에 따른 사물함 사용 제한 정책을 통과시켰다.
소통도 없고 소용도 없었다
결정을 내린 만큼 학생지원팀은 2018년 학생회비가 전년도보다 오르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과 학생회비를 납부하는 기간인 2018학년도 1학기 재학생 본 등록 기간(2018.02.19~02.23)전까지 결정된 사안에 대한 공지는 없었다. 오히려 등록 기간이 끝나는 날이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던 날이었던 2월 23일에 2018년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통해 공지가 전달됐다.
올해 중운위가 구성되기 전까지 비대위 소속이었던 박준서 전 위원장은 “2월 23일 행정 오리엔테이션 때 과 사무실을 통해 학생회비 납부자에 한한 사물함 사용 가능에 대한 공지를 부탁받았고 과 사무실에서도 학생지원팀을 통해 전달받은 사안이라고 말했다”며 “학생들에게 빨리 알려줘야 피해가 덜 가기 때문에 바로 전달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왜 이렇게 늦게 공지 했는지 의문이다. 지영철 차장은 “학부 사무실로 협조문을 보냈던 게 끝이다. 공지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긴 짧았다”고 늦게 공지한 점을 인정했다. 논란을 예상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새로운 것을 하려면 항상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학생회비를 거둬서 학교나 내가 쓰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건데...”라며 말을 흐렸다. 사물함 정책에 반대해 페이스북 페이지 ‘사물함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이하 사사사)’을 만든 황현우씨는 “학생회비는 학생회를 운영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이고, 사물함은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이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학교 내의 시설이기 때문에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학생에게 사물함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러한 행정 처리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아무런 공지도 듣지 못한 채,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었고 남는 사물함만 덩그러니 생겨버렸다. 행정신문고, 에브리타임, 대나무숲 등을 통해서 많은 학우들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본 등록 기간까지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은 39.4%에 불과했으며 학생회비 납부자에 한한 사물함 이용 가능 공지 이후에도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은 198명에 그쳤다. 겨우 2.7%에 달하는 수치이며 총 42.1%라는 납부율이 기록됐을 뿐이다. 사실상 사물함으로 학생회비 납부를 유도하려는 시도는 실패한 것이다.
이는 역대 최저 납부율 수치이며 사물함 이용 제한으로 학생회비 납부가 유도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학생지원팀 지영철 차장은 “실효성이 없었다”며 “이번 계기로 학생회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납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사사 황현우씨는 공실문제도 언급하며 “학교는 사물함 설문조사 후 사물함이 모자란 학과에 재배치하겠다고 했지만 이건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고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 없는 학생회의 한계
학생지원팀이 중운위를 ‘소집’해서 일반 학우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구비해 둔 사물함 사용을 제한하게 하는 제안을 통과시키는 풍경은 분명 익숙한 광경은 아니다. 등록금을 이용해 구비한 사물함이 사용 목적이 다른 학생회비랑 엮어져 이용 제한되는 억울함을 떠나서 어떻게 이런 결정이 별 다른 저항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2016년 2학기 보궐선거에서 총학이 구성되지 않았다. 총학을 대신하여 당시 당선됐던 이공대 이준승 단대장이 2017년 중운위원장을 맡았다. 즉, 총학생회가 없는 관계로 중운위원장을 맡게 되어 총학생회장 권한을 가졌지만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지 않은 이상 대표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표성이 부족하니 어떤 사안이든 결정을 내릴 때도 부담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자신의 단대 공약도 이행해야 한다. 축제가 끝난 뒤, 총학생회비로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윳돈 역시 없기 때문에 새 정책을 도모할 수도 없다. 실제 작년 총학생회비는 22,416,000원이었고 축제에 2,000만 원 이상 소비했다. 올해 역시 축제가 끝나고 남는 총학생회비는 80,500원에 그친다. 사실상 공식 자리에서 총학생회장 대행 역할을 맡는 것, 그 이상의 역할을 하기 힘든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올해 중운위원장을 겸하게 된 이공대 이준수 단대장은 “중운위원장이지만 기본적으로 이공대 복지서비스 확대 및 행사를 위해 출마했으며 총학이 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학교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깊게 논의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복지 관련 문제들에 대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겸임하게 된 부담을 솔직하게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2학기 정 선거에서는 총학생회장단 후보를 비롯해 단대장 후보까지 아무도 출마하지 않았다. 중운위 마저 꾸려지지 못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비대위는 5개 각각의 단과대학 내 존재하는 학부, 학과 대표자 중 1인, 그리고 총동아리연합회 내 1인 총 6명으로 구성됐으며 올해 4월 6일 이공대 이준수 단대장이 당선되기 전까지 공식 활동한 ‘대표성’을 띄는 위원회였다. 이는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통해 비대위 박준서 위원장이 직접 밝힌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대위는 지난 2월 23일 사물함 관련 공지를 학생지원팀으로부터 통보받았다. 심지어 2017년도 중운위와 이미 협의한 사항이라는 것은 올해 학보사와의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고 박준서 위원장은 밝혔다. 지영철 차장은 “사물함 관련해 비판을 듣고 나서 비대위 생각을 물어봤다. 2017년도 중운위랑 협의한 사항이라 그 전까지 비대위랑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중운위가 없는 상황이라지만, 학생을 대표하는 유일한 공식 조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지원팀이 비대위에 인수인계와 같은 그 어떤 일갈도 없이 통보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대위 박준서 전 위원장이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올린 글에 따르면 “현재 총학생회 및 중운위가 구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물함을 관리하며,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학생지원팀”라고 말했다. 게다가 비대위는 중운위랑 달리 복지사업을 진행하거나 총학생회비를 사용할 수도 없다. 비대위가 차기 총학과 무관하게 선택 및 의사결정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학생지원팀이 어엿한 교내 정책을 그들에게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통보 및 시행한 측면에서 비춰봤을 때, 학교가 바라본 그들의 위치는 이미 드러나 있었다.
여러 층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전달되자 그제서야 지영철 차장은 “총학이든 중운위든 구성되면 상의해서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그들이 결정하는 대로 그대로 반영 및 시행할 생각이다. 앞으로는 학생지원팀에서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학생회 측에서 정식 공문이 있을 시에만 시행할 생각이다”며 구성되는 총학 혹은 학생들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음대로 하지마세요
당시 비대위는 학생지원팀으로부터 2학기 사물함 이용 무료화 사업 진행요청 및 확답을 받은 상태였다. 현재 구성된 중운위 역시 2학기부터 다시 사물함 이용을 무료화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5월 둘째 주이며 약 한 달이 지나면 종강하기 때문에, 이번 학기 내 사물함을 이용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남는 사물함을 배분하자는 움직임 역시 흐지부지된 상태이다.
결국 학생회비 납부율 증가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학생지원팀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였고 애꿎은 학생들만 예고 없이 피해 입은 한 학기였다. 심지어 사물함 운영비용은 오히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더 크기에 돌이켜보면 박탈당한 사물함 무료 이용권은 억울한 측면이 크다. 사사사 황현우씨는 “사물함 운영은 기존 납부한 등록금에서 운영이 되는 부분이 더 크기 때문에 총학생회비의 납부율을 올리기 위해 이를 납부하지 않은 학생의 사물함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번 정책을 꼬집었다.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꼬박꼬박 내면서 사물함 하나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한 학기가 이렇게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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