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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향한 발걸음78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6. 1. 18:03
조우진 수습위원
지금, 미얀마
2021년 2월 1일 한 미얀마 체육교사가 일상 속에서 운동하는 동영상을 찍는 중이었다. 그 순간 영상을 찍는 교사 뒤로 장갑차와 군인들이 지나간다. 미얀마에 ‘군부독재’라는 어둠이 다시 드리운 순간이었다. 그 이후 미얀마는 지옥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다시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총격을 가하고 있다. 1) 2)
미얀마 시민들, 다시 거리로 나가다
올해 2월 쿠데타 이후 군부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민주 정부 인사들을 고문하고 체포 및 가택연금 시켰다. 그러자 시민들은 일상에서 거리로 나와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고 군부를 규탄했다. 이러한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는 비단 처음이 아니다. 20~21세기는 그들의 민주화 요구의 역사와 함께한다.
미얀마의 군부 독재는 1962년 ‘네윈’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고립주의’ 외교 정책과 ‘영어교육 철폐’ 등 극단적인 정책을 선보이며 미얀마에 경제침체를 가져왔다. 이에 대응하여 1988년, 시민과 승려들은 ‘8888항쟁’을 일으키며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이러한 미얀마인들의 민주화 노력은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에 의해 좌절 되고 ‘탄쉐’라는 새로운 군부 독재자가 들어서게 된다.
탄쉐는 네윈보다 미얀마를 더욱 수렁에 빠뜨리는 ‘탐관오리 정치’를 자행했다. 탄쉐는 권력을 잡자마자 각종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국민의 삶의 질을 더욱 악화시켰다. 탄쉐 일가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는 2008년 그의 손자가 영국의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매입하려다 실패한 사건이다. 또한 이들은 국민의 혈세를 이용하여 각종 스포츠카를 구입하고 호화로운 결혼식을 진행하는 등의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3)
민주주의 실현과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
탄쉐의 부정부패와 나라를 황폐화 시키는 국정운영은 결국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와 정치적 압력을 불러왔다. 이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던 탄쉐 정권은 결국 2008년 개헌을 실시했고, 2010년에는 군부 위성 정당인 ‘UNPD’가 정권을 잡게 되었다. 그 후 2015년에 열린 총선에서 헌법 존중을 조건으로 아웅산 수치의 민주 진영인 ‘NLD’가 집권 여당이 되며 미얀마는 민주정부를 꾸리게 되었다.
그러나 미얀마가 오랜 시간 염원했던 민주 정부의 지난 5년은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였다. 군부가 민주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여전히 독자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군부의 최고사령관인 ‘민아웅 흘라잉’은 미얀마 민주 정부의 경찰 분리 법안을 무산시키고,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대학살을 주도했다.
또한 민주 정부의 시작이 된 ‘2008 개헌 헌법’도 문제가 있었다. 2008년에 실시한 개헌은 민주 정당의 정치권 진출을 가능하게 했지만, 군인의 비율을 무조건 내각에 할당하는 헌법 조항과 국방부(군부)의 권위를 인정하는 내용 등이 삽입되어 완전한 민주 정치를 이룰 수 없었다.
이렇게 반쪽짜리 민주 정부를 이어가던 2020년, 민주정부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다시 한번 집권당이 되었다. 그러자 2021년 2월, 자신들의 입지에 위기를 느낀 군부는 권력을 되찾기 위해 과거와 마찬가지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인권’은 사라진 미얀마
이후 시민들은 군부의 쿠데타에 대한 규탄과 정당한 시위를 이어나갔지만, 군부는 시민들을 향한 비인권적인 탄압으로 맞섰다. 미얀마의 인권단체 ‘정치범 지원협회(AAPP)’에서는 3월 31일을 기준으로 군부의 총격, 고문 등으로 인한 희생자가 500여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심지어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어 군부의 잔인함이 드러난다.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적인 탄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저격수를 건물 옥상에 배치해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하고 심지어 로켓 수류탄까지 시위대와 시민들에게 무차별 난사하며 학살극을 벌이고 있다. 4) 5) 6)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할 이유
이러한 반인권적인 군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려 한다’는 성명만 낼 뿐 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또한 민주 정부 시절 임명된 ‘초모툰’ 미얀마 UN 대사는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지만, 중국의 미얀마 군부 배후설과 미국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결의안’이 아닌 한 단계 낮은 ‘의장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7)
이렇게 국제사회는 반인권적 탄압과 민주화 요구를 묵인한 채 방관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달라야 한다. 현재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일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참극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1980년 5월 18일 민주화 시위를 한 시민들이 군부에 의해 학살당했으며 1987년 6월 항쟁과 같은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각종 반인권적인 탄압과 고문 등을 겪으며 민주화를 이룬 경험이 있다.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고통은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음에도 광주 항생 희생자 소송 등으로 아직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미얀마 사태를 방관하는 것은 우리가 세운 민주주의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우리의 가치를 위해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 행동해야 한다. 미얀마 군부처럼 견제하기 힘든 권력은 2008년 광우병 집회 해산, 2015년 촛불집회 대응 계엄령 발령 문건처럼 언제든 우리 사회에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전 세계의 ‘권력’에게 경고장을 보내야 한다.
미얀마 대학생들은 오늘도 시위 현장에 나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고 있다. 미얀마인들이 6.25 전쟁 때 우리를 도왔듯이 이제 우리가 그들을 도울 차례이다. #Save Myanmar
<쉐야민애 학생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쓴 편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에게.
미얀마 국민들은 지금 매일 슬픔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께서 우리의 호소를 귀담아들어 주시고 미얀마 국민들을 제발 도와주십시오.
첫째, 쿠데타 군 정권에 이익을 주는 일들을 중지해 주십시오.
둘째, 무력으로 체포된 우 윈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석방을 위해 쿠데타 정권에 강력한 압력과 제재를 가해 주십시오.
셋째, 국민의 투표로 인해 선출된 정부를 위해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쿠데타 정권의 반인도적 행위를 강력히 비난해주십시오.
그리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미얀마 국민의 노력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십시오.
우리 미얀마 국민은 한-미얀마 외교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지고 발전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와 모든 국민 여러분께서 미얀마 국민을 지지하고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TBS 김어준의 뉴스 공장) 8)
성심의 국제를 보는 시선: 미얀마와 미·중 ‘신냉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는 단순히 내부의 권력 다툼이 아닌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는 지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작성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와 관련이 있다.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의 ‘대양 진출’ 정책에 대응하여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대중국 정책의 핵심으로 인도를 주목한다. 따라서 현재 미국은 인도, 호주, 일본과 함께 쿼드를 결성하여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중국의 ‘대양 진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에는 인도뿐 아니라 최근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ASEAN)'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한데, 이 중에서도 인도양 진출의 발판이 되는 미얀마의 지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미국 미얀마에 대한 수위 높은 재제를 단행할 경우 미얀마 군부가 친중 노선을 확고히 할까 봐 확실한 재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정책을 파훼하고 전략적 우위를 누리고자 공산·사회주의 계열의 군부의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 쿠데타 지원 의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이 미얀마의 군부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중국이 현재 미얀마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들이 중국의 패권주의적 정책인 ‘일대일로’사업1]이기 때문이다. 2017년 중국은 미얀마 측에 송유관 및 가스관이 지나는 길에 각종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경제회랑(China Myanmar Economic Corridor)’을 제안했으며, 미얀마의 ‘차유프크’ 지역을 중국의 경제· 군사 항구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이러한 정책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미얀마의 쿠데타를 묵인하고 미얀마 군부 재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결국 두 나라의 패권 싸움이 미얀마 시민들이 흘린 피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9)
<각주>
1] 일대일로 사업: 일대일로란 중국 주도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경제벨트를 지칭한다. 35년 간(2014~2049)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인 현대판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해, 중국과 주변국가의 경제․무역 합작 확대의 길을 연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2017년 현재 100여 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내륙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의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다. ©다음 사전
<출처>
1) Myanmar coup: Aung San Suu Kyi detained as military seizes control ,2021.02.01.,BBC
,<https://www.bbc.com/news/world-asia-55882489>, 마지막 검색일: 2021년 3월 27일.
2) Myanmar security forces open fire on peaceful protesters in deadliest day since coup
2021.04.01.,CNN,<https://edition.cnn.com/2021/02/27/asia/myanmar-un-ambassador-fired-intl-hnk/index.html>, 마지막 검색일: 2021년 4월 4일.
3) 조용경, 『탄쉐장군, 수치여사 기운 누르려 미얀마 전국에 짯수삔 나무 심어』, 2021.03.26.,시사저널
,< https://news.v.daum.net/v/20210326140231484?x_trkm=t>, 마지막 검색일: 2021년 5월 1일.
4) 노재현, 『코로나 봉사청년, 키티 좋아하던 꼬마..미얀마 총격에 하늘로』,2021.03.29.,연합뉴스,<https://news.v.daum.net/v/20210329094857657?x_trkm=t>, 마지막 검색일: 2021년 4월 2일.
5) 김덕훈, 『미얀마군, 시민 향해 로켓수류탄까지..안보리 긴급 소집』,2021.03.31.,KBS,<https://news.v.daum.net/v/20210331100413968>, 마지막 검색일: 2021년 4월 20일
6) 김수현, 『미얀마, 희생자 500명 넘어..'외국인 엑소더스' 시작되나』,2021.03.31.,시사저널,<https://news.v.daum.net/v/20210331112906678 >, 마지막 검색일: 2021년 4월 20일.
7) 정혜경, 『미얀마 아이들 계속 숨지는데..유엔 안보리 '말뿐인 제재'』,2021.04.02.,SBS,<https://news.v.daum.net/v/20210402123304065?x_trkm=t>, 마지막 검색일: 2021년 4월 10일.
8) 류밀희, 『“미얀마 민주주의 한국에서 관심 가져달라” 편지로 절절한 호소』,2021.02.23.,TBS
,<http://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4&idx_800=3424466&seq_800=20417043>, 마지막 검색일: 2021년 3월 23일
9) 김찬호,『'안 나서나, 못 나서나' 미얀마 두고 계산 중인 국제정치 』,2021.04.03.,경향신문,<https://news.v.daum.net/v/20210403151213459>, 마지막 검색일: 2021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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