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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독서는 투병 중75.5호/뫼비우스의 띠 2020. 2. 3. 14:15
윤진영 수습위원
우리나라 사람들 얼마나 책을 읽을까?
격년마다 실시하는 통계청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독서율은 59.9%였다. 199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수치다.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지정하면서 2013년도에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50%대로 떨어지며 우리나라 독서율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독서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일과 학업이 바빠서’라고 응답했다. 직장인은 일 때문에, 대학생은 취업 준비와 스펙 쌓기 등. 오늘날의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기에 바빠 책을 손에 잡지 않는다. 한편, 과도한 스마트폰의 사용 또한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성인의 독서율과는 다르게 학생의 독서율은 91.7%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학교나 학원 숙제를 위해서, 혹은 학교 생활기록부의 독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등 책을 읽는 목적이 한정적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자율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책을 읽는 것에 가깝다. 책을 읽게 하는데 동기를 유발했던 ‘강제성’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책을 읽는 모습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책을 읽을 시간적·심리적 여유도 없고, 동기부여도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독서 실태는, 투병 중이다.
변함없는 독서 시간과 독서량의 부족
성인을 기준으로 하여 독서량에 대한 본인의 평가에서는 성별·연령·학력·소득 등에 따른 큰 차이 없이 “독서량이 부족하다”라는 평가가 59.6%로 국민의 절반 이상이 독서가 부족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독서가 부족함’이라는 체감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1년에 74.5%였던 수치는 2013년 67.0%, 2015년 64.9%, 2017년 59.6%로 꾸준히 하락세를 탔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독서량이 부족함은 물론이고, 그만큼 독서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져 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63.2%가 독서 시간의 변화가 없고, 독서 시간이 늘어났다고 대답한 비율(7.6%)보다 줄어들었다고 답하는 비율(29.2%)이 높음을 보아 우리나라 독서율은 증가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고만 있다. 발전이 없는 독서 시간과 꾸준히 줄어드는 독서량. 우리나라는 독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8 ‘책의 해’를 아시나요?
지난 2018년은 ‘책의 해’였다. 《함께 읽는 2018년 책의 해 : 무슨 책 읽어?》 표어를 앞세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함께 읽는 재미를 통해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실행하였다. 다른 사람들과 책을 읽는 소통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을 확산하자는 의미를 담고 시작한 ‘책의 해’는 ‘함께 읽기’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월 ‘책의 해’ 선포를 시작으로 하여 4월 ‘세계 책의 날’, 6월 ‘서울 국제 도서전’, 9월 ‘대한민국 독서대전’, 10월 ‘전국 도서관 대회’, 11월 ‘서점의 날’로 지정했다. 달에 한 번씩은 책과 함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다. 추가적으로 6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북 캠핑’과 ‘책의 해’ 로고를 단 책 트럭이 전국의 독자를 찾아가는 ‘이동서점, 북 트럭’이 운영됐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책과 친해지고,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2018-책의 해’였다.
책과 관련된 행사가 많았던 2018년.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이 알아보고 참여할 뿐, 대다수의 사람들은 2018년이 ‘책의 해’로 선정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캠페인이 끝나자 사이트의 서비스는 종료되어 접근이 불가능했다. 2012년 ‘독서의 해’와 2018 ‘책의 해’ 모두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도 알려지지 않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의 인식을 바꾸기에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2018년은 지나갔고, 캠페인도 막을 내렸다.
유튜브와 팟캐스트의 등장
사람들은 몇 시간을 공들여 한 권의 책을 읽지 않는다.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의 등장은 책을 읽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자극을 받으며 몇 시간이 아닌 불과 몇 분 만에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사람들은 가뜩이나 시간이 없는 마당에 시간을 투자해 책을 읽는 것보다 몇 분이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유튜브와 팟캐스트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호한다. 이제 책은 다른 책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발전한 콘텐츠들과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지 않는다고 죽는 것도,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책을 읽는다고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생활이 풍족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에 명확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침반이 되어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답해보고자 한다. 어디서나 많이 들을 법한 이야기지만 모든 것에 기본이 중요하듯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도 기본이 있다. 제시 리 베넷은 “책은 인생의 험준한 바다를 항해하는데, 도움이 되게끔 남들이 마련해 준 나침반이요, 망원경이요, 육분의요, 도표이다.”라고 말했다. 책은 우리에게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인 보상은 가져다주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며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독서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비록 하루하루가 바쁘고 고된 일상이지만 몇 시간이 아니라 단 몇 분이더라도 책 읽는 시간을 만든다면 지금보다 다른 독서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출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검색일 2020년 1월 5일
“‘피로 사회, 스마트폰’에 독서율 추락, 날개 있을까?”, 조은정 기자, 노컷뉴스, 기사 작성일 2018년 2월 5일, 검색일 2019년 12월 29일
“‘책의 해’ 개막...SNS·서점·도서관 1년 내내 풍성한 독서축제”, 이웅 기자, 연합뉴스, 기사 작성일 2018년 3월 22일, 검색일 2019년 12월 29일
“#무슨 책 읽어? #2018년# 책의 해”-대한민국 정부 대표 블로그, 작성일 2018년 4월 12일, 검색일 2019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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