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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잔혹사52호/하늘을 가리는 손 2010. 2. 26. 17:15
편집위원 박진홍
# 김포공항와 인천공항을 잇는 공항철도 전동차엔 ‘공기수송’이란 별명이 따라붙는다. 탑승객이 극히 적어 전세열차같은 쾌적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개통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영종도로 이동하기 위해선 자동차나 버스 이외의 선택지가 없어 비용부담이 컸다. 따라서 공항철도가 비용절감을 가져다 줘, 높은 수요가 예상됬지만 결과는 그 정반대였다. 계속된 영업손실이 발생하자 공항철도 운영주체인 공항철도(주)는 울며 겨자먹기로 일반열차와 직통열차의 편도가격을 기존 3200, 8200원에서 3200원으로 통일시켰다. 그럼에도 ‘공기수송’은 매년 이어져 1천억원 이상의 수혈을 받고 있다.
# 대표적인 민자투자 SOC
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 Infra인 인천공항고속도로. 방화대교-영종도를 연결하는 길이 40.2km의 고속도로로 건설당시 하루교통량을 11만 600대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인천공항 개항, 영종도 배후 관광지 개발에도 불구하고 교통량은 일 5만 200대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는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서 5년간 5,367억원을 지급했다.
이렇듯 속속 등장하는 민자 공공재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섰다. 한술 더 떠서 MB정부는 SOC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까지 ‘시장화 주사’를 주입하려 한다. 근래 민영화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인지에 대해 여론이 분분하다. 확실한 사실은, 누군가는 대국민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 혈세철도999? ‘뻥튀기와 땜빵’ 악순환 고리 끊어야
문제의 발단은 MRG(최소운용수입보장제도, Minimum Revenue Guarantee)에 있다. 민간투자사업에서 수요미달에 따른 구멍을 국민 세금으로 ‘땜빵’해주는 개념이다. 99년 정부는 기존 유치촉진법을 개정하여 SOC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만든다. 이는 사업의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 운영수입보다 적을 때 정부가 이의 80~90%까지 보전한다는 MRG를 제도화했다. 이를 계기로 ‘브레이크 없는 민자투자’사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건설회사, 물 만났다.
<건설자본의 앉아서 돈버는 방법을 소개한다>
스텝 원! 일단 공사비를 ‘뻥튀기’시켜라! 건설사들이 원하는 만큼! 그렇게 공사비의 30~40%정도를 부풀린다.
스템 투! 수요예측조사를 내 것으로 만들어라! 수요예측조사는 사용료, 건설보조금, MRG의 기초자료가 되므로 수요예측은 민자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공사비를 제하고 남은 금액을 고려해서 잘 짜맞추자! 가끔씩 무리를 해도 좋다. 공항철도는 수요예측시 일 16만명 가량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수요는 일 1만5천명도 안된다.
스텝 쓰리! 민간투자법에 해당되지 않는 사업이라면 억지로 끼워 넣기! 실제로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계약을 개정하여 MRG 혜택을 보고 있다.
스텝 포! 파리날리는 요금소에 앉아서 수입을 보장받는다! ‘참~ 쉽죠잉?’
우리나라의 고속국도는 한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를 반증하듯 여객, 화물수송의 도로교통 의존율은 87%가량으로 일본(62%)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다.
통계청 - 국가통계포털 중. 06년 여객 (9,014,747천명), 화물 (529,278천톤) 이런 실상에서 전국 민자도로 1000km 돌파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진다. 이미 수도권에만 우면산터널, 서울-춘천간, 평택-시흥간, 안양-성남간,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등이 완공됬거나 건설 중이다. 이들의 공통적 문제점은 비싼 요금이다. 경춘고속도로는 5,900원, 인천공항고속도로는 7400원(편도, 소형기준)으로 이용자들의 부담이 크다. 그러나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도로 인근 주민들이다. 대표적으로 서울로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영종도주민 입장으로선 신공항하이웨이(주)는 ‘공룡’으로 군림한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면 기본 14,000원 가량이 드는 셈이다. 즉 일년에만 평균적으로 약 400만원을 출퇴근비로 쓰게 된다. (인천공항 고속도로 요금은 한국도로공사 요금보다 4배가량 비싸다.) 이런 황당한 ‘삥뜯기’에 반발해 주민들은 헌법소원과 물리적 저항까지 감행했지만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비단 도로 뿐만이 아니다. 이미 정부는 MRG에 따라 공항철도에 07년 1,040억 원, 08년 1,666억원을 국고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했다. 앞으로 30년간 지급될 국고보조금은 약 14조 원에 달한다. 결국 야3당·참여연대·경실련·운수노조로 구성된 ‘인천공항철도 부실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 대책위원회’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감사, 국민서명에 돌입했다. 지난 7월 24일 수익형 민자사업(BTO)
Build Transfer Operation. SOC를 민간자금으로 건설하여 소유권을 정부로 이전시킨다. 민간사업자가 사용료를 징수하여 투자비를 회수하는 운영구조. 서울지하철 9호선은 30년 후 서울시 소유가 된다.방식으로 1단계 개통된 서울지하철 9호선에 이어 같은 운영방식으로 운영될 신분당선도 한창 공사중이다. 이미 메트로9(주)는 지하철9호선의 요금을 1,300원으로 제시했지만 수도권 통합요금제를 관철하려는 서울시에 한발 양보했다. 개통 후에도 언제나 인상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여서 잠재적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민자 유치 사업에 대해 정부가 최소 수입을 장기간 보장해주는 제도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진풍경이다. 06년 정부는 민간이 제안한 민자사업에 대해선 운영 수입을 보장하지 않기로 했지만 MB정부들어 옛말이 될 위기에 처했다. 기획재정부는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금융권의 민자 SOC시설에 대한 참여를 북돋기 위해 MRG를 민간제안사업에도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MB정부 출범 이후 관료와 건설자본간 유착에 의심의 눈초리를 겨누고 있다. 최소 조 단위의 민자사업에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단독 응찰,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값은 값대로 비싸고 재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세금에서 충당된다. 서민 잔혹사가 따로 없다. SOC는 정부가 독점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원론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는 시점이다.
- ‘잃어버린 10년’에도 공기업 민영화 광풍
한국 공기업 및 공기업의 민영화는 70년대 초 박정희정부 시절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근래와 달리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시기 공기업 민영화는 시장화가 아니라 정경유착 관계에서의 재벌지원 목적으로 이뤄졌다는데 특징이 있다. 물론 정치적 목적을 염두하기도 했지만 국가주도 경제발전 전략에 기인한 사실에 비춰볼 때 그 비중은 크지 않았다. 본격적인 시장화 모습을 띤 시점은 YS정부의 OECD가입과 금융구제를 계기로 본격화된다. 강요된 ‘민영화 가이드라인’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DJ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워싱턴 컨센서스
Washington Consensus. International Monetary Fund, U.S. Treasury,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의 정책기조를 지칭한다. (긴축재정·SOC공공지출삭감·외환시장개방·시장자율금리·변동환율제·무역자유화·외국인직접투자자유화·탈규제·기간산업민영화·지적재산권보호)를 정책기조로 삼는다. 그 일환으로 ‘제1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을 마련해 <포항제철>·<한국중공업>등 5개사를 완전히 민영화했고 <한국전기통신공사>·<대한송유관공사>등 6개사를 단계적 민영화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2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 계획’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외국자본에 의해 강압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었기에 민영화 논의의 폭과 깊이가 매우 심도있게 이뤄졌다.
참여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은 고착상태에 빠진다. DJ정부때 논의된 <한국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 계획이나 <토공>과 <주공>간 통합 논의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점차 공기업개혁이 차질을 빚자 공기업과 자회사의 방만한 경영이 도마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낙하산으로 불린 <코레일>의 이철, <한국조폐공사>의 이해성 사장 등) 이에 따라 정부는 공기업 운영구조 개편에 노력을 기울인다. 03년 경영감독과 통제를 위해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정산법)을 시행하여 공공기관운영법을 이행하게 된다. 공공기관운영법 일부 조항에는 공기업 노조나 관련 시민단체의 경영간섭을 허용하는 민주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나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된다. 참여정부의 공기업 개혁에 제동이 걸리면서 나타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MB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선진화과정에도 포함되 있는 중복·유사기능 조정은 당시에도 제기된 주장이었다. 10여년간 유보에 유보를 거듭한 민영화계획을 MB정부가 ‘설거지’한다는 자조섞인 발언들이 여당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MB정부가 본격적으로 공기업을 수술대에 올리고 있어 ‘민영화의 전도사’로 불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잃어버린 10년’간 꾸준히 이어진 시장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 MB정부 ‘민영화 광풍’, 도를 넘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 입각하여 볼 때 공공부문은 만성적인 낭비와 비효율, 부실경영의 대표 아이콘이다. 가장 큰 요인으로 공기업의 경영자는 소유자가 아니므로 경영목표에 대한 모티브가 없으며 운영에 문외한 인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경영자 경질의 위협도 없고 공기업의 지위를 법률로 보장하고 있어 저질의 재화와 용역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 한국처럼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단계에서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글로벌 스텐더드라는 점도 강조한다. 공기업을 운영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기업 운영과 경제성장간에 반비례관계가 성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으로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영화는 포괄적이고 상시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심지어 공공재인 행정, 치안, 법률서비스도 민간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공급이 가능하고 교육, 가스, 부동산, 철도부문도 민간이 더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민영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변한다. 즉, 소비자 후생이나 생산자 이윤이 공기업보다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김현숙 숭실대 교수. 2008 한국공기업학회 (대한민국 정책포털 중) 공공부문에 시장의 자율과 창의를 발휘시키는 민영화가 유일한 경도(徑道)라는 시각은 한나라당의 경제철학과 그대로 부합한다.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으로 ‘공공부문 관련 세출예산 10%축소’, ‘공기업 민영화 및 민자사업확대’를 내걸었다. 이윽고 새정부 출범 직후부터 공기업 민영화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한다. 가장먼저 <산은>을 단계적 민영화시켜 산은 지주회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발표된다.
2010년 정부지분 51%를 매각하여 민영화. 기타 공적 업무는 49% 현물출자를 통해 한국개발펀드 조성. 08, 04. 10 금융위원회 이어서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곽승준은 ‘공공기관 개혁 4대 원칙’ 1. 공공기관 민영화에 있어 네거티브 원칙 적용(민간우선) 2. 1의 원칙은 596개 모든 공공기관까지 적용한다. 3. 공기업 개혁은 산업선진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한다. 4. 공공성이 인정되어 존치하는 기관도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08. 04. 29 청와대을 발표하며 공공기관개혁자문회의까지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순항을 거듭하던 ‘민영화호’는 국민적 저항에 의해 제동이 걸린다. 한미간 소고기협정으로 촉발된 촛불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타올라 대운하, 수도·전기·가스 및 공기업 민영화 저지, MB노믹스 및 국정기조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결국 청와대는 곽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내각쇄신, 공공재 민영화 논의 중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지자 바로 뒷통수를 쳤다. 바로 그 걸작이 국회 공기업특위가 만들어 낸 공기업선진화방안이다.(08. 08. 11) 1차 선진화방안은 크게 <산은>민영화, 공적자금 투입기업 매각, <인천국제공항공사>지분매각을 담고 있다. 1차 공기업선진화 방안만의 특징으로는 촛불민심이 일부 반영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민 권익을 위한다기보단 기업편향적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에 따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차 선진화방안(08. 08. 26)은 민영화보다 부처간 중복기능 조정, 통폐합에 주안점을 뒀다. 유일하게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공항 중 경영효율성 제고가 필요한 일부 공항의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것 뿐이다. 3차 선진화방안(08. 10. 10)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하며 <안산도시개발>등을 완전 민영화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또 <한국전력기술>등 <한전>자회사 지분도 40%를 민간에 매각키로 결정했으며 천연가스 수입과 도매시장에도 2010년부터 민간의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미디어 부문에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광고 대행 분야에도 민간경쟁이 가능해졌다. 세차례에 걸친 선진화방안을 통해 올해 매각될 기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대한주택보증>등 9개로 좁혀졌다. <산은>과 <기은>및 5개 자회사 또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토공>과 <주공>은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일정, 기능정립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선진화가 경제선진화를 위한 선행과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한다.
이하 선진화방안 내용은 대한민국 정책포털의 내용을 정리, 서술한 것임. 과거 공공부문은 민간역량이 부족했던 시기 정부주도형 체제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아왔으나 근래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지고 시장의 감시체제에서도 벗어나있어 경영효율성 제고와 방만경영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기업간의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가 발생하며, 일부 임직원 최고연봉이 약 1억원에 육박하지만 (평균연봉 5,340만원) 1인당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극히 낮아 도덕적 해이수준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 ‘신이 내린 직장’답게 수당, 출장비, 성과급, 인원, 휴가 등 모든 부문에서 집단 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신용보증기금>의 채용서류 조작, <한국전력공사>의 가족수당, 시간외수당 불법지급 등. 감사원 09. 05 공기업 전체 임직원 수는 03년~07년(25만 9000명)간 6만 6000여명이 늘었고 공기업 부채액은 31조원 늘어났지만 당기순이익은 31조에서 17조로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지만 이전 정부는 이해당사자들의 반발 및 정치적 여건에 발목이 잡혀 계획이 축소되거나 아예 논의가 중단되어 경제전체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국가 성장잠재력마저 좀먹는 공기업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MB정부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정책기조를 뼈대로 <공기업선진화 4대 원칙과 방향> 1. 작은 정부, 큰 시장 원칙. 민간이 수행 가능하고 정부의 영역이 과도한 분야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민간에 이양한다. 2. 선진화는 국민부담을 줄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민영화가 가격인상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추진하며 공공기관에 투입되는 지원을 절감함으로써 국민의 세부담을 낮춘다. 3. 고용 불안이 없도록 한다. 민영화 대상기관은 고용승계 원칙을 통해 일정기간 고용을 보장하며통폐합 대상기관도 자연감소 등을 활용한다. 4. 공기업 선진화는 해당 기업의 노조, 이해관계자 등 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진한다. ▶ 이러한 원칙 하에 총 30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연구검토, 민영화, 통폐합, 기능재조정,경영효율화 등 4가지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하며 전기, 가스, 수도, 건강보험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한다. 아울러 공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모든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확정한다.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끊이지 않는 우려 때문인지 정부는 별도의 첨부자료를 통해 ‘오해’불식에 나선다. 공기업 민영화는 선진화의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며 민영화 외에도 중복된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을 통폐합하거나 설립목적을 달성한 기관의 기능을 조정, 모든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효율화를 시행할 것임을 피력한다. 그러나 정부가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할 공공기관까지 민영화 한다는 것은 오해이며 전기·가스·수도·의료보험을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재차 강조한다. 둘째로 민영화 후에 요금이 치솟고 서민생활이 어려워진다는 일각의 괴담은 근거가 없다고 항변한다. 정부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논리에 의거해 무분별한 가격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도 민영화 대상기업은 이미 시장에 참여하여 민간과 경쟁하고 있거나 경쟁가능성을 가진 기관에 한하며 규제책을 담당할 독립기구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적정한 요금을 지불하고, 정부는 세금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이 더 발전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공기업 매각이 재벌특혜·국부유출이란 우려에 각을 세운다. 이런 의혹에 대해선 이해당사자와 일반국민에게 매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중립적인 외부전문가가 참여토록 하여 특혜시비를 원천 차단한다고 한다. 넷째로 민영화 후의 고용불안정에 대해선 일정기간 고용승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강제적 해고는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 국민을 위한다는 패러독스 … 민영화만이 정답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는 공기업 네거티브론은 억측이 강하다. 공기업 경영자의 목표달성력이 민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민간기업은 경영자의 동기를부여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갖췄다.(종업원 지주제도-스톡옵션 등) 따라서 경영자는 자산가치 증식과 단기경영목표에 ‘몰빵’할 수밖에 없어 공익 추구와 부합하지 않는다. 경영실적이 저조할 경우 경질할 수 있는 편의성도 민간기업보다 공기업이 수월하다는 점도 간과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방만경영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팽배해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은 공기업의 경영에 대한 즉각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민간기업은 개인이 회계와 같은 전문자료를 모두 입수 및 분석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수반되지만 정부은 국세청이나 감사원을 통하여 ‘정기검진’을 실시하기 때문에 민간보다 쉽고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SOC뿐 아니라 수도·교육·통신·가스와 같이 국민 기본권보장을 위한 공공재는 정부가 통제해야 하는 재원들이다. 게다가 수도나 가스·전기 등의 자원들은 정부가 독점할 경우 효율성이 훨씬 높다. 민영화시 상·하수도, 가스배관, 배전 및 송전, 변압 등 생산에서 수요처에 공급되기까지 필요한 기초인프라에 막대한 중복투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많은 공기업은 이미 민간기업과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96년까지 국영기업이었던 르노자동차, <코레일>과 각종 고속버스업체간의 경쟁 등) 앞서 제기됬던 공공부문으로 인한 경제성장 저하주장은 민영화 당위성을 위해 만들어낸 ‘뻥’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수많은 유럽국가 및 타이완은 공공부문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 경제운용을 할 수 있었다. 대규모 공공기업부문이 경제안정과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부문은 예산규모로 국내총생산의 33.6%를 차지하고 있다. 총액 338조 3000억원. 대규모 국가 정책사업을 떠받치고 있는 공기업의 안정적인 재원확보로 사회적 목표(균형발전 등)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부인할 순 없다.
정부는 공기업의 부채비율·노동생산성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이는 날조된 통계자료다. 공기업과 국제, 국내기업간 재무상태을 비교했을 때 유동성·안정성·수익성 측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으며
공기업 선진화 추진의 허와 실. 공공운수연맹 32p. 기간산업의 일시적 부채를 방만경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민영화는 소비자후생, 소득재분배 효과는 미약했으나 생산자 이윤 및 생산성에 긍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7개 민영화 공기업의 국민경제적 관점의 성과 평가. 조세연구원 07. 06
MB정부 민영화정책은 투명하지도 않을뿐더러 비민주·국민무시로 점철되어 있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은 여객 운송 세계 10위·화물운송 2위로 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있다. 게다가 당기순이익·매출액·영업이익은 03년 이래로 멈추지 않고 오르고 있으며 ICAO등 국제기관에서 평가하는 경영효율, 서비스수상에서 단연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MB노믹스가 추구하는 노동유연성(약 6000여명(86%)이 파견노동자)을 통한 인건비 감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인데도 왜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민영화 대상이 되었을까? 이를 두고 민영화 과정에서 이명박 조카의 맥쿼리 금융그룹과의 편익 연루 등 각종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정부는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1차 선진화방안에 포함되있던 <산은> 민영화 논의계획에서도 이명박 측근이 결부되어 있었음이 드러남에 따라 선진화가 아니라 ‘후퇴화’란 사실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정부가 밝힌 ‘과정 공개·특혜시비 차단’이란 장밋빛 공약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지난 정부에서 여야 합의하에 통과한 공기업관련법안을 ‘깡그리’ 짓밟고 기관장의 사표를 갈취한 선례를 비춰볼 때 MB정부 민영화정책에서 상식선의 행정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다. 또 정부는 ‘신이 내린 직장, 낙하산, 방만경영’ 따위의 자극적인 용어를 취사선택하여 국민의 반발을 등에 업고 ‘효율, 선진화’로 포장된 민영화 논리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민영화 논의의 본질은 공공성-경쟁성의 비중을 정확히 계측하여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 좀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MB정부 민영화논의는 알짜배기 공기업들을 팔아먹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MB노믹스의 본질이 시장만능주의라는 태생적 한계를 고려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1C판 녹슨삽질로 평가받는 4대강 정비사업 등 단기적 경기부양책에 투입될 막대한 세수는 필요한데, 각종 감세정책으로 나라 곳간이 텅텅 비어가자 돈 될만한 공기업을 시장에 팔아치운다는 것이다. 본래 민영화는 공공성이 낮거나 없고, 경영효율성이 부진하여 매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MB정부의 민영화는 공공재, 국가기간산업 등 닥치는대로 민영화 계획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민영화는 재정건전성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IMF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오히려 시장의 매수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공적자금을 쏟아 수익성을 키워놓지만 그러면 정작 민영화할 명분이 없어지는 모순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설상가상으로 민영화 대상을 가리기 위한 평가도 엉망으로 진행됐음이 밝혀졌다. 평가는 아이러니하게 기관이 맡아야 하는 공공사업은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수익운영상의 적합성 등 공공성과는 무관한 평가항목이 결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런 민영화 논의에서 국민권익을 위한 진정성(요금인상 규제책)은 찾아볼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대화 주장
기획재정부 발표. 07 (지난 5년간 공공기관임직원 수 연평균 7.7% 증가)도 허풍이다. 청와대는 그 일환으로 공기업 정원의 10~15%가량을 강제감축하는 계획을 확정해 보고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고, 36개 중복·유사 공기업을 통폐합해 16개로 재편하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공기업 총 정원이 3만 4천명 줄어들게 될 것” 임해종 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 실상은 이미 공기업의 정규직 인력은 90년대 말부터 20%가량 감축이 이뤄져 차츰 줄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코레일>의 공기업 진입으로 순간 증가한 적은 있지만 나머지 빈자리는 모두 비정규직이 떼우고 있다. 공공기관 재무현황 분석. 미래경영개발연구원. 96~00 (66,948 → 51,000명. 05년 철도공사 편입) 비정규직은 96년 816명에서 06년 8,891명으로 폭발적 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해야 마땅한데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고용비율은 OECD회원국 중 꼴등을 다투고 있는만큼 공공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강한 편이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 01 따라서 그만큼 현실성 있는 임금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 07 (당시 4인가족 표준생계비 50만 4천원 기준) 물론 공공기관 간부들의 터무니없이 높은 임금을 삭감하고 ‘눈먼돈’을 감시할 대책이 병행되여야 한다. 요즘은 비정규직도 아닌 청년인턴이라는 허울좋은 명목하에 청년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깎는 등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신자유주의의 ‘성지’였던 공화당의 미국, 자민당의 일본에선 시장만능에 대한 성찰과 전향적 정책기조를 확립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물론 무조건적인 反민영화 주장도 정답은 아니다. 요긴한 상황에서 적절한 기업을 민영화 하는 게 가장 이상적 선택이지만 그 과정을 관리하는데 상당한 재원이 투입되며 한번 민영화한 기업을 되돌리는데엔 몇배의 수고가 든다는 점을 정부는 까맣게 모르는 듯 하다.
-값비싼 교훈
정부는 공기업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기관에 대한 정보를 모든 국민이 쉽게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권은 관련법률을 어느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작동될 수 있도록 견고히해야 한다. 사내의 민주화, 공공성 보장을 위한 노조의 노력도 긴요하다. 실예로 철도노조가 공항철도의 국정감사를 요구하는 것처럼 노조는 공기업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국민친화적 경영환경 조성·낙하산 반대·정부의 부적절한 민영화 시도에 맞선 대투쟁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당연지사다. 우리는 이미 민자SOC와 밀어붙이기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그럼에도 ‘민영화 주사’에 ‘내성’이 생긴다면 죽 쒀서 개 주느니만 못한 꼴이 아닌가.
모든 억지논리가 “니깟놈이 뭘 알아~?”, “궁민~ 궁민~ 국밍을 위해서~!”로 귀결되는 뿌레땅뿌르국의 황망한 코미디가 우리 앞에서 실현되기 직전이다. 민자SOC과 영리병원, 아리수가 그 서막임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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