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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파는 장돌뱅이, 시간강사51호/가대in 2010. 2. 18. 20:05
수습위원 날개
“엄 밀히 말하면 1977년 이후 대졸자들이 받은 학위증은 모두 가짭니다. 왜냐구요? 교원이 아닌 강사들에게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아 졸업했으니까요.” 김동애씨에겐 570일간의 지루한 싸움에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07년 9월 7일~) 무엇이 김영곤, 김동애 부부를 거리로 나서게 했을까? 또 헌법재판소, 교육과학기술부, 대학들도 강사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모른체하는 이유는 또 뭔가. ‘대학가의 보따리장수’, 시간강사. 그 불편한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되풀이되는 착취의 역사, 고통
강 사는 한국 현대사의 굴레에서 태어나 천민자본이 키운 산물이다. 32년전인 1977년, 박정희는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의 범주를 전임교수와 강사로 이원화시켰다. 이는 파시즘의 시대에서 저항의식을 가진 지식인의 밥줄을 노린 정략적 의도였다. 이로써 대학-전임교수-강사-학생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위계질서가 형성되었다. 이후 집권한 전두환은 이 체계를 더욱 단단히 굳히고 악화시켰다. 김영곤씨는 이 문제가 정치경제학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졸업정원제(졸업정원에서 일률적으로 30%를 가산한 수로 학생을 모집)를 시행하면 필연적으로 교수 수요가 늘어나게 되겠죠. 당연히 대학은 재정 부담이 늘어났겠지만 정부는 강사 3명을 사용하면 전임(교수)1명으로 쳐주기도 했구요. 김영삼 정부는 비정규교수 9시간 강의도 전임 1명으로 인정했었습니다. 이러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느 대학에서 전임을 채용하겠냐구요. 이건 유신정권 비호아래 계속되고 있는 일종의 정부폭력입니다.”
2003 년 전국 4년제대학의 강사 수는 55,095명이었다. 2008년에는 17,324명이나 증가한 72,419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임교수보다 무려 13,600명이나 많은 수치다. 실제로 강사를 포함한 강의전담교수, 비정년트랙교수, 겸임교수, 대우교수, 초빙교수와 같이 ‘이름만 있어 보이는’ 비정규 교수를 모두 포함하면 13만 5천명이나 된다. 강사는 전체강의의 33.8~65.5%를 담당할 만큼 대학 사회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전국 4년제 대학 시간강사 실태분석 이주호. 2006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제도과 08.09.11
<경제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다년간 시간강사로 버티기는 불가능하고, 강의교수로 지내면서 임용에 필요한 정도의 논문을 쓰기는 사실상 거의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08. 03. 27 故 한경선씨 유서 中
강 사는 강의를 준비하거나 평가하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당 강의료만 지급받는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근근히 연명하는 실정이다. 사립대 시간강사의 월 평균 강의료 81만원은 3인가구 최저생계비(1,026,603 만원)보다 21만원이나 적다. 이는 08년 기준 월 최저임금인 85만 2020원과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대다수 강사들은 타업종 비정규직 임금(정규직의 50%가량)보다도 적은 금액을 지급받는다.
※연봉추정액 : 주당 평균 9시간×30주×단가(천원)
표 2)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제도과 08.09.11
구분
구분
전임교수
평균연봉
시간강사평균연봉
단가
연봉추정액
2008
국립
45,215
43
11,610
사립
40,441
36
9,720
평균
41,238
37
9,990
전임교수와 강사 평균연봉을 비교해 봤을 때 강사가 주당 9시간 근무해도 전임교수의 연봉이 약 4배 많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강 사에 대한 대학의 부당한 처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7년 4월 대법원은 근로복지공단에 ‘대학이 강사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도록 명령’하였다. 53개 대학은 판결에 불복하여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은 ‘대학강사는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상의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누릴수가 있다며 모두 기각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국공립, 사립대에서는 강사에게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의 4대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강사는 도서관에서의 대출이나 주차장 이용에 있어서도 차별대우를 받는다. 김동애씨는 “휴게실도 문젭니다. 요즘은 많이 생겼다지만 없는 곳도 많아요. 어떤 곳은 전임과 강사가 같이 쓰는 경우가 있는데 거기 들어가고 싶을까요? 또 학생들도 다 압니다. ‘저 사람은 강사야‥’하면서 무례하게 대하고 신뢰하지 못해요. 성적관련 문의로 전화를 받고나면 환멸과 모멸감이 밀려옵니다.”며 고충을 지적했다. 게다가 강사는 금전·심리적인 어려움에 더해 불투명한 미래도 짊어져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제도과 08.09.11
구분
계약기간
6개월이내
1년
1년이상
미상
계
2008
63,965
1,183
2,244
5,027
72,419
88.3%
3.4%
5.5%
1.8%
100%
대 다수의 강사는 학기별 단위로 계약한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인 강의계획서를 쓸 시점과 기말고사를 마친 뒤엔 임금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즉, 시간강사는 방학동안 수입이 안 정적이지 못해 강의 이외의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 김영곤씨는 “어디가서 결혼도 못하고... 이직을 고려할 30대 말, 40대 초에 말입니다... 공부만 해서 전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희망은 없고 강의도 안되고...”고 어려움을 대변했다. 안정되지 못한 삶은 한 인간의 인생, 부양가족, 대인관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끔 한다.
21C에 환생한 전태일
1970 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하늘로 올라간지 39년이 지났지만 노동조건은 나쁘면 나빠졌지 나아진 점은 그 어디에도 없다. 98년 국민대, 99·01년 경북대, 06년 부산대, 03년 서울대 백 아무개씨, 08년 서울대 불문 박 아무개씨, 06년 서울대 권 아무개씨가 아내를 살해한 후 자살했다. 이 수많은 죽음 중에서도 08년 건국대 충주캠퍼스 한경선씨가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서 한 장은 제도의 모순과 생활고를 더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사건은 KBS <추적 60분>을 통해 전파를 탔고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뒤이어 대학사회의 음지에 숨죽이며 있던 강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 소식을 전한 뉴스의 댓글에서, 최 아무개씨는 "더 한심한 것은 이런 시간강사 자리마저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하소연했고 15년 차 시간강사라고 자신을 밝힌 노 아무개씨는 "대학교 2군데 강의하며 1년에 1500만원 정도 번다. 박봉이라도 이 일마저 없으면 우리 가족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7년 차 시간강사인 김 아무개씨는 "담당 교수에게 때마다 유흥접대는 기본이고 명절에는 두 손 무겁게 고급 양주 등 선물들을 사 들고 인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학기 시간 받는 것이 불안할 정도"라고 대학사회를 꼬집었다.
어느 비정규 여교수의 자살…눈물겨운 속사정. 머니투데이. 08.04.17 中
신축건물, 제 2캠퍼스는 강사의 피와 눈물로 쌓은 탑
현 대판 주군과 농노. 대학과 강사는 밥줄을 매개로 하는 종속관계다. 학교에서 강의를 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계획서를 작성하다가도 갑자기 취소하는 경우가 있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또 강의를 맡게 됐어도 대학측의 부당한 요구에 순응해야만 하고, 연구비 횡령과 같은 부정을 모른척 넘어가야만 하는 자괴감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만약 대학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노동법상 이유로 진정을 하게 되면 한국대학사회에서 순식간에 ‘매장’당한다.
“행 정당국(노동부)에 요구하면 한달치 보상을 해줍니다. 한달치에요. 그런데 그거 받는 순간에 끝나는겁니다. 대학의 권력은 무소불위합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전국적으로 찍혀서 어디에서든 강의를 받지 못해요. 그러니 부당한 처우에도 움직이질 못하는겁니다. 7·80년대 노동자 블랙리스트보다 더 무섭고 비열한거죠.”
사 정이 이렇다보니 대학은 강사와 계약서를 주고받지 않는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노조원이 몇 있는 소수의 대학에서나 형식적으로 주고받을 뿐이지 작성하지 않는게 관행이라고 한다. 게다가 대학은 노조 분회장이나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이들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전임교수로 채용시키거나 ‘데스노트’에 등재시켜 묻어버린다. 이런 부조리의 사슬을 끊기 위해선 고등교육법상 교원 범주에 ‘다시’ 강사를 포함시키면 될 일이지만 재정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학교측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배째’로 일관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대학 재정내역을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하자 입을 쓱 닦는다. 성균관대 박승철 교무처장은 “강사는 자격·검증·실력도 없다”고 국회에서 밝혔다가 나중엔 “교원으로의 지위회복은 인정하지만 재정부담을 해달라”는 발언이 그 대표적 사례다.
정 말 대학엔 돈이 없을까? 사회에서 등록금 문제가 공론화되고 각종 조사를 통해 밝혀진 재정의 ‘빙산의 일각’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게 김영곤씨의 주장이다. “등록금, 적립금, 재단전입금, 기부금이 있고 NURI사업, BK21사업 간접연구지원비만 연 1조 5천여억원입니다. 고등교육세룰 신설할 수도 있고요. 연간 연세대의 강사 강의료로 100억원 남짓 들어가는데 전체예산의 0.5%밖에 안됩니다. 전체예산이 얼만지 알아요? 2조원입니다.”
강 사 교원지위회복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부패의 온상’인 대학들이 그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김동애씨는 “13만 5천여명에 달하는 비정규 교수가 대학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민주화가 이뤄지게 되고 등록금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런 과정이 ‘대학교육 정상화의 출발’이죠.”라고 말한다. 또 정치권과 대학간의 권력유착관계도 문제다. 실제로 교과부 김도연 전 장관은 최근 울산대 총장으로, 전 울산대 총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김 전 장관 아래에 있던 우형식은 금오공대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렇듯 한국사회 기득권은 늘 이런 구도속에서 세습됬다고 해도 거짓이 아니다.
많은 대학들은 수시나 정시전형을 앞두고 신축 건물이나 새 캠퍼스를 배경으로 '최고의 교육환경, 최고의 강사진' 따위의 기치를 내건다. 그 화려함 이면에 강사들의 피고름이 맺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인간존중의 대학 가톨릭대?
< 대학개별공시>에서 확인한 결과 가톨릭대의 (시간)강사 의존율만 41.9%였다. (08년 기준) 겸임 및 초빙교원의 수치를 더하면 무려 62.2%로 508명이나 된다. 강사 의존율로만 따져봐도 전국 평균값보다 약 8% 많은 수치다. 그렇다면 강사에 대한 처우는 어떨까? 주차장 이용에 큰 제약은 없었지만 전임교수와 비교해볼 때 도서관에서의 대출권수나 기간이 1/3 수준이었고, 다솔관과 비루투스관에 외래교수실이라는 이름의 남녀공용, 강사전용 휴게실을 운영하고 있다. 비정규교수의 수를 고려해볼때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인 까닭이다. 취재 중 강사 몇 분에게 설문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하였다. 그만큼 학교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만약 강사에게 부당한 요구를 한다거나 불리한 계약으로 노동력을 착취한다면 가톨릭대의 ‘인간 존중·진리·사랑·봉사’ 따위의 구호는 허황된 메아리로 울릴 것이다.
“강사도 교원이다!” 메아리에서 현실로‥
대학 민주화의 시발탄, 강사문제해결. 우리가 촛불이 되자
87 년 결성된 전국강사노조협의회는 20여년간의 투쟁에 투쟁을 거듭한 끝에 점차 가시적 성과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동애씨는 “대학강사가 법적으로 아무런 지위나 보호장치가 없다는 걸 느껴” 99년부터 싸움을 시작했다. 결국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단시간 노동자가 아님을 인정받고 03년 퇴직금을 받았다. 고등법원은 대학강사에 대한 보상은 3배를 해야만 한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강의, 강의준비, 지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적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17대 국회에서 민노, 열우, 한나라 3당이 모두 강사처우개선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여 교육위원회에 상정까지 되었으나 재정문제로 유야무야 되버렸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현 18대 국회에서 이상민 의원이 17대 때 묻힌 법안을 재발의했다. 또 4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은 관련예산 766억원을 편성해 놓고 있다. 이로써 국립대의 강사에 대한 처우가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국립대로 시작하여 공립, 사립대로 이어지는 변화의 물결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이 제는 우리가 대학 민주화라는 축포에 불을 댕길때다. 필자는 작년 수험준비를 하면서도 기륭, 콜트·콜텍, 이랜드, 성모병원, 동희오토, 코스콤, KTX 등 수많은 농성장을 찾아다니며 노동가에 맞춰 투쟁과 금식에 동참했었는데 매번 ‘비정규직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이자 미래’라는 점을 뼈져리게 느꼈다. 이런데도 학교운영의 주체인 학생은 제도정치권만 바라보고 좌시해도 될까? 아니다. 비정규직 교수, 강사제의 부작용은 학생들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이미 서울대 대학생사람연대 학생들은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6개월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참교육학부모회, 부천민중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김영곤씨는 “강사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건 누구에요? 강사 자신이에요? 딸린 가족입니까? 아니면 박사인력을 일회용 써버리듯 하는 대한민국 사회요? 물론 그렇지만 정답은 학생입니다. 강사와 진지하게 대화할 곳이 있나요, 시간이 있나요. 배운 지식과 학문은 죽을때까지 써먹는거에요. 게다가 강사는 신분상 소신껏 얘기를 못합니다. 그러는 순간에 그 강사는 옷 벗어야해요. 학생들은 현실을 알지 못하게 된겁니다. 그러니까 취업과 학점의 노예가 되고, 한국이 진정한 지식사회가 안되고 제자리걸음이죠.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정말 필요합니다.”
민 주 저항적 지식인을 탄압하기 위해 태어난 모순은 오늘날 대학의 천민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학생과 강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이는 이미 사회 각계각층에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교원의 신분이 부당하게 박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헌법상의 교원지위법정주의와의 상충 등의 위헌적 요소들까지 안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강사들은 안싸워, 교수도 안싸워, 학생들도 몰라, 국회·헌재도 나몰라라, 교과부도 돈없어, 대학은 배째라해,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현실‥’
< 그동안 겪은 부조리와 모순은 열심히 연구와 강의를 하리란 초기의 순수한 열정에서 이 사회에 대한 환멸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저와 같은 이가 있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기원을 위해 두서없이 이 글을 써서 전해 드립니다.>
고 한경선씨가 세상을 떠나면서도 바라던 ‘작은 기원’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강사들과, 여의도에서 농성중인 김동애, 김영곤씨의 가슴속 앙금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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