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언론관련 법안, 악법인 이유는?52호/하늘을 가리는 손 2010. 2. 26. 17:21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지난여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지난 2009년 7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한나라당에서 발의한 방송법과 신문법 등 언론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의 입구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에 의해 봉쇄되어 있었으나, 한나라당은 몸싸움 끝에 그 길을 열었고 여당과 야당이 본회의장을 동시에 점거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그러나 법안 통과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장석을 한나라당이 점거하면서, 언론 관련법안의 상정과 투표가 이루어졌다. 상정과 투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강행통과 시키려는 한나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본회의장 밖과 본회의장 방청석에서도 언론 현업인들과 시민들이 법안통과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채, 투표를 종용하는 한나라당과 그 주변을 에워싸고 통과반대를 외치는 야당의 모습, 의원들 간의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만의 투표로 법안은 일사천리 통과되었다. 국회의장은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겼고, 방송법의 경우, 유례없이 정족 수 미달로 재투표까지 시행하는 해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투표방해와 대리 투표의 논란도 있었다. 해외 언론에서 이 모습을 보도할 정도로 당시 본회의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익히 보아온 우리 국회의 모습이 또 한 번 재현된 것이며, 이 모습은 지상파 방송 3사 및 케이블 보도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이렇게 통과된 법안은 오는 1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민주당은 대리투표와 재투표를 이유로 대법원에 해당 법안의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고, 헌법재판소에 언론관계법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9월부터 당사자들을 소환하여 공개변론을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판결을 10월 중에는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법안이 대체 무엇이기에 국회의 파행이 또 다시 재현되었고,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강행통과를, 야당은 결사저지를 외쳤던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출범, 예고된 언론 사유화 정책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언론관련 법안의 핵심은 방송법이며, 그 가운데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진출 허용과 보도, 예능, 시사교양, 예능드라마 등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 YTN과 같은 보도전문채널을 신규 설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러한 내용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사안들이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집단은 두 번의 정권창출 실패를 방송, 특히 공영방송이 지닌 ‘반 한나라당/반 보수집단 정서’ 혹은 ‘친정부성’에 기인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2002년에도 야당인 한나라당과 대기업의 집합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차기 정부의 정책공약으로 MBC, KBS2의 민영화를 주골자로 하는 방송사유화를 발표하였고, 한나라당은 2002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2007년까지 MBC와 KBS 2TV를 민영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정용준(2002), “우리나라 공공서비스 방송의 구도 재편 방향” <공공 서비스 방송의 역할과 구도> 토론회, 한국방송학회. 또한 지난 17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이들은 KBS2와 MBC에 대한 민영화를 주장했고, 18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이러한 요구는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보도․종합편성채널까지의 신문-방송겸영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 시절 이미 결정돼, 공공연하게 발표되었다. 지난 2008년 1월 8일자 동아일보
동아일보 (2008년 1월 8일 자) <유통원-언론재단 등 통폐합 ‘신문재단’ 신설 추진> 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문화관광부가 대체 입법안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달'하고 있다. 당시 문화부의 대체입법안에는 신문 방송 겸영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겸영은 허용하되 신문이 방송사 지분의 2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대체입법안은 신문의 월평균 발행부수의 산정기준을 2006년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문법 개정안'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때문에 단서 조항으로 '월평균 발행부수가 지역신문과 무료신문을 포함해 전체 일간 신문의 월평균 발행부수의 20%를 넘는 일간 신문에는 방송 겸영을 불허'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에 해당하는 일간신문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조선, 중앙, 동아를 포함한 모든 신문의 보도․종편채널에 대한 지분 참여 및 소유가 가능해진다.
보도․종편채널까지의 '신문-방송겸용 허용'은 이미 지난 인수위 시절 결정된 것이기에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다른 의도를 볼 수 있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논의는 신문-방송 겸영이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에 한정되지 않고 MBC, KBS2TV 사영화와 연결돼 지상파까지도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8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이번 18대 국회에서 ‘1민영 다공영’인 현 방송 체제를 ‘1공영 다민영’으로 바꾸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주장에 청와대에서도 동의하였다.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으로 청와대 대변인이 된 이동관 씨도 2008년 9월 4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에서 얘기한 대로 (1공영 다민영 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조선일보 2008. 9. 5일자 <'신문․방송 겸영금지' 푼다> 고 말한 것이다. 지상파 사영화 논의와 맞물린 신문-방송 겸영허용은 사영화된 지상파 방송까지 확대하려는 의도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논의는 구체적인 법안으로 등장하게 된다. 2008년 12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일부 개정안은 금지되어 있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대기업과 일간신문의 지분 소유를 20%까지 허용했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도 49%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금지되어 있던 외국자본의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소유도 20%까지 허용하는 규제완화 내용을 담았다.
한나라당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진출을 금지한 현재까지의 방송법은 여론독점 기능을 방지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방송의 공익성․공정성 도모에 기여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대기업은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지만, 다른 방향으로 소비자 보다는 기업이익에 편향될 우려가 있다. 우리는 대기업이 생산하거나 판매한 상품들 속에 살고 있다. 자동차, 냉장고, 컴퓨터, 아파트 등 모든 제품들이 대기업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대기업이 방송, 특히 뉴스를 할 수 있는 방송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생산하거나 판매한 상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그들이 자사 혹은 계열사 상품의 심각한 문제를 뉴스를 통해 얼마나 고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상식적으로, 그리고 중앙일보가 삼성에 대한 비판적 기사에 인색했다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매우 회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문의 방송진출을 금지한 이유는 여론의 독점없이 다양한 목소리가 드러나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이미 한국의 신문은 특정 정치적 색깔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특정 신문은 신문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정치적 입맛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기도 하고 은폐하기도 한다. 이런 그들이 방송을 소유하다면, 그들의 정치색은 그대로 방송에 투여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자사의 논조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직접적으로, 인터넷과 포털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그야말로 여론독점을 시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금지해 온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지난해 연말부터 국회가 열릴 때마다 이를 직권상정 및 강행처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여 2008년 12월, 2009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언론인들의 총파업이 있었고 일반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이 법안에 반대했다. 결국, 정부여당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고, 국민여론을 수렴한 후에 언론관련 법을 처리하겠다며 2009년 3월 2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구성하게 되었다.
여론수렴 없었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정부여당의 언론관련 법에 대한 현업인과 시민사회의 반대투쟁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언론관련 법에 대한 대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인 특별위원회 성격의 사회적 논의기구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들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존재목적을 애초부터 부정하고, 스스로 자문기구로 폄하함으로써 순탄치 않은 출발을 예고하였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언론관련 법 제정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문만하는 기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들의 태도는 국민 여론수렴이라는 1차적 목적마저 부정하기에 이른다.
3차례의 지역공청회는 지역민의 의견수렴 미비로 지역민들의 규탄기자회견을 초래하였고, 민주당 측 위원들이 요구한 대국민 여론조사도 한나라당 측 위원들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결국 여론조사 시행의 문제를 두고 한나라당 측과 민주당 측 위원들이 대립한 가운데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추천 위원들만이 대국민 여론조사를 수행했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여야가 각각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해산하게 된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을 위한 일반적인 방법은 여론조사와 공청회가 있다. 그러나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나는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여론조사 뿐 이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여론 수렴을 위해 가급적 많은 지역 공청회와 함께 전문가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자 제안했으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들은 여론조사를 거부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은 초기에는 여론 조사는 자칫하면 여론을 ‘선동’할 수 있다며 반대했고 다음에는 ‘비용’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리고 국민이 ‘무지’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억지에 가까운 반대 이유가 논리적으로 약하자 활동 막바지에는 일정상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여론 조사를 거부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들의 여론조사 실시 반대 이유는 반대를 위한 반대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 여론조사를 반대한 것은 대다수의 여론이 미디어관련 법안을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2008년 연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미디어관련 법안을 제출한 이후 줄곧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성은 20~30%대인 반면 반대는 50~70%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한나라당 미디어관련 법안을 반대한다는 결과였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었고 이와 같은 대다수 국민 반대의 여론조사 결과가 최종보고서에 반영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국민여론 수렴절차 자체를 외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디어위원회는 사회적 공론의 장이 되는 것에 실패했다. 불행하게도 결국 파국으로 끝난 미디어위원회는 사회적 논의 기구도, 국민 여론수렴 기구도 되지 못했다. 미디어위원회는 여야 합의에 의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 기구임에도 위원회 출발 초기부터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실제적으로 의견 수렴 및 여론 수렴 행위가 위원회 활동 전반에 걸쳐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2009),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최종보고서-언론자유와 여론다양성을 위하여』
정부와 여당, 그들만의 언론관련 법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언론관련 법안을 7월 22일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을 에워싼 채, 김형오 국회의장의 연출과 이윤성 국회부의장 및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주․조연으로 불과 30여 분만에 관련 모든 법안을 전광석화처럼 통과시켰다. 언론노조의 파업도,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대도, 전문가를 포함한 일반시민 다수의 반대도 그들에겐 공연불이었다.
법안을 강행 통과시킬 때도 강승규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는 방송법 등은 그 법안이 무엇인지 공개되지도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표결에 참여했다고 한다. 게다가 방송법은 1차 부결이 되었음에도 재 표결시켜 억지로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대리투표 의혹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최종법안의 내용은 어떨까. 한나라당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논의와 야당의 주장 및 여론을 고려해 최종안을 냈다고 주장했다. 상당부분을 양보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규제완화가 약하다고도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먼저, 지상파 방송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나라당의 최종안은 지상파 방송에 대한 대기업과 신문의 지분소유를 10%까지 허용하고 2012년 말까지 경영을 유보한다고 해 놓았다.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제시했던 2012년 12월 말까지 신문과 대기업의 소유 금지가 아니라, 10%까지 소유를 허용하고 경영을 유보한다는 식으로 바꾼 것이다. 애초 나경원 의원이 대표발의 한 한나라당 개정안은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방송 소유를 20%까지 허용한다고 해 놓고 있다. 이와 비교해 단지 10%포인트 소유 비중만 감소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분의 10%만 소유하고 경영권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 어떤 견제장치도 없고, 내적으로 이루어지는 실질적 경영권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망막하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지역 지상파방송에 대해 신문과 대기업이 10% 소유를 허용하며, 이에 근거해 경영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10%만 소유해도 사실상 지배하고 경영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에 대한 대기업과 신문의 소유 지분률을 애초 개정안에서 10% 하향조정한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10%건 20%건 상관없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소유규제도 그렇다. 한나라당 최종안은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대기업과 신문이 30%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고, 외국자본은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애초 나경원 의원이 대표발의 한 개정안에는 대기업과 신문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소유제한을 공히 49%로, 외국자본 20%로 규정하고 있다. 이후 한나라당에서는 종합편성채널은 30%로 해야 한다는 수정 제안이 등장하면서 굳혀졌다. 다만, 박근혜 대표의 발언이 미디어 정국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를 의식해 애초 대기업과 신문이 보도전문채널의 49%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30%로 낮추고, 외국자본이 10%까지 소유하도록 한 것이다. 이 역시 한나라당의 애초 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언론관련 법의 핵심인 방송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최종안은 자신들의 내부적인 논의를 통했을 뿐, 야당이나 시민사회, 전문가 의견 등 여론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최종안에 대한 문제점과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미디어다양성 위원회를 설치해 매체합산 영향력 지수를 개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마치 야당이나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여론독과점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결정적인 장치인 양 이야기한다. 신문 구독률로 신문시장 여론을 측정하고, 이렇게 측정된 결과를 신문이 소유하는 방송뉴스채널의 시청점유율에 반영해 여론다양성을 꾀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런데 최종안에는 이를 2012년 말까지 개발하겠단다. 웬 뒷북인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세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통신업계를 예로 들며, 지상파방송·종편·보도채널 시장이 ‘3·3·3’ 구도가 돼야 ‘유효경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종편 2개는 연내에 도입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펼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매체 합산 점유율과 미디어다양성 위원회 역시 허장성세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구독률에 대한 공정한 측정 없이, 시장점유율에 대한 판단 없이, 신문시장 등 매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없이 일단 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장 실태조사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신문 구독률을 시청점유율 혹은 시장점유율로 환산하는 작업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를 수행하더라도 정밀한 분석과 시장적용에의 시뮬레이션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의 신문시장은 발행부수, 판매부수, 매출액 그 어느 하나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점유율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나 데이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 개념에 조차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안의 직권상정은 백번 양보해도 부적절한 처사였다. 날치기 통과는 두말할 여지도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 후, 그들이 보인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8월 15일을 맞아 150만 명의 생계형 사면을 발표하는 등 낯설은 ‘서민행보’를 시작한 것도 그렇고,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이 이번 날치기 통과에 대한 헌재의 법적 판단이 있기도 전에 종편채널 도입을 운운하며 이미 언론악법이 통과되었음을 기정사실화하고 사회적 여론과 시각은 외면한 채 독자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그렇다. 또한 한나라당이 ‘민생’에 주력하겠다고 한 것도 결국 그들만의 언론악법을 사회의제에서 밀어내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광장을 봉쇄하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은 그들만의 통과선언과 신속한 후속작업으로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더 이상의 사회적 논의의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언론악법의 날치기 통과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정부와 한나라당 내의 논의만으로 관철되었다. 그들에겐 야당과 시민사회와 국민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었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있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언론악법을 그들이 하던 대로 일부가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사회의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논의인 민주주의를, 해 묶은 논의였던 표현의 자유를, 언론의 자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52호 > 하늘을 가리는 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명박 시대의 법치주의 (0) 2010.02.26 소모적인 ‘비정규보호법’ 논란을 넘어서 (0) 2010.02.26 다시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말하다 (0) 2010.02.26 철밥통 잔혹사 (0) 201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