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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가톨릭대학교”에게 대학 언론이란 무엇인가?71.5호(18새내기)/가대IN 2018. 4. 1. 21:11
“민주 가톨릭대학교”에게 대학 언론이란 무엇인가?
가톨릭대학교 영자신문사 편집장 이희성
사보가 사측의 견해와 반하는 의견을 지면에 실을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완벽한 의미의 언론 독립은 대학에 존재할 수 없다. 이는 학생이 절대적 약자로서 학교와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없는 비대칭적 권력 관계에 놓여 있을 뿐만이 아니라, 보도 등 주요한 언론 활동 거의 대부분이 학교의 예산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언론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것보다 총장 산하 대학 기구의 하나로서 학교 방침을 따를 것을 요구받는 현실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학 언론의 그러한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직필이 향해야 할 비판의 대상은 언제나 대학이다. 대항할 수 없는 상대를 견제해야 하는 것은 모든 대학 언론의 숙명인 것이다. 이러한 모순이 암묵적으로 승인되는 것은 학생과 학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말뿐이라 해도 언론 독립은 학생 사회에서 소중한 가치이며, 학내 민주주의와 학생 자치를 위한 소위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에토스를 인정받으려는 대학의 명분으로서도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언론은 한계가 뻔히 보이는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는가? 학교는 학내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악의 편에 불과한가? 그렇지 않다. 나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편 가르기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로지 대학 언론이 마주하는 어떤 필연적인 상황을 나름대로 설명하고자 하며, 실제로 지난 2년 간 우리 영자신문사와 학교 당국 사이에서 있었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은 앞선 논지를 상당 부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본고에서 우리 영자신문사가 겪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서술한 후, 대학 언론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려는 학교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 “민주 가톨릭대학교”란 거창한 수식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우리 영자신문사는 지난 2016년 2학기에 영자신문사 홈페이지 개설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 당시 지도교수님은 아니었지만 영자신문사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영어영문학부의 A 교수님의 도움으로 일정 예산이 확보되었으며, 실제로 정보통신원과 홈페이지 구성에 대해 일부 협의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논의가 이뤄지던 도중 갑작스럽게 정보통신원으로부터 예산 상 불가하다는 답변만을 듣고 홈페이지 개설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A 교수님께서는 정보통신원의 책임자와 통화했지만, 그렇다할 후속 대책이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물론 우리 영자신문사는 정보통신원으로부터 단 한마디의 직접적인 해명조차 듣지 못했다.
학교 당국의 통보 식 일처리는 당혹스러움을 넘어서기도 했다. 우리 영자신문사는 지난 2017학년도 2학기 개강 직후 지도교수 교체를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지난 6년 동안 지도교수였던 영어영문학부의 외국인 B 교수님은 2018년부터 안식년을 앞두고 있었기에, 후임 지도교수와 관련된 논의가 영어영문학부에서 진전되고 있던 와중 느닷없이 교무처에서 미디어기술콘텐츠학부의 C 교수님을 후임 지도교수로 지명한 것이다.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우리 영자신문사의 특성 상 설립 초기부터 영어영문학부와 깊은 유대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공대로 지도·회계 관련 업무가 따라 이관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전통이 훼손되었다. 심지어 B 교수님은 교체 사실에 대해 교무처로부터 아무런 사전 통지도 받지 못했다. 이는 영자신문사의 기자들을 위해 저널리즘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업마저 개설해주신 영어영문학부 교수님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당시 영어영문학부 D 교수님은 교무처장과 통화하여 사전 의견 조정이 미흡했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정작 우리 영자신문사는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했다. 다음호 매거진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서, 교무처의 갑작스러운 결정 때문에 전·후임 교수님 간 인수인계도 준비되지 않은 채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서야 기자 중 한 명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E 교수님 등을 통해 “들었던” 일방적인 지도교수 배정의 명분은 매거진 출판의 “디지털화”였다. 즉 홈페이지 개설과 관련한 사항을 다루는데 이공대 교수의 지도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저널리즘과 기사 작성이라는 우리 영자신문사의 본질적 활동과 거리가 먼 사유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한 조치일뿐더러, 디지털화와 관련해 학교의 향후 방침에 대한 어떤 형태의 공식적인 설명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전혀 없었다.
디지털화는 2018학년도 예산 배정과 관련하여 문제를 일으켰다. 우리 영자신문사는 일 년 네 번 출판에 필요한 예산 기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지만, 예산기획처는 조정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절반을 삭감했다. 이미 닥친 다음호 매거진 발간에 중대한 차질이 예상되어 지도교수님을 통하여 공식적으로 항의하자, 예산기획처는 “네 번 출판 중 두 번을 디지털 플랫폼 경로로 내라”는 의미였다며 갑작스럽게 “왜 출판이 디지털화보다 우월한지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설명과 합의의 과정을 상실한 절차적 정당성을 납득시키고자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후에 영자신문사의 총무가 배석한 자리에서 F 교직원은 예산은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일방적으로 조정되는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우리 영자신문사는 학교 당국에게는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대학 언론은커녕 예산 감축 대상인 여느 부서와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매거진 디지털화에 대한 학교의 향후 방침에 대한 사전 설명도 없었다. 디지털화와 관련된 어떤 예산 배정도 없었다. 이에 대한 공지나 합의의 과정도 없었다. 아직 갖춰지지도 않은 디지털 플랫폼을 명분으로 삼아 바로 다음호 매거진 발간에 사용될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디지털화에 대한 구상, 합의, 제작, 홍보를 어떻게 할지 방책을 고려할 아무런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단지 “디지털 플랫폼이 출판보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접근하기 용이하지 않겠나”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현재 우리 학교를 대표할만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도 없는 상황에서, 심지어 모바일앱 “가대학사” 운영조차도 학생 개인에게 떠맡겨두는 등의 상황에서 출판을 포기하고 빈약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기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는 디지털 매체가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아무 의미 없는 일반론으로 현재 우리 학교 디지털 플랫폼의 빈약한 현실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 모든 것은 학교의 예산 절감 방침과 무관하지 않았다.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학교 방침에 우리 영자신문사는 서면으로 반대 의견을 전했고, 디지털화와 관련된 예산 삭감은 1년 유예기간을 갖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디지털화와 관련된 문제는 앞서 언급된 것뿐만이 아니다. 콘텐츠와 관련한 학교 당국의 지원이나 교육이 전무한 상황에서 결국 정기자들은 주먹구구식으로 기사 교육뿐만이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된 교육까지 떠안아야 한다. 매거진의 방향을 정하고, 기사를 쓰고, 레이아웃을 제작하고, 편집실에 방문하고, 교정을 보는 과정은 디지털화가 절대 제공할 수 없는 수준 높은 교육과정이라는 사실은 예산 절감이라는 이미 정해진 목표 아래 철저히 무시되고 있었다.
학교 당국은 입학금 폐지를 이유로 2018년도 예산 기획서를 작성하던 당시 모든 부서에 예산 절감 비율을 정해놓은 후, 우리 영자신문사에는 총 예산의 10% 절감을 요구한 바 있다. 예산 절감의 문제는 그 자체로 대학 언론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중대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은 학교 당국이 더 이상 명분으로 삼던 기치조차 내세우지 않을 때이다. 신념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부당한 대우보다 그 믿음이 부정당할 때 가장 좌절하기 마련이다. 우리 영자신문사를 포함한 대학 언론의 동지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혹은 단순한 오기로 학내 구성원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적확한 통찰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우리는 독립적인 언론으로서의 인정은커녕, 예산이나 잡아먹는 천덕꾸러기처럼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통보와 대책 없는 방침만 따를 것을 요구받았던 것이다.
나는 대학 언론의 위상은 학교 당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언론 독립을 인정해주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그 둘이 결코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없다는 필연적인 불균형 상태를 모두가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대학 당국은 대학 언론의 그러한 특수성을 자각해야 한다. 만일 학교가 학내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학생 자치를 지지하며, 학문의 전당으로서 에토스를 지키고자 한다면, 대학 언론에게 여느 “총장 산하 기구 중 하나”나 “부서”가 아닌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관적인 예산과 정책 등으로 보장하는 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학교 당국에게는 “일방적인” 요구이기도 하나,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요구라고 믿는다.
2017년, 우리 영자신문사는 여성, 노동, 환경이라는 세 주제를 중심으로 캠퍼스 밖의 소수자 의제들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자 노력했다. 주제에 대한 환기뿐만이 아니라 심도 깊은 탐구를 통해 학교와 사회를 향한 시선을 제공하고자 애썼다. 그러다 보니 다른 대학 언론에 비해 기사의 호흡이 길다는 단점도 있었다. 우리의 노력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며, 우리 영자신문사는 언론으로서 독자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학교 당국의 호응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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