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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당신의 새터-우리학교에는 총학이 없다.71.5호(18새내기)/가대IN 2018. 4. 2. 00:24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당신의 새터
-우리 학교엔 총학이 없다
엄아린 편집장 cukkyoji@gmail.com
방학을 맞은 1월은 성심 교정은 여전히 학생들의 소리로 가득 차있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 도서관에 가는 학생들, 운동을 하는 학생들 등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새터기획단이다. 새터기획단은 2018년도 새내기들을 맞이하기 위해 각 단과대별로 문선 준비가 한창이다. 사진은 강의실 안에서 연습을 위해 책걸상을 전부 밖으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강의실 안에서는 노래 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추운 겨울이지만 학교 안은 어쩐지 열기가 느껴진다.
2018년도 새내기새로배움터(이하 새터)는 올해 18학번으로 입학한 가톨릭대학교 신입생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학교 행사일 테다. 새터는 신입생들이 대학이라는 새로운 출발에 앞서 새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학교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하는 중요한 행사다. 그러나 그런 새터가 올해 본교에서 무산될 뻔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 올해의 새터는 어떻게 기획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성심에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만 당신이 꼭 알아야할 새터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새터를 총괄한 중앙새터기획단(이하 중새기) 총주최자 김세미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의 새터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 일자: 2018년 1월 15일 / 인터뷰어: 엄아린 / 인터뷰이: 김세미 새터총주체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2018년 새내기새로배움터 중앙새터기획단 총주체를 맡은 식품영약학 14학번 김세미라고 합니다.
Q. 올해 새터는 무산될 뻔 했다고 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첫번째는, 수능 연기로 인한 학사 일정 지연입니다. 수능이 미루어지다 보니, 합격자 발표도 미루어 졌습니다. 올해의 경우에는 23일 행정오티 바로 직전에 최종 학번이 결정이 될 것 같은데요. 학교 측에서 미뤄진 일정 때문에 원래 계획했던 학사일정(새내기 인성캠프 2.21~23)과 맞춰 진행하기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1 또 부차적으로 교육부에서도 안전상 문제 때문에 되도록 새터를 가지 말라는 공문을 각 대학들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타 대학에서 매년 사고가 발생하다보니 안전상의 문제도 더해져 이번에 새터를 못 갈 것 같다는 입장이었어요.
Q. 새터를 못 가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언제인가요?
A. 작년 11월 쯤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총동연회장이었을 때인데, 그 이야기를 듣고 당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회의를 가졌습니다. 아무래도 새터가 우리 학교의 중요한 문화 행사이기도 하고, 새내기분들이 학교에 처음 입학하셔서 우리 학교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가지는 계기가 될텐데 그런 새터가 없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총·부총학생회장과 각 단과대(인문대, 사회대, 이공대, 생활대)대표, 그리고 총·부총동아리연합회장으로 이루어진 학생자치기구다. 새터를 비롯한 학생사회의 모든 행사는 중운위의 기획과 총괄하에 이루어진다. 문제는 2018년 학생사회를 이끌어나갈 중운위가 2017년 11월 정선거에서 단 한 명도 선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8년 새터는 시작부터 꼬이게 된다. 3
Q. 새터 총주체를 맡게되신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A. 내년 새터가 불투명한 거에 대해 당시 중운위끼리 회의를 해서, 우리 중에 누군가 새터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학교에 건의를 해보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 후에 17년도 학부장님들과, 내년 학부장님들을 모신 자리에서 상황을 설명을 드리고, 만약 학교에 건의하는 것에 동의를 하시면 저희가 대표로 학교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죠. 당시 학교에서 새터를 갈지 안 갈지 최종적으로 정하는 교무회의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전에 우리 학교 대표자와 학우들의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했어요. 그렇게 동의를 구한 후에 학교측에 ‘학생 대표자들과 학우들의 의견이 이렇다. 우리가 일정을 조정하고 기획해 볼테니 새터를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요청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갈 수 있게 되었어요.
Q. 당시에 중운위가 없는데, 중새기가 꾸려지고 새터 총주체자가 정해진 상황에 대해서 몇몇 학우들이 의구심을 표한적이 있잖아요?
A. 네. 왜 마음대로 총주체자를 선정하느냐는 이야기 였는데, 사실은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우선 새터를 못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상황이 있었고, 새터를 가기 위해 학교와 상의를 하려면 대표자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18년도를 책임질 총학과 중운위는 부재한 상태였죠. 그래서 전년도 중운위였던 저희하고, 내년 학부장님하고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된 것이거든요. 저희가 현재 중운위이고 학생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학교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저희였으니까 어떻게 보면 총대를 맨거죠.
Q. 새터 총주체를 맡고 계시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총학생회장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대표자는 아니잖아요. 이런점이 학교와 이야기 할 때 영향을 미치나요?
A. 학생지원팀과 상의는 잘 되고 있어요. 저희 의견을 잘 들어주시고 있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땐 그래도 총학이 말하는 것이 조금 더 힘이 있죠. 실제로 학교와 이야기를 할 때도 저희가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학교에서 일정이 안 나온다고 하니까, 저희가 일정을 임의로 짜서 총 3개의 안을 제시를 했어요. 행정오티는 언제가고, 새터는 언제가고 이런 계획들을. 뿐만 아니라 리조트도 예약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일정을 다시 바꾸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아요.
Q. 새터 진행이 예년과 달라지는 것이 있나요? 예를들면 인성캠프라던가.
A. 작년 새터에서는 3시간 정도 인성교육 행사를 해서 새내기들이 아마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이번년도에는 그걸 주관하는 학부대학으로부터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짧게라도 학교에서 하고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받았어요. 그런데 그게 실제적으로 조금 무리가 있어요. 신입생들이 콘서트홀에서 인성교육을 받다가, 강의실에 다시 가서 짐을 챙기고 버스를 타러가는 동선이 많이 복잡해요. 안전문제도 있고, 새내기분들도 힘들구요. 그래서 학교랑 지금도 계속 얘기 중이예요. 4
2016년도 새터의 이름은 새내기새로배움터가 아닌, ‘새내기인성캠프’였다. 당시에도 올해와 똑같이 새터를 주관할 16년도 총학과 중운위가 15년 11월 총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했고, 새터의 주관에 학교 본부가 개입했다. 학교측에서는 예년 새터보다 일정을 3박 4일로 하루 더 늘리고, 비용은 (신입생 10만원 · 재학생 7만원으로) 각각 2만원 · 3만원씩 올리고, 프로그램은 인성교육과 에세이 작성 등의 특강을 중심으로 구성한 새로운 기획안을 공지했다. 이에 당시 중새기와 학생대표자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학교측은 일정증가 · 교육부 공문 등을 이유로 거절하는 수차례의 협의 과정을 거쳤다. 약 열두 번의 논의 끝에 주관은 학교이되 학생사회 주권이 보장되며 일정은 2박3일, 비용은 동결로 일단락되었다. 2017년도 또한 총학이 없었다. 2017년도 새터는 다시 ‘새내기새로배움터’로 이름을 바꾸어 진행하였으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3~4시간 정도 포함되었다. 5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총학과 중운위가 부재하며, 학교측에서는 일정과 교육부 공문을 이유로 새터 일정을 번복 중이다. 이에 소수의 학생 대표자들은 최대한 새내기들의 편의를 위해 학교와 협의 중에 있다.
Q. (김세미씨는) 총학이 없는 해에 총동연회장직을 맡으셨잖아요. 총학이 없는 상황이 중운위 나 동아리연합회 활동에 주는 제약같은 것이 있나요?
A. 제가 총동연에서 회장이 아닌 하나의 직책을 맡았던 때(2016년) 에는 총학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확실히 총학과 협력도 하고,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총동연회장이었을때는 단 3명뿐인 중운위 안에서 중앙운영위원장도 뽑아야 하고, 총학의 일도 대신 해야 하고.. 조금 벅찼죠. 보궐로 뽑혀서 임기가 짧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표자가 없으면 학교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학우분들의 의견이 필요한데 그냥 결정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누군가 총대를 매지 않는 이상 학교에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새내기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새터를 너무 어렵게 혹은 무섭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새내기분들을 위해 열심히 새터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 많이 해주시고 걱정없이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학교생활을 하시면서 학교 내부의 일에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가톨릭대를 구성하는 것은 학우분들 이시니까요. 많은 의견을 내주시고 참여해 주시면 우리 학교가 많이 발전 할 것 같습니다. 새터 때 뵈어요!
우리에겐 신묘안이 필요하다
가톨릭대는 2012년 이후, 정선거에서 총학이 당선된 적이 없다. 2015년과 2017년은 이례적으로 보궐선거에서도 총학이 뽑히지 않아 총학 없는 한해를 보냈다.
그동안 학생사회는 다양한 담론을 나누었다. 학생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했다. 단일 후보인데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공약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학생회로부터 왜인지 모를 ‘그들만의 리그’의 분위기를 느껴서, 그리고 단순 무관심 등. 총학과 총학의 공약이 나의 학교생활과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총학이 없어도 그닥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간식행사 이외에는 총학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확실히 과거에 비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대학생이 정치적 주체가 되었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의 대학생들은 정치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무관심 해졌고 그 결과 정치판에서 소외 받기에 이르렀다. 사실 총학의 공약이나 역할이 축소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사가 축소된 것이다. 지금 당장 총학이 ‘반값 등록금’이나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연대와 지지성명을 보낼까? 아니, 관심을 가질까? 총학의 부재가 2년째가 되자, ‘왜 학생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가’는 차후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문제는 ‘아무도 총학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가 되었다. 열정과 패기, 학교와 학우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견디기엔 총학이라는 ‘왕관’은 너무 무겁다. 총학의 자리야 말로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총학이 나의 권리를 위해 활동한다는 개념이 희박해진 지금, 총학의 자리는 비난의 화살이 꽂히는 과녁이 되어버렸다. 선거때 드는 상당한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모든 담론들이 선거철만 되면 대숲과 학내언론, 그리고 학생사회에 등장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흩어져 버린다. 남은 것은 총학의 빈자리와 부재의 따끔함뿐이다. 새내기들은 총학 부재의 대안을 찾지 못한 학생사회의 1호 피해자가 되었다. 피해자 속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돌파구다. 나의 권리 행사를 위해 ‘투표거부’를 택했다면, 총학이 대신하는 ‘학생주권’의 권리는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 우리에겐 이 모순점을 타개 할 ‘신묘안(新妙案)’이 필요하다.
성심교지편집위원회
-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으로 인한 정부의 수능 연기 발표를 말한다. [본문으로]
- 김세미씨는 2017년 3월 28일 보궐선거를 통해 2017년 총동아리연합회장(이하 총동연)직을 맡은 바 있다. [본문으로]
- 새로운 해를 이끌어 나갈 학생대표자들은 예년 11월 총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만약 투표율 미달, 후보자 부재, 당선 취소 등의 문제로 선거가 무산될 시 다음 해 3월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본교는 2016년 11월 21일 실시한 2017년도 학생대표자 총선거에서 총·부총학생회장 투표율 미달, 이공대 단대장 투표율 미달, 인문대·총동연 입후보자 부재, 생활대 단대장 당선 취소 등으로 학생 대표자 없는 11월 ~ 3월을 보냈다. 이후 2017년 3월 실시한 보궐선거에서는 이공대·인문대·총동연 학생회장이 당선되었고, 총·부총학생회장은 투표율 미달로, 생활대 단대장은 입후보자가 없어 무산되었다. 이에 따라 2017년도 중운위는 이공대·인문대 학생회장과 총동연 대표(김세미씨)로 꾸려졌다. 2018년도 학생대표자들을 뽑는 17년 총선거는 무산되었다. 총학과 전 단위 단대장, 총동연 입후보자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현재 중운위는 없다. 자세한 정보는 페이스북 페이지 ‘가톨릭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고. [본문으로]
- 이후 인성교육은 새터가 아닌 행정오티에 추가하기로 학교와 협의를 마쳤다. 김세미씨는 이외에도 여러 불편함을 최소화하여 행사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018년 1월 29일) [본문으로]
- 자세한 내용은 성심교지 67.5호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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