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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비가 왜 필요하냐면72호/가톨릭대와 대학 2018. 5. 30. 17:33
학생회비가 왜 필요하냐면
배도현 수습위원
ckd018@naver.com
올해 납부된 학생회비는 63,420,200원이다. 작년에 비해서 7,089,800원 줄어든 수치다. 2015년, 학생회비가 등록금과 분리돼 고지되기 시작한지 3년 만에 납부율이 38.5%나 줄었다. 물론 이 금액이 전부 총학생회비로 쓰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앙감사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일정 예산이 선 분배된 뒤, 절반만 총학생회비로 쓰여지고 15.5%는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 나머지 금액은 각 단과 대학(이하 단대)에 인원 비율별로 나눠진다.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19,949,000원에 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제에 보통 3천만 원이 쓰이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번에는 축제를 진행할 예산조차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현상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학생회비가 학생들에게 납부 되어야하는 효능감을 주지 못하는 지점부터 지적하는 게 순서라면 순서일 것이다. 그 이후 학생회비의 필요성을 논하고 설득해도 늦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회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하나다. 축제 진행할 예산조차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회비는 총학이 학생의 편에 서서 대표할 수 있을만한 ‘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다. 여건이라고 함은 학생회비로 마련된 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정책이다. 사회 의제로 정책 범위를 넓혀도 이를 구상 및 실행하기 위한 돈이 든다. 학내 복지로 눈을 돌려도 비품 등을 사야하기에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2년 총학은 남는 학생회비로 사물함을 구비하여 학우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학내 자치 기구 및 위원회를 설치하려해도 지원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2015년 총학 예산 30,994,600원의 97%가 축제 비용으로 쓰여 남은 금액은 935,500원 뿐이었다. 당시 몰래카메라 피해 여성을 지원하던 반성폭력위원회가 인준되지 못했지만 만약 인준 되었다 할지라도, 최대 93만원의 지원금으로 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상황은 예측 가능하다.
즉 어떤 결정을 내려도 돈이 쓰인다. 그 돈이 없다면 그들이 짤 수 있는 공약의 범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한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축제를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값마저 충족되지 못한다면 공약을 생각해낼 수 있는 여유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학생회비가 적게 걷히면 총학 자체 사업은 줄어들고 학교와의 협상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확신할 수 있는 공약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거사물함 및 비품 구입, 문화행사 기획, 자치기구 지원 등 총학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의 예산 확보가 되지 않으니 더 이상 공약으로 적을 수가 없다. 학교와의 협상만이 유일한 카드인데 학교가 반대의사를 밝히면 공약은 꼼짝없이 폐기수순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실제 축제 비용으로 1년 예산 대부분을 쓰게 되면서 총학은 ‘저비용 고효율’ 공약으로 대표되던 간식 행사마저 부담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해는 축제를 제하고 남는 총학생회비가 80,500원에 불과하다.셋째, 2만원이라는 학생회비는 총학뿐만 아니라 단대, 총동연에 함께 쓰인다. 학생회비가 많이 납부될수록 단대 학생회와 동아리에 분배되는 금액이 많아진다. 20명 이상의 인원을 확보해야만 하는 동아리 특성상 43개의 동아리(가동아리 3개 포함)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어렴풋이 잡아도 860명이다. 학생회비의 효능감이 떨어진다고 해도 10명 중 1명이 최소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당선된 총동연 회장단은 회칙 개정, 외부 프로모션 유치 및 분과행사 지원과 다맛제, 분과연합행사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분과행사 지원과 다맛제, 행사 ‘확대’ 등의 공약은 일정 수준의 학생회비가 마련되어야 실천 가능한 공약이며 회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다채로운 행사 기획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올해 총동연에 배정된 예산은 10,474,000원으로 작년에 비해 1,050,000원이 줄었다. 이로 인해 현상유지만으로도 버거울 한 해가 예상되는 건 무리한 해석이 아니다.
알다시피 총학을 비롯한 학생 자치 기구에는 감시와 견제 그리고 비판이 필요하다. 단, 그에 못지않게 돈이 필요하다. 이번 총학에 배정된 예산은 2015년 축제 비용보다 천만 원 이상 적다. 각종 달력행사를 진행할 예산은 이제 없다. 그나마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었던 간식행사마저 총학 예산으로는 할 수 없다. 자체 사업도 못한다. 학교와의 협상 혹은 협력이 유일한 답일까? 어쩌면 축제를 끝마치고도 자체 사업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을만한 학생회비가 공약 한 자 한 자 적을 수 있는 책임감과 자치권을 부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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