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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정치 기획> ➀ 내 발언이 A3짜리 입니까72호/가톨릭대와 대학 2018. 5. 30. 15:34
<공간정치 기획➀_가톨릭대편>
내 발언이 A3짜리 입니까
엄아린 편집장 cukkyoji@gmail.com
올해부터 새롭게 바뀐 대자보 규정이다.
➀VOS 승인 도장을 받을 것
➁장수는 20장으로 제한 할 것
➂규격은 A3를 초과하지 말 것
큰 대, 글자 자, 알릴 보
본디 대자보는 자신의 입장이나 정치적 견해를 밝히기 위해 큰 종이에 자신의 주장을 담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우리나라의 대학가에서 내붙이거나 걸어 두는 큰(大) 글씨(字)로 쓴 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애초에 대자보가 큰 종이와 큰 글씨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공론화를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의 규격 제한은 대자보에 대한 몰이해이거나 ‘표준(정상)’을 벗어난 처사다.
이에 성심은 지난 3월 22일 학생지원팀 지영철 차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규정을 바꾸게 된 계기를 묻는 성심의 질문에 지영철 팀장은 “무분별한 게시물 그리고 학내 미관 저해 해소”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장 많이 붙는 대자보(홍보물)는 학부/학과별 개강총회나 엠티 공지다. 해당 공지는 전체 학생들이 알 필요 없이 과별로 소통하면 될 텐데, 대자보 크기로 붙이는 것은 효율성이 없다.”라며 이번 규정 시행의 취지를 밝혔다. 물론 엠티 및 개강총회 홍보물은 학부/학과별로 해당되는 학생의 수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 중 하나다. 또한 아무리 학생들 간에 연락망이 구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단톡방에 초대되어 있지 않는 학생이나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대자보는 유일한 전달 기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전체가 알 필요가 없는 게시물’과 ‘그렇지 않은 게시물’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학생지원팀이 된 것은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차후에 두고 더 중요한 것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 사회와 헌법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질문이다.
“그렇다면 학과 엠티 공지만 A3 규격으로 붙여달라고 학생회 측에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니냐, 모든 대자보의 규격을 제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그래도 막 붙이는 것 보다는 규격화 해 놓는 것이 미관 상 좋다. 어떤 대자보는 A3 이상이어도 되고, 어떤 대자보는 안된다고 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또한 홍보물에 대한 규정이 있다며 본교의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지, 홍보물, 포스터 등에 대한 규정이지 ’정치적 의견 게시를 위한 대자보‘ 규정이 아니었다. 1
정치적 대자보 ‘원래’ 안 돼
규격화 규정 이외에도 학생지원처는 대자보 또한 ‘도장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치적인 대자보는 원래 안 된다. 본교의 학칙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 학생지원처의 주장이었다. 문제가 되는 학칙들은 다음과 같다.
『가톨릭대학교 학칙』 제 22장 학생활동 제 92조(학생활동의 제한) 학생은 학내에서 학업과 무관한 정치적 활동은 할 수 없으며, 학업·연구 등 학교의 기본적인 기능과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 행위(성토, 시위, 농성, 등교거부, 확성기 사용 등)를 할 수 없다. [신설 2004.6.28.]
『학생상벌 규정』 제 7조(징계의 대상) 다음 각 호의 하나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징계할 수 있다. <개정 2013.10.29.> 4항 학내에서 학업과 무관한 정치활동으로 학업·연구 등 학교의 기본적인 기능과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학생.
대학들의 비민주적·인권침해 학칙에 대한 비판은 인권위의 보도자료로 대신한다. “대학의 중립성은 가르치는 자가 특정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학생에게 설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원칙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항의 필요성이 없다. 특히 ‘정치활동금지’ 조항은 정치활동이 왜 학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없이 ‘정치활동’은 언제나 질서를 문란케 하는 부정적인 해행위라는 선입관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지 않으며, 또한 이미 성인으로서 투표권을 부여받아 정치 영역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학생들의 정치활동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한다는 점에서도 불합리하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아직 대학에 비민주적이고 유신적인 학칙이 잔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대학생들의 정치활동 금지하는 학칙은 기본권 침해]를 보면 ‘대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여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제한할 가능성이 높은 피진정인 대학’ 22번째로 가톨릭대학교의 이름이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내 69개 대학이 학칙에 의하여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그 중 20개의 국·공립대학교에는 ‘학생활동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정 및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은 인권침해라 판단하여 이를 개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권고’하였다. 다만 사립대학교는 인권위의 조사대상이 아니라 각하되었으나, 이를 시정할 수 있도록 주무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에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였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들의 학칙 개정 시도는 무산되었다는 것인데, 이유는 학칙 개정의 최종 승인권자가 결국 총장이었기 때문이다. 본교에서도 이를 비판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2 하지만 결국 개정되지 못했고, 2018년인 현재까지 학생들의 활동을 발목잡고 있다. 3
이에 성심은 “해당 학칙은 과거의 유산이며, 학칙에 의거하면 대학생은 아예 정치적 의견을 가지면 안 되는데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 옛날 학칙이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하며 “그렇다면 앞으로 본교 재학생이 쓰는 정치적인 대자보에 대해서도 뗄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어떤 내용인지 한 번 봐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어떤 것을 본다는 것이냐 예컨대 #미투에 대한 대자보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성심에 질문에는 “공공성이 있다고 하면 그건 허용 해 준다. 하지만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특정 정장을 지지하는 등의 정치성향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도 당원 모집 등의 정당지지 외부포스터 등은 못 붙이게 한다.”고 답변했다.
도장 검열 제도, 비판은 이미 있었다
“학내에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싶지 않는 학생들, 예컨대 사회적 약자나 성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도장제도 자체가 아웃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성심에 질문에는 “검토해 봐야겠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하지만 vos도장 시스템으로 인한 성소수자 인권침해를 우려한 기사는 이미 성심교지 69.5호에 실린 바 있다. 2017년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선봉조씨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규탄하며 붙인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CUKQ의 대자보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당시 인준준비활동 중이던 성평등위원회인준준비회는 대자보 훼손의 범인을 찾기 위해 경비실을 찾았다. 하지만 vos 도장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CCTV 확인이 불가능 했다. vos에서 도장을 받기 위해서는 부착 주체의 이름, 소속(단체), 연락처, 내용, 부착일, 수거일, 장 수 등을 vos에서 관리하는 장부에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 정보는, 기입하는 것 그 자체로 아웃팅과 직결 된다. 이에 당시 성심교지는 “성소수자라는 학내 구성원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 분명하며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대자보 도장제도, 규격화 아무 효력 없다
사진 성심
올해의 규정은 학내 미화와 홍보 효율성을 위해 신설했지만 그 실효성의 측면에서 이미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번 ‘모바일유비쿼터스 교수 재임용 거부 사태’로 성명서와 대자보를 부착한 비상대책위위원장 황현우씨는 “vos 도장을 안 받고 그냥 붙였다. 애초에 학생들이 쓰는 대자보인데 학교가 왜 승인을 해주고 말고 하느냐,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떼면 문제제기 하면 된다”고 말했다. ‘보통의 대자보 보다 크기를 작게 출력했던데, 이번에 바뀐 vos 규격 제한 때문이냐’는 성심에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고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다. A3가 더 저렴했다. 그리고 시간상의 문제도 있었다. 글자 크기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붙이면서 알았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크게 뽑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학내 포스터 관련 제도의 결정권한이 있는 총동아리연합회장은 대자보의 규격제한에 대한 질문에 “홍보포스터까지는 규격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대자보는 원래 전지에 하는 것이고 담아야 하는 메시지도 있다. 자보까지 규격을 제한하는 것은 부정적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규정 따위에 막히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학칙은 군부독재 시절의 유신헌법과도 같아 이미 근거로 들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만약 이러한 학칙을 근거로 또는 도장 승인이나 규격 등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대로 대자보를 뗀 다면, 그것이야 말로 학생들이 제기할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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