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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비건 식샤를 합시다-오랜지 파티72호/뫼비우스의 띠 2018. 5. 31. 10:11
맛있는 비건 식샤를 합시다
오랜지 파티
안녕하세요. 저희는 가톨릭대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오랜지 파티입니다. 본 글을 통해 학교 근처에서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비건 음식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페미니즘 소모임인데 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저희는 주로 페미니즘에 대한 책, 영화, 강연 등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하지만 종차별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혐오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의 차별과 혐오에도 반대합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들을 생각해보면 대부분 동물성 성분이 들어갑니다. 가장 많이 먹는 돼지, 닭, 소와 같은 포유동물부터 물고기, 조개와 같은 바다동물, 소젖(우유), 닭알(달걀), 벌이 만드는 꿀까지 모두 동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을 먹지 않고 일상에서 동물의 사체를 사용하거나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 등 비인간 동물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태도와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을 비건(vegan)이라고 하고, 이러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비거니즘(veganism)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구제역이 발생해 수많은 돼지들이 살처분 당했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은 물론 잘된 일이지만 사실 이 돼지들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죽임을 당했어야할 동물들입니다. 우리는 왜 그동안 동물이 잡아먹히기 위해 태어나고 자라서 죽게 된다는 걸 모르지 않았음에도 분노하지 않았을까요?
이는 인간이 육식주의를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살코기들이 모두 살아있던 동물로부터 온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른 척하고 동물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비인간 동물이 아닌 인간종이기 때문이고, 인간중심주의 사회에서 다른 생명이 죽기위해 태어났음을 당연하게 여기기를 강요당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중심적인 사회에서 육식주의는 살아 움직이던 돼지와 당장 식탁에 올라온 고소한 삼겹살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놓고 지금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를 멈추게 합니다.
이는 분명히 페미니즘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아주 옛날부터 남성은 능동적으로 뭔가를 생산하는 등의 공적인 일을 해왔고, 여성은 아이를 돌보고 요리를 하는 등 주로 사적인 영역에서 일했습니다. ‘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여성의 돌봄 노동과 가사노동은 남성의 노동만큼 인정받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동물도 아주 예전부터 잡아먹혀왔습니다. 인종차별과 노예 제도 또한 예전부터 있었고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아동에 대한 무지와 혐오도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이 예전부터 있어온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서 정당화될 수 없듯이 동물 또한 인간 종으로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죽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옆의 지도에는 학교 근처에서 동물을 죽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처음부터 비건식인 음식이 많지 않아서 조리해주시는 분께 동물성 성분을 빼달라고 부탁을 드려야 하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덜 폭력적인 식사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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