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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정치 기획_가톨릭대편>➁ 홍보물 부착 시스템72호/가톨릭대와 대학 2018. 5. 30. 15:43
가톨릭대 공간정치➁
홍보물 부착 시스템
엄아린 편집장 cukkyji@gmail.com
5월을 기점으로 학내에는 <홍보물 게시에 대한 안내문>이 부착되었다. 3월 22일 성심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듯, ➀도장 승인 ➁장수 제한 ➂규격 제한(A3 A4 이하) 등과 함께 ⓸청테이프와 양면테이프 사용 금지(스카치 테이프만 사용 할 것) ⓹게시판을 상하로 나누어 부착 할 것도 추가적으로 공지하고 있다. 추가공지의 이유에 대해 vos측은 “청테이프나 양면테이프 등은 철거하면서 벽의 페인트까지 함께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학내 홍보물의 실태
학생지원처가 홍보물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한 이유는 ‘학내 미관 저해 해소와 홍보실효성 증진’을 위해서다. 학내에는 벽보가 끊이지 않는다. 학기초에는 ❶동아리, 학회 및 소모임(이하 학생단체) 홍보로 학생들이 가장 많은 홍보물을 부착한다. 이외에도 ❷개강총회·전공 엠티·간식 행사 등 학부/과별 공지사항, ❸학내 학생단체들이 주관하는 학술·예술·체육 행사 및 강연 등의 홍보물, ❹외부단체에서 오는 홍보물 등 시기상 약간의 ‘벽보 휴식기’는 있어도 언제나 무엇인가는 붙어 있다. 특히 학생단체들이 신입부원을 모집하는 시기인 학기초에는 ‘벽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다. 올해 당선된 총동아리연합회장(이하 총동연 회장)은 선거 당시 ‘포스터 관련 제도 보완’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5월 7일 성심과의 인터뷰에서 총동연회장은 “해당 공약은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 내부에 포스터(홍보물과 동일)수거전담팀을 만들어서 게시기한이 지난 포스터들을 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카카오톡 옐로아이디를 통해 제보를 받으면 철거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관리 대상에 대한 질문에는 “우선은 총동연 소속 동아리 포스터만 관리할 계획이다. 아직 포스터 제도와 관련해서는 vos와 협의해 볼 것들이 남아있다. 관리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좀 더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왜 학생게시물만?
학생지원처는 ‘학내 모든 게시물’이라고 지칭하지만, 사실 학내에는 학생지원처가 제시하는 규격제한을 지키지 않거나 도장을 받지 않는 홍보물들이 대거 붙어있다. 특히 광고, 공모전, 자원봉사 모집, 장학생 모집, 취업교육 홍보 등의 외부홍보물은 대자보의 규격만 하거나 이를 초과하는 규격들이다. 헌데 학생의 의견 개진을 위한 대자보는 ‘학내의 미관을 저해’한다며 A3로 규격을 제한하고, 외부홍보물에는 자리를 내어주는 이중잣대는 매우 유감스럽다. 뿐만아니라 본교의 구성원인 학생단체 및 모임 홍보물 등은 ‘학내 미관을 저해하는 무분별한 게시물’로 치부되는 와중에, 외부홍보물은 벽에 부착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이는 주객이 전도된 처사임에는 분명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학생지원처는 “외부에서 보내오는 것들은 회사에서 보내오는 것들이기 때문에 규격 제한은 없다. 이런 것들은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원들이 직접 도장을 찍어서 붙인다.”라고 답변했다. “자의적인 해석인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정확한 매뉴얼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이공대 단대장과 중앙운영위원회로서 총학생회장의 역할을 대리하고 있는 총동연회장은 이에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성심은 총동연 회장에게 “사실상 학내에서 규격과 장수가 제한하는 것은 동아리 홍보물이 유일하다. 외부에서 온 포스터나 학교 자체제작 포스터들은 규격을 넘어선 것들이 많은데, 동아리 홍보만 규격과 장수를 제한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는지”를 질문해 보았다. 총동연회장은 “작년 동아리회장직을 맡았을때는 ‘왜 동아리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관동아리나 외부단체들은 제한도 없이 막 붙이는데, 동아리만 제한 받는 느낌이 들었다. 동아리들이 느끼는 불만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자석게시판의 등장?
올해를 기점으로 생긴 또 하나의 새로운 홍보물 부착 제도가 있다. 바로 자석게시판. 학생지원처는 “벽에다 홍보물을 붙이면 철거하면서 페인트도 벗겨지고 미관상 좋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설치한 것이 자석게시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학내에는 이전에 벽에 붙이던 홍보물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총동연회장은 “자석게시판에만 홍보물을 부착 하게되면 동아리들끼리 더 문제가 많이 생길 것 같다. 이번에도 홍보포스터를 자석게시판에 붙이느라 경쟁이 치열했다. 당장 2학기 초에 모집을 하는 동아리들이 있을텐데, 이 문제는 vos측과 상의를 해 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캠퍼스는 누구의 관점에 따라 편성되는가
‘무분별한 게시물로 인한 홍보효율성과 미관 저해’라는 학생지원처의 주장을 일정부분 이해할 수는 있다. 학기초에는 학내 다양한 학생단체들의 홍보 포스터로 벽이 ‘도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인한 학생간의 갈등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학내 미화’라는 것이 과연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보장’보다 중요한 가치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캠퍼스 내 벽보문화를 두고 학생들의 ‘의사표현 방식’ 중 하나라고 보는 시선과 ‘지저분하다’라고 보는 시선은 양립할 수밖에 없다. 캠퍼스는 하나의 공간이며 공간에 대한 양립하는 입장이 공간‘정치’를 야기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도 모든 공간과 공유자원에 대한 분배는 정치에 영역에서 해결한다. 그렇다면 대학 캠퍼스의 공간정치는 누구의 시선과 관점을 중심으로 재편성되어야 할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는 명제를 생각해보면 그 중심은 ‘관리자’가 아닌 ‘학생’이 되어야 마땅하다.
공간정치 기획 ‘가톨릭대편’을 마치며
‘파이는 정해져 있다.’ 정해진 파이에 따라 누군가의 영역이 늘어나면, 다른 누군가의 영역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요즘따라 작아진듯한 학생들의 파이는 과연 기분탓일까? 2013년 우리에게 ‘안녕들하십니까?’라며 안부를 전해오던 총학게시판 자리에는 현재 명예의 전당이 들어섰다. 벽을 메우던 학생들의 홍보물은 비록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아닐지라도, 학내구성원들의 존재와 학생단체활동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학교의 구성원도 아닌 외부홍보물에 밀려 자석게시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기분탓이 아니다. 대학 캠퍼스는 분명 공간정치에 의해 ‘학생들의 의견 개진 장소’가 부족해지고 있다. 이번 공간정치 기획 가톨릭대편은 오직 성심교정의 ‘벽’에 대한 정치만 다루었다. 사실은 학내의 모든 공간과 자원이 전부 정치에 영역에 해당한다는 것을 염두해 둔다면,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의 변화에 대해 우리는 앞으로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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