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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구멍은 이제 없다71.5호(18새내기)/가대IN 2018. 4. 1. 20:41
허리띠 구멍은 이제 없다
가톨릭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오명진
“왜 그렇게 바빠?” “학보사.” “학보사가 뭔데?” “응, 학교 일 취재해서 기사 쓰고….” “와- 그렇구나.” 학보사 한다 말하고 50% 확률로 겪는 대화 패턴이다. 애석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요즘 청년들은 할 일이 너무나도 넘쳐난다. 각자 과제하기 바쁘고, 수업 따라가기 바쁘고, 스펙 쌓기 바쁘고, 방황하기 바쁘다. 이를 고려하면 그들에게 학보가 회색빛 가판대에 진열된 어떤 뭉텅이로 느껴질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나날이 구독률은 줄어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예 ‘독자 무관심 구렁텅이’에 빠진 건 아니다. 독자들이 자신 생활과 밀접하다 여기는 기사 관심도가 꽤 높게 나온다. 필요할 땐 찾는다는 소리다.
최근 몇 년간 본교는 학생 대표자가 부재했다. 심지어 작년 본 선거에서는 전단위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고, 이 사실은 기성 언론에까지 진출했다. 본교는 대표 커뮤니티도 없다. 학생 여론을 수렴할 단체가 마땅치 않다. 학생 불만은 고름이 되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총장 신문고’가 있으나 아는 학생만 이용한다. 대부분 학생은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 ‘#학교에 말한다’에서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공식 커뮤니티가 아닌 탓에 그 불만들을 대학본부가 알 턱이 없다. 대학언론이 대나무숲 제보를 기사에 인용할 때나 좀 전해질 뿐이다. 여기서 대학언론의 존재 이유, ‘소통기구 역할’이 나타난다. 다른 말로 ‘여론 형성의 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현 총장이 가톨릭대학보 300호 축사에서 언급한 단어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런 일이 있었다. 전 부서 2018년도 예산 10% 삭감. 작년 하반기부터 대학본부가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그리고 예산안 제출 시기, 대학언론을 포함한 행정 부서들은 예년과 다른 ‘10% 상한선이 걸린 프로그램’을 맞이했다. 물론 예산감축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감축은 있었다. 각 부서는 매년 악착같이 줄일 곳을 찾아내며 허리띠를 졸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10%였다. 대학본부가 꺼내든 카드는 ‘입학금 폐지 영향’이었다.
입학금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새내기에게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2016년 10월경 전국 45개 대학에서 입학금 폐지 운동 바람이 불었다. 본교도 두 학생 주도로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11월, 교육부와 4년제 사립대는 입학금 폐지에 합의했다. 교육부 정책으로 확정돼 입학금 폐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본교 입학금(88만 원)은 전체 사립대 입학금 평균(77만3천 원) 이상이다. 이는 2022년까지 실비용 20%를 제외한 나머지 80%를 16%씩 줄이는 것에 해당한다. 8년간 등록금을 동결해 온 본교라, 10%나 예산감축 하는 것에 일부 수긍은 한다. 입학금 폐지도 긍정적 현상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이 운영하는 언론사들이 ‘학생자치기구’ 취급을 받지 못했다.
본교 대학언론은 크게 네 곳이다. 교육방송국, 성심교지, 영자신문사, 필자가 속한 학보사. 이들은 어떻게 허리띠를 졸라맸을까. 먼저 교육방송국은 방송 장비 관련 비용을 줄였다. 성심교지는 학생들의 교지편집비로 운영하기에 본부 예산 감축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년 교지편집비가 줄어 자의·타의 없는 예산 감축 중이다. 영자신문사는 10%에서 더 나아가 ‘일방적으로’ 50% 감축을 요구받았다. 종이 신문 폐지 얘기도 오갔다고 한다. 덧붙여 말하면 영자신문사 행정업무는 학생기자가 처리한다. 학보사는 이번 예산 삭감에서 ‘누구 입에서 나오는가에 따라 달랐던 대응’을 체험했다. 행정업무를 도맡는 간사(주로 갓 졸업한 학보사 출신이 맡는다)가 대학본부에 “최소 편집비와 교육비만 남겼다. 더 줄일 곳이 없다. 상한선을 풀어달라” 요구했으나 실패한 것. 그러나 거절 이후 당시 주간을 맡았던 교수의 요구는 성공했다.
한 대학교수는 책을 집필하며 “요즘 대학은 학생 머릿수를 수치로 치환해 경영하는 곳”이라 말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경영 논리, 이해한다. 적용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경영 방식은 이해 불가다. 설레는 마음으로 교정에 걸어들어오며, 홈페이지에 접속하며 나를 찾는 대학 문구를 봤을 테다. 필자는 이익, 효율에 치우친 관점이 그 문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다들 마지막 허리띠를 졸라맸다. 누가 일부러 뚫지 않는 한, 다음에 졸라맬 허리띠 구멍은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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