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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스카라는 토끼에 의해 만들어졌다72호/뫼비우스의 띠 2018. 6. 2. 14:10
나의 마스카라는 토끼에 의해 만들어졌다
김정민 편집위원 dajang77@catholic.ac.kr
사진 김정민
필자의 화장품들입니다.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부터 시작해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등등.. 엄청 많죠? 왜 갑자기 화장품들을 보여주냐구요? 뷰티 제품 리뷰나구요?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당신의 화장품뒤에 숨겨진 비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오늘 외출하기 전 어떤 화장품을 바르셨나요? 적어도 스킨이나 선크림같은 기초화장품 하나라도 바르셨을 겁니다. 화장품은 이제 우리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동물들이 실험대상이 된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보통은 색조화장품을 많이 생각하지만 여기서는 기초화장품류 등 전반적으로 다루려한다.)
동물실험?
우선 동물실험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동물실험은 약품이나 화장품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말합니다. 동물실험이 이용되는 분야는 무수히 많습니다. 연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에서 상품개발을 위해 사용됩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동물실험뿐만 아니라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사육장과 실험시설에 대해 논란이 되자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지만 이는 농장동물이나 실험동물에 관한 내용을 거의 담고 있지 않고, 시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비점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하여 2011년 5월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그 후 여러과정을 걸쳐 대안을 마련하였으며, 이 대안이 2012년 2월 5일부터 발효·시행 되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23조에서는 ‘실험동물의 보호를 위하여 동물실험은 인류의 복지와 증진과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하여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하면서 ‘동물실험의 3R규칙’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3R은 Replacement(대체방법 강구), Reduction(실험동물사용수의 축소), Refinement(고통 최소화)를 말합니다. 하지만 익명의 전문가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3R규칙은 동물들의 우선적인 입장을 고려한 것 보다는 연구자나 연구환경을 고려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3R규칙이 아무리 잘 지켜지고 있다해도 동물이 실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동물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여러 규칙들을 만들지만 정작 동물을 대체할 다른 방법을 왜 적극 강구하지 않는 것일까요? 1
사실 동물실험으로 나타난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1960년대 밝혀졌습니다. 1957년 임산부들의 입덧을 방지하기 위해 ‘탈리도마이드’를 한 제약회사가 개발했습니다. 회사는 쥐에 대한 임상실험을 걸치고 약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시중에 내놓았죠. 그러나 이 약을 먹고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기형아들이 출생하게 됩니다. 1962년에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제약회사는 다시 개, 고양이, 닭, 햄스터 등에 동물실험을 다시 실시했으나 동물들에게는 어떠한 부작용도 나타났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직 인간에게만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죠. 2
화장품 동물실험의 실태
얼마 전 인터넷상에서 ‘충격적인 화장품 동물실험’과 관련된 게시물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장품의 기능을 실험하기 위한 동물실험의 충격적인 사실과 실태를 보여주는 모습이 실린 내용입니다. 사진을 보고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대신 간략히 설명하고자합니다. 화장품 제품과 원료 테스트에 많이 사용되는 동물은 마우스, 기니피그, 토끼입니다. 주로 사용되는 실험의 종류는 피부 자극시험, 피부 독성시험, 안구자극시험 등이 있습니다. 털을 민 동물의 피부에 시험물질을 발라서 이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강제로 구강투여 또는 안구에 약물을 투여하기도 합니다. 이 결과 시험 대상 동물은 피부염증, 궤양, 출혈, 경련, 실명, 발작 등을 겪으며, 실험결과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 진통제 또는 진정제는 주어지지 않으며 시험 종료 후 동물은 안락사에 이르기도 합니다. 토끼의 경우는 눈물의 양도 적고 눈 깜빡거림도 거의 없어 토끼의 눈 점막을 이용하여 화학물질의 자극성을 평가하는 ‘드레이즈 테스트’에 많이 이용됩니다. 마스카라를 실험하기 위해 토끼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키고 마스카라를 토끼의 눈썹에 수백 번 칠하는데 이 과정에서 토끼의 눈이 충혈되는 것은 기본이고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목이 부러져 사망하기도 합니다. 실제 토끼가 고통받는 영상을 본다면, 마스카라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당장 가져다가 버리시고 싶으실 겁니다. 3토끼들은 실험을 위해 고정당한다
사진 The 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
이렇게 심각한 동물실험의 실태를 막고자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벌여지고 있습니다. 2009년 EU(유럽연합)은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전면금지했으며 2013년부터는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관련화장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17 2월부터 시중에 유통되는 화장품의 경우 동물실험을 거치는 것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험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실험용 인공피부가 개발되면서 반대운동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최태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올해 사람의 표피·진피·혈관 등 실제 피부와 겉과 속이 유사한 마이크로칩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4
그런데도 동물실험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되고 있습니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자 한계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중국으로 수출되는 화장품의 경우 중국 측에서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자국 내의 브랜드에 대해 동물실험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타국 브랜드가 중국 현지에 수출을 할 경우에는 동물실험이 필수적인 아이러니한 점이 존재합니다. 현재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대부분 화장품 브랜드, 아니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은 중국에 물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무리 자국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에 수출되는 제품들은 동물실험을 거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충돌점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모든 화장품 브랜드의 중국 수출을 막아야 하냐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 당국이 이러한 동물실험 요구조건을 없애는 것입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전면금지하는 지금 시점에서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화장품 브랜드들의 중국 수출을 다 막아야 하는 것일까요? 모두 다 아는 사실입니다만 기업의 존재이유는 바로 이윤추구입니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자본주의사회와 생명윤리개념간의 충돌이 발생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련 단체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출을 중단해야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않는 동물실험을 하고 중국시장에서 이익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5사실 이 글에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윤리적 소비’를 하는 자세입니다. 중국시장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기업의 제품말고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고 가격이 기존 브랜드들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긴 하지만요. 그리고 단순히 동물실험을 마지막 단계에 하지 않더라하더라도 동물성원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내가 사는 물건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조금이나마 동물들이 받는 고통을 줄여주고 언젠가는 동물실험이 아예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사소한 날개짓이 큰 폭풍을 몰고오는 나비효과처럼 말이죠.
- 2017년도 상반기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위촉대상자 교육 교재, 농림축산검역본부, 2017.05, p.3 [본문으로]
- 지식채널 e(396회)-동물실험, EBS, 2008.02.11 토끼들은 실험을 위해 고정당한다. [본문으로]
- 화장품 동물실험, 소비자만이 엄출 수 있다. - 윤리적 소비운동,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2014.07.23 [본문으로]
- “동물 실험을 반대합니다” 착한 회사는 어디?, 2017.04.16., 매일경제 [본문으로]
-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전체 화장품 수출액 36억 2000만 달러(4조1000억원) 중 중국 수출은 13억4000만 달러로 37%를 차지했다. (‘보건산업 2017년 3분기 통계 및 2017~2018년 전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7.12.0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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