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주년 기념관과 우리가 지켜야하는 것들51호/가대in 2010. 2. 18. 20:11
편집위원 Blackflag
사라지고, 그 위에 다시 만들다
옆동네 서울은 요즘 시끄럽다. 토건회사 CEO 출신 시장의 뒤를 이은 ‘환경변호사’ 출신 시장님께서 서울을 ‘디자인’한다 하셨기 때문이다. 80년이 넘은 운동장이 헐리고, 서구의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공원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일제시대부터 서울을 바라보던 서울시청 건물이 기둥만 남고, 휘황찬란한 모습의 새로운 서울시청 건물이 생길 것이다. 도심지에서도 낮고 오래된 건물들은 점점 사라지고, 높고 화려한 건물들이 들어설 것이다. 옹기종기 붙어있던 주택들은 ‘뉴타운’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숲으로 변해갈 것이며, 옛추억을 함께 나누던 가게들도 높디높은 건물로 변해갈 것이다. 사라지는 추억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속에 살아가던 사람들이다. 바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에도 몇 년 전까지 허름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입구에는 친절히 고 정주영 회장이 지었다는 현판이 붙어 있었고, 복잡한 내부 때문에 미로 같았던 생활과학부의 터전. 말없이 서있던 마네킹 때문에 조금 무섭기는 했어도, 그 앞으로 흩날리는 벚꽃이 아름다웠던, 이제는 그런 기억만 남은 사이언스관이 있었다. 그 허름했던 곳이 있던 자리에 150주년 기념관이라는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이 들어선다고 한다.
150주년 기념관은 기숙사, 연구실, 강의실 외 여러 공간으로 이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건물이 헐리고, 건축공사가 시작되고 건물이 올라가는 와중에도 이 건물에 대한 계획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어떻게 될 것이라는 소문만이 있을 뿐이다. 미카엘관이 만들어질 때도 비슷했다. 당장 건물이 올라가는 중에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확실한 계획을 알지 못했다. 막연히 교수연구실과 행정기구가 들어간다는 것 밖에는 알 수 없었다. 150주년 기념관 건립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일이기에 더욱 중요하지만 확실히 알려진 계획은 없다. 다만 확실한 건 학생들이 그 자신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문제에서 배제되었다는 것 뿐이다.
기숙사와 대학생주거
150주년 기념관에 대해 확실한 한가지는 ‘기숙사’가 새로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운영되던 기숙사는 성심교정 7,500명 중 겨우 240명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기숙사 수용률이 3.8%에 불과하여 많은 원거리 주거 학생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했다. 여기에 4인1실의 좁은 공간, 기숙사 식당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와 더불어 음악과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어졌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음악과 수업이 가능한 콘서트홀을 지었음에도 안에서 기숙사생이 쉬고 있든 말든 기숙사에서는 피아노를 치며 음악 수업을 했다. 기숙생들의 불만에는 원래 음악과 수업이 있었던 곳이라는 대답과 함께. 기숙사의 현실이 이렇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새롭게 들어서는 기숙사가 반갑지 않겠는가.
새로 들어서는 기숙사는 1,2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전체 재학생 대비 수용률은 16.1%가 되어 전에 비해 5배 가량 높아졌지만 아래 표에서 나타나듯이 사립대학 평균치인 28.4%에 크게 못미치며, 전국 대학의 평균치인 27.0%에도 부족한 실정이다. 다른 대학들과 비교하여 수용률이 낮을지라도 과거에 비해서 기숙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며, 이는 박수 받아야 할 일이다. 거기에 새로 들어오는 기숙사는 식당이 함께 입주한다고 하니, 밥을 먹기 위해서 학생회관으로 내려가야 했던 불편함은 해소될 것이라 생각된다.
2008년 전국 대학별 기숙사 수용현황
구 분
재학생(명)
수용인원(명)
수용률(%)
기숙사비(원)
총계(국공립포함)
1,758,151
224,999
27.0
536,000
사립대 계
1,185,148
165,614
28.4
497,000
성심교정(현재)
7,447
280
3.8
280,000
성심교정(신축 후)
7,447
1,200
16.1
?
대학알리미(http://www.academyinfo.go.kr) 참조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기숙사 비용이 ‘대폭’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다. 다른 대학에서도 새롭게 지어지는 기숙사들의 경우 원룸이나 고시원 가격에 근접할 만큼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톨릭대학교도 이에 발맞춰 높은 액수의 기숙사비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더불어 새로운 기획처장은 가톨릭대의 국제화를 위해 기숙사를 호텔식 영어 기숙사로 만들겠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일정기간 동안 영어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사회속에 ‘삼투(滲透)’하는 상아탑 될 것', 가톨릭대학보 제190호 고 한다. 이 계획은 학교가 기숙사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이 사는데 있어서, ‘집’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잠을 자고, 몸을 씻고, 밥을 먹는, 이러한 행위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주거공간’이다. 주거는 인간다운 삶의 기본이 되는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데, 헌법에서도 ‘국가는 …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주거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는 학생이라 하여 예외될 수 없을 것이다.
가톨릭대에도 지방에 집을 두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자취나 기숙사를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과 통학하기에 어려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장거리 통학을 하여야 하는 학생들이 있다. 여기에 하숙집, 원룸, 고시원은 점점 더 비싸져만 가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더 먼 곳으로, 더 열악한 곳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쾌적한 주거생활’이 보장되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숙사는 여유있는 학생들이 단순 편의를 위해 이용하는 휴게실이나 모텔이 아니며, 학교발전을 위해 학생들을 단련하는 기숙학원과 같은 곳은 더더욱 아니다. 기숙사는 앞서 보았듯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기본을 위해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주거공간이 되어야 한다.
자치공간의 운명은?
150 주년 기념관이 들어서면서 불확실해진 한가지는 ‘자치공간의 운명’이다. 한때 학교측은 학생회관에 있는 동아리방과 과방들을 모두 현재 기숙사인 성심관 자리로 옮기려고 했었다. 이에 대해 중앙위원회는 반대의사를 표했고, 학교는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현재 자치공간인 동아리방과 과방은 니콜스관 4층, 5층과 비루투스관, 그리고 학생회관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니콜스관 5층은 학생회관 시설부족을 이유로 임시로 만든 가건물이다. 임시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벌써 10년이 넘게 방치되고 있었으나, 150주년 기념관이 완공하면 철거될 것이라 한다. 이보다는 조금 낫다고 할만한 니콜스관 4층의 자치공간은 학내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니콜스관 4층 출입구 통로에 있어 쉽사리 이용할 수 없게 만든다. 지나가는 사람들에 밀려 동아리방 앞에서 고민할 시간조차 없는 것이다. 그나마 학생회관은 니콜스관 4, 5층에 비하여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렇다보니 몇 년 주기로 과방과 동아리방의 위치를 바꿔가며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 건물 모두 자치공간이 너무나 협소해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처음의 계획대로 동아리방과 과방들이 모두 성심관으로 옮겨졌다고 생각해보자. 앞서 본 공간의 협소함과 열악함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치공간에게 큰 어려움을 줄 것이고, 특히나 동아리들이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현재 동아리들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학생들이 개별화되고 과거의 대학문화가 사라지면서 대학이 취업학원화 되었고, 동아리를 자기 시간 뺏기는 일 정도로 치부해버리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동아리원을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리방이 학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심과으로 옮긴다면 누가 쉽게 동아리방에 들를 수 있고, 부담없이 동아리 활동을 하겠는가. 더불어 학생회관처럼 식당과 서점, 잡화점 등 편의시설이 있고, 공강시간에 들렀다 다시 수업에 들어가기 편한 곳에 있음에도 운영이 어려운 동아리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새내기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과 거리도 멀며, 식당과 거리가 멀어 밥 한번 얻어먹기 힘든 곳까지 올라오는 수고를 하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동아리 운영의 어려움을 주는 것을 지나치고 서라도, 과연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쫓아낸 학생회관이 과연 ‘학생회관’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을까. 지금도 학생회관에서 학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외부인들의 연수나, 종교행사에 이용되는 성심연수원이 왜 학생회관에 있어야 할까. 교수연구실과 학교행정기구들은 전부 교수연구동과 본관에 있는데 왜 이 분들이 이용하는 식당은 학생회관에 있어야 하는 걸까. 더불어 학생들의 자치가 있어야 할 공간에 학생들을 소비자로 한정지우는 상업시설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학교측이 학생회관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보다 당장의 이익을 줄 수 있는 상업시설을 더 중요시 한다는 것 아닐까.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들
처음 얘기했던 서울시의 변화들은 서울시를 ‘디자인’의 도시로 화려하게 보이도록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변화 속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삶 자체를 빼앗기고, 추억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변화는 폭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150주년 기념관이 들어서면서 가톨릭대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 이면에도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숙사는 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공간이 아닌, 영어 공부를 위한 기숙학원이 될 것이며 그 비용을 학생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또 동아리방을 비롯한 학생 자치공간은 학생회관에서 외진 건물로 쫓겨날 상황에 직면해있다. 학생들의 주거공간과 자치공간이 모두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학생’은 자신들의 대학생활 터전을 빼앗기는 계획과 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일구어 왔고, 일구어 나갈 대학생활의 터전이다. 지금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한걸음 내딛어야할 때이다.'51호 > 가대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 내 상업시설, 무엇이 문제인가. (0) 2010.02.18 수업파는 장돌뱅이, 시간강사 (0) 2010.02.18 가톨릭대학교의 장학금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 2010.02.18 제22대 총학생회, 희망집합체의 시작을 살펴봅시다 (0) 201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